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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인 May 29. 2024

발트 연안 세 나라

- 바르샤바 산책

크라쿠프와 오슈비엥침, 바도비체는 간 기억이 나는데 바르샤바는 갔었던가? 그때는 왜 바르샤바엔 안 갔었을까? 아무튼 바르샤바는 처음이었다. 수십 년 전 '국민학교' 시절에 '고전경시대회'가 있었다. 수학경시대회도 있었다. 고전경시대회에는 각 학년에서 몇 명이 선정돼 준비 기간을 거쳤는데 우리는 매일 수업 대신 책을 읽었다. 학년이 뒤섞여 모두가 한 교실에서 하루를 보내곤 했다. 그때 읽었던 책 중에 <퀴리부인 / 박씨전>이 있었다. 그때는 무슨 이유로 퀴리부인과 박씨 부인을 한 책으로 묶었을까? 좀 재미있는 조합인데 아무튼 그 기억 때문에 '마리아 스클로도프스카' 그 소녀 생각을 하곤 했다. 그가 태어난 도시 바르샤바. 그곳에 들어섰다. 


와지엔키 공원 앞에 바르샤바 가이드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주 또박또박 명확한 사람이었다. 그가 폴란드 역사를 살짝 개관해주었다. 폴란드는 3천여 차례나 외세의 침략을 받아서 현재 인구가 4천만 명 정도인데 해외 교민 숫자가 만만치 않다. 나라를 떠나야 할 만큼 혹독한 세월을 겪은 폴란드였다. 지금은 '쇼팽공원'으로 불리는 와지엔키 공원에는 까마귀가 종종거리며 아무 데서나 편안했다. 공작새도 보였는데 그냥 제 갈 길만 갔다. 가이드가 공원과 쇼팽에 대해 간결하게 안내해주었다. 5월부터 9월까지 쇼팽의 조형물을 둘러싸고 있는 무대에서 쇼팽의 피아노곡 연주가 이어진다고 한다. 연주자들이 대부분 콩쿠르 입상자라니 그 수준이 어떨지 상상만 해도 환상적이다. 바르샤바는 쇼팽의 나라, 사람들은 쇼팽을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한다. 쇼팽공항에도 '우리의 자존 쇼팽'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가이드의 말대로 정말 숲과 공원이 아무렇지 않게 이어지는 도시였다. 독일의 공습으로 도시의 거의 전부가-80 혹은 90% 정도였다고 하니- 파괴됐다가 복원된 도시라는데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을까? 바르샤바는 생각보다 환하고 생각보다 아름답고 생각보다 거대했다. 


버스에 올라 쇼팽의 심장을 간직하고 있는 '성십자가 성당'으로 갔다. 무척 화사한 외관이지만 15세기에 목조로 지어진 후 현재의 모습으로 확장되면서 여러 차례 파괴되었다가 재건되기도 했다고 한다. 계단을 올라간 곳에 십자가를 진 예수님이 서 있는데 무척 역동적이었다. 성당 안에서 처음으로 '하느님의 자비' 성화를 보았다. 며칠 동안의 여행에서 '하느님의 자비' 성화를 여러 번 봤는데 저마다 조금씩 느낌이 달랐다.






가이드를 따라 구시가 광장까지 걸었다. 길 안쪽으로 누군가의 조각상이 있었는데 어린 학생들이 그 주변에서 뭔가를 하고 있었다. 누구신지, 궁금했다. '폴란드 국민시인'으로 존경받는 아담 미츠키에비치 상 주변에는 꽃이 만발하고 수학여행 온 듯한 학생들이 줄을 이었다. 




잠코비 광장은 정말 뜻밖이었다. 문득 공간이 넓어지고 위용을 드러낸 건물들이 오래된 역사 속으로 이끌었다. 폴란드 왕이자 리투아니아 대공, 거기에 스웨덴 왕이었던 지그문트3세 바자가 높기도 높은 탑 꼭대기에 서 있었다. 한낮이었고 이상기온 때문에 좀 더웠다. 햇빛이 하얗게 빛났다. 어질어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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