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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인 Jun 05. 2023

비 내리고, 버섯들의 마을

별이 빛나는 이 광대한 하늘 아래서 결국 우리는 

이 세상을 초월해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는 

신 혹은 영원이라 부를 수 있는 어떤 존재를 본다. 

- 월트 휘트먼


버섯, 칠보산(2019. 7. 28.)



경이(驚異)는 장엄한 풍경에서만 오는 게 아니었다. 장맛비 한바탕 쏟아진 산길에서, 그 희뿌연 길에서 마침내 스스로를 드러내는 버섯들을 보면서 그 존재, '신 혹은 영원'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를 생각했다. 

한여름이었다. 눈부신 꽃들이 가득했다면 아마도 보지 못했을 풍경을  만났다. 비 쏟아지다 조금 주춤해진 산길은 어슴푸레 안개 속 같았다. 후텁지근하고 침침한 그 좁은 길에서 좀처럼 눈에 띄기 어려운 버섯들을 발견한 건 사실 놀라운 일이었다. 무리지어 핀 버섯들의 마을이 발밑에 있었다. 갑자기 애니메이션 속에 뛰어든 것처럼 즐거워졌다. 이 작고 사랑스러운, 하지만 너무나 연약해뵈는 버섯들.

비 내린 뒤에 깜짝 쇼처럼 피어난 버섯들의 마을이었다.









이 예쁜 버섯들의 이름을 찾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만 저 신비로워 보이는 동네는 ‘애기낙엽버섯’의 마을이다. 초콜릿색 버섯 이름을 알고 싶어 ‘초콜릿색 버섯’을 검색했더니 ‘버섯 모양 초콜릿’만 잔뜩 소개됐다. 하지만 그 어떤 초콜릿보다 이 버섯이 더 어여쁘고 생기 있다. 

     

다시 저 마을에 들어서고 싶지만, 버섯들은 쉬이 스러진다고 한다. 어쩌면 안개 같은 마을이었다. 다시 찾아가도 내가 만난 이 모습은 재현되지 못한다고 한다. 말 그대로 오직 한 번의 만남, 유일회적인 만남이었다. 아쉬움이 배가됐다. 생각보다 훨씬 근사하고 멋진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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