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빈자리에 낙엽이 질 때
낙엽을 스치는 바람소리도 들리는 법
낙엽끼리 주고받는 이별의 눈빛도 보이는 법
우리 마음에 빈자리가 있어서
네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면 좋겠다
낯선 이의 슬픔도 눈에 들어오면 좋겠다
채워져야 넘친다고도 하고, 비워야 찬다고도 한다. 어느 쪽이든 삶의 진실을 담고 있다. 문제는 언제 채우고 언제 비워야 하는 것인가이다. 가을 산에 들어서면 나무들이 온통 푸른빛으로부터 울긋불긋 색소에 물들어 있다. 그리고는 시나브로 나무로부터 떨어지는 잎들이 쌓여간다. 하물며 자연의 한 요소인 나무가 ‘청춘’으로부터 비워져 떠날 준비를 하고, 꽃들이 절정을 지나 씨를 남기고 고즈넉이 겨울로 접어드는데, 오직 사람만이 비우고 떠나야 할 순간을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있다. 떠나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이가 아름다운 것은 그가 ‘알고’ 버리고 결단을 내리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 누구보다도 내게 너무나 필요한 덕목들이다. ‘식별’과 ‘결단’ 그리고 행위!
추운 겨울이 가까워지면 나무들은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나뭇잎과 이별한다. 적절한 때가 되면 나무는 떨켜를 만들어 뿌리에서 잎으로 가는 영양분을 차단한다. 잎은 점점 초록의 빛을 잃고 원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색을 드러낸다. 울긋불긋 어여쁜 색으로 찬란해진 잎들은 마침내 낙엽이 된다.
떨켜는 나무가 살아가기 위한 전략이다. 잎을 버리지 않으면 긴 겨울을 견딜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다시는 봄도 만날 수 없다. 결국 떨켜는 또 다른 내일을 위한 준비다. 미륵전 기도처에 앉아 고요히 마음을 모으고 있는 이들을 바라보니, 기도는 마음의 떨켜를 만드는 시간 같았다. 자연의 흐름에 몸을 맡긴 나무처럼, 쓸데없는 것에 흔들리지 않고 마음을 모으는 시간. 그 뒷모습이 단풍처럼 고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