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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인 Oct 16. 2023

폴롱의 그림처럼

_생폴드방스


폴롱의 그림을 알았으면, 이브 뒤테이의 노래를 들어봤으면 그 순간, 환하게 열린 옛 참회자들의 집에서 어떤 은유를 발견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눈물로 씨 뿌리던 사람들, 기쁨으로 거두리라는! 참회하고 가난한 이들과 죽어가는 이들을 돕던 사람들이 누릴 영원한 행복에 대한 은유 같은. 물론 그런 사전지식, 준비가 없었으므로 그 ‘뮤지엄’에 들어선 순간 참 당황했다.     

  

프로방스 곳곳에서 ‘페니탕블랑’이라는 곳을 스쳤다. 하얀색 옷을 입은 참회자들이라는 뜻인데, 백색 참회자 혹은 속죄자들은 원래 12세기에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평신도들의 영적 모임이었던 것 같다. 그들은 ‘회심’의 표현으로 무리를 지어 자선을 베풀며 선행에 앞장섰다. 특히 죽어가는 이들을 위해, 혹은 죽은 이들의 장례와 관련해 그들은 사랑을 전했다. 그런데 하얀 옷을 입은 참회자만이 아니라 붉은색과 녹색, 검은색을 입은 이들도 있었다. 아마도 자신들이 지향하는 것을 담아 색을 정해 입었던 모양이다. 그 ‘백색 참회자들의 성당’이었던 곳이 생폴드방스답게도 뮤지엄으로 재탄생했다. 실은 그런 줄도 모르고 오래된 그들의 공간을 만날 수 있으리라고 설레며 들어선 곳이었다.      


이런 자취에 수백 년 동안 사람들이 살아온 이야기가 있다. 세상이 흉흉하던 때도 있었고 삶을 찬양하던 때도 있었으리라. 이 성당의 자취 역시 생폴드방스의 역사를 보여준다. 오랫동안 생폴드방스와 인연을 맺었던 폴롱은 ‘백색 참회단’의 정체성을 간직한 공간을 만들었을 것이다. 뜻밖의 환한 공간에 당황했지만 그것은 어둠에서 빛을 찾았던, 어둠을 밝히는 빛이 되고자 했던 신실한 사람들의 기억을 담고 있었다.


빛은 어둠을 몰아내야 존재하는 것. 사람의 삶은 빛 자체이지 않다. 곳곳에 존재하는 어둠을 밀어내고 극복해야 저토록 환한 빛을 함께 누릴 수 있다. 폴롱의 그림에서 그걸 본다. 그림에서는 보이지 않는 아픔을 포함해서 본다.


그 옛날 제대가 있었을 자리에는 거대한 모자이크가 있다. 백만 개가 넘는 1센티미터 정사각 돌조각으로 만들어놓은 마을이 환하다. ........말하자면 그 돌조각들은 사람들의 마음, 사람들의 선행, 사람들의 회심,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려 분투한 자취가 아닐까. 깊은 구렁에서 빛을 얻고자 한 사람들의 변화의 여정이 아닐까. 폴롱이 아들의 죽음으로부터 얻은 삶의 비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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