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에 서투른 이모만 있을 뿐
나에게는 두 명의 조카가 있다.
여동생의 조카 인지라,
'내 동생이 낳은 아이들이라니!' 하며, 세상 그 어느 아이들 보다도 사랑스럽고 예쁜 내 조카들.
오늘은 조카들과 있었던 일 중, 피드백에 서투른 이모의 모습에서 가지게 된 단상을 적는다.
세상에 좋은 엄마, 아빠 되는 법 책은 많지만, '좋은 이모'되는 책은 찾기 어렵다.
(오호, 블루 오션이구만!)
아마 조카 바보 이모, 고모, 삼촌을 해 본 사람들을 알 것이다. 나도 미약하나마 이 귀여운 생명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가족이고 싶다는 사실을!
오늘은 내 휴가이기도 하고, 동생이 다니는 대학원에서 무려 성적장학금(!)을 받은 날이라, 동생 가족이 축하 외식을 하는데 살포시 껴서 저녁을 같이 먹기로 했다.
제부의 퇴근을 기다리면서 잠시 폭염이 잦아든 올림픽 공원에서 조카들과 동생과 시간을 보내는데, 이 녀석들이 킥보드를 타고 나타났다! (귀여워...)
둘째 조카는 아직 혼자서 킥보드를 잘 타지 못해서, 앞에서 엄마가 잡고 끌고 가면 두 발을 보드 판에 올리고 얌전히 서서 간다. 첫 째 조카는 제법 하체도 굵고 튼튼해서 (엄마 유전 탓) 이제 킥보드나 자전거는 능숙하게 혼자 탄다. 오늘따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저 앞까지 킥보드를 씽씽 타고 가는 모습이 기특해서 '우리 영은이 너무 잘 탄다~ 잘 탄다~' 하면서 폭풍 칭찬을 해 주었다.
그랬더니 동생이 옆에서 가만히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언니, 칭찬해 줄 때 잘한다~라는 이야기를 무조건 해 주면 좋지 않데. 나도 남편에게 들었는데, 잘한다 잘한다 하면 아이가 막연히 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게 되나 봐. 저번에는 그림 그리기 할 때 잘한다~~라고 해 줬는데 다음번 그림을 그릴 때는 처음부터 '잘 못하면 어떡하지...'하면서 걱정을 먼저 하더래. 그래서 칭찬을 해 줄 때는 잘한다~라고 하기보다는 ' 우리 영은이가 이제 혼자 킥보드를 탈 수 있구나. 아주 씩씩하게 타는 모습이 멋지네!'라고 구체적으로 하고 있는 행동을 이야기해 주고 칭찬해 줘야 한대. 나도 남편에게 듣고 느낀 점이 많아서 이제 그렇게 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
오호!
적용이 빠른 이모는 곧 다른 상황에서 적용을 해 보았다.
"와, 영은이가 동생을 잘 챙기는구나. 주차장에 오니까 동생 손을 먼저 꼭 잡네!"
저녁을 먹는데, 순간 이 얘기 또 어디서 들었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하, 피드백 교육할 때 비슷한 내용을 이야기하는구나!
피드백은 구체적으로 주어야 한다. 가능하면 구체적인 상황의 예시까지 함께 줄수록 받는 사람에게 돌아가는 Benefit은 높아진다. 이건 긍정적이든, 건설적이든 관계없이 오히려 긍정적인 피드백을 줄 때 더 생각하며 이야기하면 좋다.
매번 직원에게 '잘 하고 있어'라고 이야기해 주는 것보다 '어제 제출한 보고서가 보기 쉽고 정확하게 정리가 잘 되었네'라고 어떤 부분에 대해 만족하고 칭찬하는지 함께 이야기해 주는 것이다.
물론, 조카들의 경우 아직 자아가 형성되는 단계이므로, '잘한다'라는 표현이 '잘해야 한다'라는 무의식 중에 부담감이 형성되는 경우에서 좀 더 조심할 필요가 있겠지만 (이 이상은 잘 모르는 내용이므로 패스!) 결과적으로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고, 칭찬하는 힘에 대한 맥락은 어른이나 아이나 같은 것 같다.
이모의 경우, 매일 보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부모처럼 항상 공부하고 의식하면서 조카와 대화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특히 내가 조카와 돈독하고 영향을 많이 끼치는 - 정서적으로나 감정적으로 -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선한 영향력을 주려고 노력해야 하는 게 또 이모로써 성장하는 모습이 아닐까 한다.
일반적인 어른들과의 피드백도 어려운데, 어리고 말랑말랑한 조카에게 하는 모든 대화가 회사 사람들 간에 하는 대화보다 10배 20배 민감하고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좀 더 신경 쓰고 노력해야겠다!
좋은 이모가 되는 길은 어렵다!
그렇지만 노력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