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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 로지 Apr 11. 2018

잡똥사니

나는 지금 조금 화가 나 있다

그야말로 잡'똥'사니. 똥이다 똥.

주말 동안 아주 큰 발견(?)이 있었는데, 나는 지난 12년간 정말 많은 이사를 다니면서 돈 주고 똥을 트럭에 실어서 주기적으로 데리고 다니고, 심지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똥을 키웠다!


더 충격적인 것은 키워온 똥에 맞춰 집 크기를 늘려야 했다. 분명 처음 서울에 올라올 때는 기숙사 생활에 필요한 옷 가지와 기본적인 생필품을 여행용 트렁크와 택배 상자 몇 개로 가지고 왔는데, 지금은 원룸에 이 큰 똥 들을 다 넣을 수 없어 울며 겨자먹기로 낡디 낡은 빌라 투 룸에 조그만 창고가 딸린 집에 살고 있다.


내가 왜 잡똥사니와 함께 살고 있을까


수 년간 모아온 쇼핑백, 정말 다시 쓸일이 없다


내가 도대체 왜 이렇게 큰 잡똥사니와 함께 사는 생활을 하게 되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게 다 한양 유학생의 생활이 다 그러한 듯, 없는 살림에 어느 것이라도 부여(?) 잡고 산 십여 년의 산물이다. 좋은 것, 새 것 살 여유가 없으니(그러면서 잘 먹고 마시고 다녔다), 남 쓰던 것/공짜/싼 것 주워 살다 보니 집안 여기저기 같인 기능을 하는 변변치 않은 물건 여러 개가 있다. 얼마 전 화장대 및 서랍 대 정리를 하다가 코털 가위가 7개 인 것을 발견하고(도대체 왜...?) 내 돈으로 한 번 도 산 기억이 없는 물건인데 깜짝 놀란 적이 있다.


항상 나는 정리가 잘 되지 않는 내 집에 대해 불만이었다. 내가 정리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집이 정리가 잘 되지 않는 집이라는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요즘 유행하는 정리정돈 전문가처럼 스킬도 없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여기저기 나의 공간을 채우고 있는 잡똥 사니들이었다.


공간
빌 공, 사이 간.


비어야 할 공간을 무언가로 악착같이 채우고 있으니, 내게 공간이 남아있을 턱이 없었다.


문득 이 생각을 인지하자, 나는 가장 좁고 쉬운 화장실 정리를 시작했다. 늘 어수선하다고 생각한 화장실.

내가 2년 여 동안 이 화장실을 쓰면서 정말 '쓰는' 것만 빼고 모조리 밖으로 빼 내 버렸다. 각종 샘플, 쓰지 않는 폼 클렌져, 낡은 샤워 타월, 언젠가 쓰겠지 라고 쟁여놓은 많은 비누들 등. 특히 출장을 다니며 호텔 등에서 열심히 모아놓은 어메너티들과 1+1 등의 유혹에 못 이겨 여러 개 산 제품들도 여기저기 세워져 있었다. 나는 물곰팡이 낀 샤워 커튼도 과감히 버리고, 예전에 사놓은 새 커튼으로 갈았다.


그렇게 다 비워내고 정리하니, 내 앞에는 깔끔하고 정돈된 화장실이 있었다. 아, 나는 너무 많은 것들로, 내가 사는 공간을 망쳐버리고 있구나.


앞으로 당분간 주말에는 내 집에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해야겠다!


 화장실은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에 필요한 물건들만,

침실은 잠을 자는 데 필요한 물건들만,

그리고 부엌은 부엌에 필요한 물건들만,

큰 방은 나머지 것들이 간결히 잘 정리된 채로.


조금씩 천천히

비우고

정리하고

요란하지 않은

단순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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