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 조절에 서투른 이모만 있을 뿐
Healthy distance.
직장생활 인간관계에만 해당되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조카와 이모와의 관계에서도 필요하더라는...
내가 한참 조카에게 빠져 있을 무렵, 도대체 이 존재들이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주변인들에게 입이 마르고 닳도록 이야기하고, 사진을 보여주고 - 원하든 원치 않든- SNS 에 도배하던 적이 있었다. 그런던 어느 날, 사내 교육시간에 나보다 한~ 참 이모 선배(?)분이 쉬는 시간에 '로지, 너무 조카 예뻐하면 안 돼. 간이고 쓸개고 다 빼주면 나중에 상처받는다니까? 내 경험이야.'라는 말을 해 주셨다.
처음에는 '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 머!'라고 생각했다가, 곧 내가 예전에 조카에게 상처(?) 받은 일이 떠오르며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되었다.
가족들과 함께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을 때의 일이었다. 내 기억으로 그 당시 영은이는 3살 반쯤 되었던 것 같은데, 지금이야 이모와 많이 친해졌지만, 그때만 해도 내가 일방적으로 계속 구애를 하고 있을 때였다.
식당에 도착해서 자리를 잡고 음식이 나오기 전, 잠시 화장실을 다녀왔는데 그 사이 내 자리에 있던 세팅 - 수저 젓가락 앞접시 등- 이 싹 치워져 있는 것이었다.
어라, 어디 갔지? 둘러보는데 내가 화장실 간 사이에 영은이가 내 자리만 쏙 치워놓았던 것이다. 나와 영은이는 그 당시 이모가 일방적으로 스토킹(?) 하는 구도를 달리고 있었으니 지금 생각하면 이해 갈 만도 한데, 그때는 정말 조금이라도 정신을 놓으면 눈물이 쑤욱 나올 것 같은 이상한 상황이 될 뻔 한 걸 간신히 참았다. 그만큼 서운했으리라.
처음 이모가 된 나는 조카와 거리 조절에 실패했다. 이게 무슨 밀땅 같은 뚱딴지같은 소리 인가하겠지만, 주변에 보면 은근히 조카에게 삐지고(?) 혹은 이상하게도 동생네, 혹은 언니네와 서운 해지는 감정을 느끼는 이모 고모들이 있었다. 그렇지 않으려면 '건강한 거리'가 나와 조카에게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꼬물이는 귀엽다. 아기들을 귀엽다. 하물며 내 동생이 낳은 아기이고, 내 동생이랑 닮았으니 나랑도 닮았다!
나는 이 아이를 온몸으로 사랑해 줄 준비가 탄생과 함께 되었지만, 안 그래도 낯설고 험난한 세상에 이제 적응 중인 조카에게는 관계가 인지되고 형성되기 전에는 낯선 사람 1 일 뿐이다.
욕심을 버릴 것, 지금 내가 조카가 이쁜 만큼, 조카도 사랑하는 이모가 뿅 하고 될 거라는 생각을 조금 내려놓고, 조카에게 심리적 거 리르 살-짝 두되, 가장 중요한 건 물리적 거리는 가까이할 것!
무슨 말이냐면, 아무리 선물 많이 사주고, 돈을 많이 써도 어린아이들 입장에서는 자주 보고 잘 놀아주고 시간을 투자(?) 하는 것만큼 관계 형성에 효과적인 건 없다는 사실이다.
아, 참고로 조카와 험난한(?) 초기 관계 쌓기를 하던 이모는 지금은 아주 발전하여 둘째 조카는 서럽고 눈물 나는 일이 생기면 울면서 이모를 찾는다... 페이스 톡이 올 때마다 '왜 울었어..ㅠㅠ'하면서 같이 달래 주지면 속으로는 기뻐서 씨익 웃고 있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