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드백 트레이닝을 하면서 'I-message' 챕터가 나오면 우선 참석자들에게 물어본다.
'왜 피드백을 줄 때 '나'를 주어로 해야 할까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멍' 때리는 모드로 돌입한다.
그럼 나는 재빠르게 참석자 중 한 사람과 대화를 통해 예시를 들어준다. 이때 나와 긍정적인 관계가 있거나 혹은 긍정적으로 열심히 참여하는 분을 선정한다. 왜냐? 살짝 기분이 나빠질 수도 있는 예시 이므로.
나: A 씨, 잠시 매니저 룸에서 볼까요? 최근 A 씨 업무 스타일을 보면서 우리가 느끼기에 좀 비효율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부분은 이렇게 개선해 보면 좋겠고...(줄임)
한국사람들은 워낙 '우리'라는 주어를 시도 때도 없이 잘 쓰므로, 예시를 들어줄 때 '우리가'라는 주어를 좀 더 강조해서 말한다.
잠깐 침묵을 주고 참석자들의 얼굴을 돌아보면, 다들 이제 한 마디씩 하고 싶은 얼굴이다. 나는 예시를 도와준 A 씨에게 짧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실제 상황에서 이런 피드백을 들었다면 어떤 느낌일지 감정을 물어본다.
A: 기분이 매우 불쾌할 것 같아요.
나: 왜 그럴까요?
A: '우리'라는 표현을 들었을 때, 저 사람 말고 또 누가 그런 생각을 하는지 불특정 다수에 대해 생각하게 되니, 괜히 뒷말이 도는 것 같고, 나만 소외된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또 피드백을 주는 사람이 본인이라고 말하기 어려우니까 대충 얼버무리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 피드백을 줄 때 '나'를 주어로 하는 건 중요할까요?
A: 물론이죠, 정말 중요한 부분이네요. 예시를 들으니 확 느껴져요!
피드백을 주는 사람의 목적은 본인이 메시지를 받는 사람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다.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듣는 사람이 '우리'라는 주어를 캐치 한 순간, 그때부터 받는 사람의 심리 상태는 강한 방어기제가 깔리게 된다.
실제로 이런 내용을 교육한 후, 곧바로 연습 과제를 수행해도 입에 붙은 '우리'라는 표현은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다. 좀 더 공손하게 '저희가'라는 표현을 쓰는 참석자 들도 있고, 불특정 다수가 아니라 제삼자를 대신하여 전달하는 형태의 피드백도 있었다.
그만큼 더 신경 써야 한다. 더 의식하고, 명확하고 솔직하게 내가 주어로 나서야 한다.
I-message는 대화의 주체를 '나'로 놓고, 상대편과 긍정적인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툴이다. 이 글에서는 피드백에서 I-messge를 활용해 보지만, 피드백도 대화의 일종이라고 생각해 봤을 때, 충분히 더 폭넓은 대화의 개념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피드백에서 I-message를 좀 더 자세하게 3가지 파트로 이야기해 본다면,
1) State what you see/hear/experience/feel
내가 직접 보고, 듣고(건너들은 것이 아님), 경험한 상대방의 행동, 태도 혹은 업무성과를 전달한다.
2) Explain about consequence, result, and my own feeling
그 행동으로 인하여 생긴 결과, 영향 혹은 나의 감정/느낌에 대해 설명해 준다.
3) I would like you to...
앞으로 그 사람이 개선했으면 하는 방향/방법에 대해 제안해 준다.
예를 들면 같은 내용이라도 I-message로 정리한 피드백이 훨씬 긍정적이고 건설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허구한 날 지각이야? 알아서 좀 잘 해'
↓↓↓↓↓(I-message 변환 중)
'A 씨, 어제랑 오늘 계속 15분씩 늦네. 사소한 지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알다시피 우리 팀 업무가 오전에 빠르게 처리해야 될 일이 많잖아. A 씨가 확인해 줘야 할 업무들이 늦어지기 시작하면 다른 팀원들도 계속 로드가 걸려서 어제도 오전 중에 거래처에 넘겨주지 못한 일들이 있어. 앞으로는 조금 일찍 출근해서 업무 시작 준비를 잘 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게 어때?'
간단하지만 명확하게 더 좋은 피드백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툴, I-message.
바로 내일부터라도 꼭 실천해 볼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