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추가 검사가 필요합니다.
안 그래도 바쁜 일상에 결혼을 준비하기 까지란 정말 벅찼다.
기분 좋은 벅참일 때도 있었지만 미친 듯이 달리다 보니 숨이 모자란 듯한 벅참이었다.
매일매일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공문들을 처리하고, 수업을 준비했다.
혹여 지루하지는 않을까 좀 더 재미있는 새로운 수업 방식을 고민하고, 아이들의 고민을 들어주느라 24시간이 부족했다.
장거리를 하고 있었기에 결혼 준비도 중간중간 생각날 때마다 해치우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그렇게 나에 대한 시간을 주지 않은 탓일까 누적된 피로는 풀리지 않았고, 매일 밤 쓰러져 자기 바빴다.
바쁜 일상으로 지쳐 주말에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때로는 연수도 듣고, 친구들도 만났지만 정작 나에게 필요했던 건 '휴식'이었다.
바쁘다는 핑계로 본가에도 자주 가지 못했다.
결혼을 하면 더욱 집에 들리기 어려울 것 같아 오랜만에 집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엄마, 아빠, 오빠까지 온 식구가 둘러앉아 밥도 먹고 차도 마시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자며, 휴식을 취했다. 아니 아침까지였다고 생각했다.
일어나 보니 오후가 다 된 시간이었고, 오빠는 일이 있어 먼저 간 뒤였다.
그렇게 그냥 나는 피곤해서 늦잠을 잤다고 생각하고, 다시 바쁜 일터로 돌아갔다.
충분히 잤다고 생각해 피로도 덜해졌을 거라 스스로를 위안 삼았다.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가 하루를 보내고 있었을 때, 오빠에게 카톡이 왔다.
"너 평소에도 그렇게 자냐? 매번 그러면 문제가 있는데.. 병원 가서 피검사 좀 해봐. 갑상선 기능 검사 추가해서 해. 이상 없으면 다행인데 혹시 모르니까."
의사인 오빠가 저렇게 말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병원 예약을 해뒀다.
별일 없겠지 생각하며 피검사 예약을 해두고, 웨딩 촬영을 위한 다이어트를 진행했다.
나에게 다이어트가 중요한 게 아니었는데.. 그때는 몰랐다.
어느덧 3월이 되고, 날씨가 따뜻해질 때 나와 남자친구는 웨딩 촬영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비록 남자친구가 원했던 제주도 웨딩 스냅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더 예쁜 부산 웨딩 스냅이었다.
실내와 야외를 번갈아 가며, 웨딩드레스를 3번쯤 갈아입어가며 우리의 예쁜 순간을 남겼다.
5-6시간 정도의 웨딩 촬영을 끝내자마자 비가 쏟아졌으니 우리는 정말 운이 좋았다.
사진을 찍는 와중에 헤어 실장님이 찍어주신 보정 없는 사진마저 예뻤다.
촬영을 끝내자마자 그동안 다이어트를 하느라 먹지 못했던 우리가 좋아하는 식당에서 '곱창전골'을 먹었다.
정말 눈물 나게 맛있었다. 그게 마지막이 될지는 몰랐지만..
안 그래도 바쁜 와중에 결혼 준비까지 더해지니 아주 엄청난 시너지 효과가 났다. 나쁜 쪽으로.
예약해 둔 병원은 본가 근처였고, 집에 간 김에 겸사겸사 피검사를 받았다.
급하게 금요일 저녁이 되기 직전에 들러서 결과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좀 걸렸다.
출근을 위해 다시 돌아갔고, 평일에 검사 결과 확인을 위해 병원에 갈 수 없어 전화로 검사 결과를 들었다.
'갑상선 기능 검사 수치가 정상에서 조금 벗어나 있어서 다시 한번 검사를 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후... 안 그래도 바빠 죽겠는데 검사를 다시 해봐야 한다는 소리에 어쩐지 조금 짜증이 났다.
그렇게 오후 수업이 없는 날, 담임반 아이들에게 출장을 간다고 말하며 병원으로 향했다.
담임이 일과 중 병원에 간다고 하면 그 착한 아이들은 또 걱정할 것이 뻔하니..
그렇게 병원을 갔고, 피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은 갑상선 초음파를 볼 수 없었다.
오빠가 1차 피검사 결과를 듣더니 초음파도 같이 해보라고 했었고, 검사 결과를 말해주신 병원에서도 초음파도 한 번 보는 게 좋겠다고 하셨다.
그래서 직장 근처 병원에서는 초음파도 함께 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는데 하필 그날이 안 되는 날이었다.
우선은 피검사 결과를 듣는 날에 초음파도 함께 예약해 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정신없이 일상을 보내고 있을 무렵 예약일이 다가왔다.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4월의 날씨는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고, 병원으로 가는 길은 마치 드라이브하는 기분이었다.
초음파를 먼저 본 뒤, 피검사 결과와 함께 듣기로 했다.
옷을 갈아입은 뒤, 초음파 선생님을 기다렸다.
지지직 거리는 TV와도 같은 모니터를 보며, 의사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음... 이건 확인을 해봐야 할 것 같은데..'
'네? 뭐 심각한 건가요?'
'꼭 그렇다기보다는 혹시 모르니 추가 검사로 확인해보셔야 할 것 같아요. 맞더라도 갑상선암은 별거 아니니 걱정 마시고요.'
'네? 저 암이에요?'
'아직 모르니까 검사 꼭 해보세요.'
한순간에 멍해졌고, 그 상태로 피검사 결과를 들으러 갔다.
'피검사 결과상 갑상선 수치에는 이상이 없어요. 그런데 초음파상에 보이는 결절이 좋지 않아요.'
'네?'
'엄청 크진 않은데, 모양이 썩 좋지는 않네요. 미세침검사를 진행해서 확인해야 할 것 같아요. 저희 병원에서는 검사까지만 가능하고 추후에 치료는 어려워서 소견서 써드릴게요. 더 큰 병원으로 가보세요.'
'네? 저 4개월 뒤에 결혼하는데요. 괜찮은 거 맞나요?'
'갑상선암은 별거 아니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수술받으면 예후도 아주 좋은 편이고, 임신과 출산에도 전혀 문제없습니다.'
'아.. 네..'
피곤해서 피검사를 했는데 갑자기 암이라니? 더 큰 병원으로 가보라니?
마치 내가 드라마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그래도 아직 자세한 검사를 한 것은 아니니 너무 낙심하지는 않기로 했다.
근처 대학 병원들에 전화를 돌리고 가장 빨리 검사를 받을 수 있는 병원을 예약했다.
마음이 복잡했지만 일상에서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주어진 수업들을 하고, 업무를 처리하고, 당직을 섰다.
내 마음 빼고는 똑같은 일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