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더 큰 병원으로 가보세요.
”더 큰 병원으로 가보세요. “
건조하지도 그렇다고 따뜻하지도 않은 저 말이 가슴 깊이 남았다.
직장 근처 병원 의사 선생님이 작성해 주신 서류들을 챙겨 대학 병원을 예약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병원 예약날까지 기다리는 것이었다.
참.. 정신이 없었다.
우리 반에는 새로운 전학생이 왔고, 아이들을 챙기는 일상이 계속되었다.
나를 챙겨야 할 시간에 정작 나를 챙기기는 어려웠다.
그저 교실을 가득 채우는 아이들의 귀여운 재잘거림과 기분 좋은 웃음소리가 사라지면 적막이 나를 감쌌다.
공강 시간만 되면 나는 교실 저 밑으로 가라앉았다.
검사일이 되었고, 교장 교감 선생님께 말씀을 드리고 조금 일찍 학교를 나와 병원으로 향했다.
대학 병원은 드라마에서 봤듯이 참 넓고 쾌적했다.
환자들의 표정만 빼고 모든 것이 참 평화로워 보였다.
이제는 내가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었다.
많은 서류들을 떼어서 갔지만 첫 진료를 보고 추가 검사를 하기로 했다.
엄마 손을 잡고 병원을 다니던 아이는 어느새 자라 차를 운전해서 대학 병원에 혼자 가는 어른이 되었다.
추가 검사일이 되었고, 내가 받을 검사는 갑상선 호르몬 검사, ‘미세침 검사’, 그리고 ‘유전자 변이 검사’였다.
검사 리스트가 적힌 종이를 받고, 내 이름이 불리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내 차례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오늘 미세침 검사를 할 건데 갑상선 쪽으로 가는 침을 넣어서 조직을 빼서 검사를 할 예정이에요. 당분간 무리한 운동은 하지 마시고, 주의 사항 적힌 종이 드릴 테니 참고하시면 됩니다.’
내 목 깊숙이를 찌르는 그 가느다란 침이 왜 이리도 매섭게 느껴지는지.. 나는 눈물을 삼켰다.
혹시 검사 결과가 좋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필 검사 다음날은 학교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산으로 수업을 가는 날이었다.
검사를 하며 지친 몸과 마음으로 산을 오른다는 것이 참 힘들었다.
평소에도 체력이 그렇게 좋지 않은 나는 무사히 올라가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산을 올랐다.
역시나 이전의 경험보다 훨씬 힘들었다.
산을 오르며 제발 암이 아니기를 간절히 빌었다.
대피소에서 아이들과 함께 밥을 만들어 먹을 때에도, 그리고 저녁이 되고 잠자리에 누웠을 때에도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아침이 밝았고, 하산하는 길은 더욱 지옥 같았다.
정말 체력이 바닥난 건지 5걸음을 걸으면 다리에 힘이 풀렸다.
그쯤 되자 체력적으로 힘든 일정을 소화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도 화가 났다.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었다.
하산을 한 뒤에도 저녁 준비를 해야 했기에 아직은 지치면 안 된다고 스스로 되뇌었다.
무사히 2박 3일의 대장정이 끝나고, 드디어 집으로 돌아갔다.
이후에도 학교에서는 밤늦게까지 진행되는 행사들이 있었고, 아직은 내 병명이 확실하지 않으니 모든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검사를 받았던 상처가 아물어갈 때쯤 병원에 가서 검사 결과를 들을 날이 되었다.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오빠와 예비 남편이 동행하기로 했다.
그렇게 우리 셋은 병원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