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좋아하는 것들을 좋아하는 그림으로 그린다. 나만 좋으면 됐다며 시작한 그림이 꾸준히 하다 보니 전시를 통해 대중에게 선보이게 되었고, 내 작품을 소장해 주시는 분들도 생겼다. 사실 지금도 ‘작가’라는 호칭은 어색하고 부끄러울 때가 많지만, 오랜 시간 하다 보면 그냥 이름처럼 익숙해지지 않을까 싶다.
오랜 시간 해외와 한국을 오가며 생활했고, 감사하게도 다양한 문화를 경험하고 받아들이는 데 비교적 쉬운 편이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무엇을 입고 쓰는지, 어떤 물건을 사용하는지와 그 디자인 요소들에 관심이 많고 알록달록한 것들을 좋아한다. 그리고 식물이나 꽃들도 참 좋아해서 내 그림에 단골로 등장한다. 이렇게 주로 일상을 관찰하며 영감을 얻고, 그 안에서 내게 의미 있는 것들을 찾아 조합해 정물화를 그려낸다.
자연물과 인공물을 조합하기도 하고, 둘을 분리해 그리기도 하며, 요즘은 레터링을 넣기도 한다. 종이에 과슈 물감을 주로 사용하고 다른 혼합 재료를 더해 채색한다. 물감은 여러 겹 발라 색을 올리는데, 쨍하고 다채로운 색감을 선호하지만 너무 두껍게 바르면 그림이 답답해 보이는 것 같아 피하려고 한다.
이제 제법 그렇게 그려낸 것들이 많아졌고, 전시를 통해 소장자님께 떠나 실제로 내게 남아 있는 작품은 몇 점 없다. 내 컴퓨터나 소셜 미디어를 과거순으로 찾아보지 않으면, 내가 이런 걸 그렸었나 싶을 만큼 낯설 때도 있다.
그래서 이 그림들의 이미지를 한 곳에 잘 묶어 간직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그림들과 연결된 짧은 에피소드나 그림과 어울릴 만한 문장이 있다면 더 좋겠다고 생각해 이렇게 브런치북을 연재하게 되었다.
나의 그림이 일상에서의 발견에서 시작된 것처럼, 이 책이 보시는 분들께 그림이든 글이든 일상 속 작은 위로와 행복의 순간으로 남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