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안에 다정한 마음, 뾰족하고 예민한 마음, 조심스럽고 세심한 마음, 강하고 단단한 마음, 천진난만하고 아이 같은 마음, 뽐내고 싶은 마음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동경과 배우고 싶은 마음 등등 다양한 마음이 존재합니다.
이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마음의 조각들을 그림으로 담아보고 싶었고, 떠오르는 도형, 선, 조각, 패턴, 그리고 이미 존재하는 사물들로 형상화해 보았습니다.
수많은 나의 마음들 중 하나를 고르라면 자주 웃는 순간들이 많아지도록 가벼운 약간의 유치함과 장난스러운 마음을 선택하고 싶습니다.
그때 떠오른 피카소의 Head with Mask (1956), 제 그림 속 가장 높은 선반 위에 첫 번째로 놓였지요. 그는 나이가 들어서도 어딘가 소년스러운 개구쟁이 같은 표정과 괴짜 같은 면모를 지녔었는데 특히 이 접시에 잘 드러나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달까요?
p.s. 어느 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 관람 후 엽서나 몇 장 사볼까 하고 기념품 숍에 들어갔습니다. 뭔가 익숙한 것에 스치듯 지나쳤다가 다시 보니 제 그림 속 소재로 쓰였던 Head with Mask 포스터가 아니겠어요.
알고 보니 작년 피카소 도예전 기념으로 제작된 기념 포스터인데 제가 본 게 마지막 한 점이었습니다.
어떻게 안 살 수가 있나요.
기분 좋은 이 작은 우연을 놓칠 수 없어 작업실에 두었습니다.
작업할 때마다 잠깐씩 피카소의 접시 속 익살스러운 눈빛과 표정에 피식 피식 미소가 새어 나옵니다.
좋아하는 것을 곁에 두는 이유 중 하나겠지요.
사물 속에 담긴 사유 < Objects of Thought > 2024, 아르쉬지에 아크릴과 과슈, 73 x 53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