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자라고 익어가도 괜찮아
이탈리아에서 온 조세핀 할머니는 사람들을 초대하고 음식을 나눠 주는 걸 좋아하십니다. 제가 놀러 갈 때마다 항상 직접 키운 채소와 과일, 케이크 같은 것들을 꼭 손에 쥐여 주셔요.
얼마 전에도 저에게 탐스러운 아보카도를 세 개나 주셨습니다. 마당에 있는 아보카도 나무를 함께 바라보면서 할아버지께서 얼마나 정성으로 가꾸시는지도 알려주셨습니다.
실제로 아보카도 나무는 생각보다 훨씬 크고, 짙은 잎사귀들이 풍성해 아주 잘생긴 나무입니다. 그 나무 위에 단단하고 윤기 나는 아보카도들이 가득 달려 있는 모습을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우리가 가게에서 보는 아보카도와는 많이 다릅니다. 크기와 모양도 제각각이고, 반을 갈라 보니 씨도 작습니다. 한 숟갈 떠 맛을 보니 버터처럼 아주 고소하고 향긋한 게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래, 이 맛이지.”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찾아보니 아보카도 나무가 열매를 맺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접목 묘목이라도 최소 3~4년, 씨앗부터 기르기 시작하면 보통은 6~10년 정도 자라야 열매를 맺는다고 하니 감사한 마음 없이는 먹을 수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러다 문득 작가로서의 나의 시간을 아보카도 나무에 빗대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내가 생각하는 열매의 모습은 어떤 것일지, 나는 지금 어느 만큼이나 성장했는지…
앞으로 5년, 10년이 지나면 저 아보카도 나무처럼 내가 바라던 결실을 맺게 될까요?
제가 바라는 그 결실 그리고 열매는 조세핀 할머니의 윤기가 나고 크기와 모양은 제각각인 속이 알찬 아보카도들같은 그림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봄이 오니 자연스럽게 ‘자람’과 ‘성장’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열매와 결실은 어떤 모습인가요?
남들이 말하는 반듯하고 커다란 열매가 아니어도 괜찮겠습니다.
각기 다른 모양과 크기지만 속은 알차고 크리미 한 아보카도처럼,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 모두 각자의 속도로 원하는 모양의 꿈을 언젠가 이루어 낼 수 있기를.
아보카도의 꿈 - 천천히 자라고 익어가도 괜찮아 < Avocado Dream - Take your time to Grow and Ripen> 2025, 아르쉬지에 아크릴과 과슈, 35 x 27.5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