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나의 작은 조각들이 모여 우리의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가 모여 지금의 당신과 내가 됩니다.'
지난여름, 제 전시를 보기 위해 일본에서 한 가족이 서울을 방문했습니다.
장마철과 겹쳐 무척 고온다습했던 날이라, 먼 길을 찾아준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지요.
세 가족이 도란도란 제 작품을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참 고맙고 아름다웠습니다.
감사하게도 그분들은 두 점의 작품을 구매해 주셨고, 얼마 후 “우리만을 위한 그림 한 점을 그려달라”는 특별한 의뢰를 보내오셨습니다.
도쿄에 사는 이 가족은 휴가 때마다 조부모님이 계신 바닷가 마을에 간다며, 그곳에 걸어둘 그림을 원하셨어요.
“어떤 내용을 담아드리면 좋을까요?”
“저희의 사물들을 한데 모아 그려주실 수 있을까요? 가족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도 있고, 직접 키우는 레몬나무도 있어요. 그리고 저는 어릴 때 캐나다에서 오래 지냈답니다…”
그렇게 들려주신 이야기와 그 시간을 함께한 사물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이 되었습니다.
단순한 사물들이 아니라, 그분들만의 특별한 기억과 시간이 켜켜이 쌓여 완성된 작품이었지요.
작업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마침내 완성을 앞두고 일본으로 보내기 불과 며칠 전,
가족분께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저도 믿기지 않아요.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병실에서 보내게 되다니요.”
가라앉은 목소리에 제 마음도 무거워졌습니다.
마음은 급했지만 꼼꼼히 마무리를 마친 그림을 정성껏 포장해 우체국으로 향했습니다.
연말이라 동네 우체국은 쌓여 있는 택배 상자들로 가득했고, 직원분들도 무척 분주해 보였지요.
예상 도착일보다 조금 늦어질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지만, 기한 내에 무사히 배송되기를 바라는 제 간절한 마음은 변함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크리스마스의 기적처럼 이 그림은 12월 25일 당일, 병실에서 열리게 되었습니다.
그림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가족분의 모습을 저는 지금도 잊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 그림과 함께, 우리 모두는 12월 25일을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 안에 함께 머무는 것들 <Living Within> 2025, 아르쉬지 위에 혼합재료, 60.6 x 45.5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