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나 Aug 20. 2021

인생이란 이름의 자전적 소설 쓰기 2

영화의 미장센은 플롯에 대한 단서이다

영화 속에서 미장센은 플롯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면은 없다.

만약 있다면 그것은 잘못 연출된 것이다.

미장센 뿐만이 아니라 카메라의 각도는 시선의 방향, 관점을 보여주며 시퀀스와 퀀스 사이의 연결 또한 시간 또는 그 밖의 다른 설정을  대체한다.


소설 속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다소 관련이 없어 보이는 장황한 환경의 묘사도 결국 인물의 행동과 심리를 반영하고 미래를 암시하고 있다.

영화와 소설이 감독과 작가가 의도한 인위적 장치

라면 인의 행동 양식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선택의 결과이고 그것은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개인의 심리를 반영한다.

동굴처럼 어두운 층계를 가까스로 내려오자 중세의 수도원 같은 붉은 벽돌의 공간이 시간을 초월하여

밤의 무대에 펼쳐진다.

황금빛 조명이 촛불처럼 흔들리고 비밀의 금서를 꺼내들 듯이 가방에 간직한 오래된 소설책을 꺼내들었다.

'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

남녀의 머리 속 다른 그림을 해부하듯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알랭 드 보통의 심리학 소설.

사랑이라는 정체불명의 신비를 풀어주는 상징과 해석들이 독특한 그만의 작법으로 그려져 있다.


남녀가 작업하기 위해서는 작법이 필요한 법이다. 사랑은 결코 한 순간에 빚어지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무대 뒤에 보여지지 않는 스텝처럼 스스로 작가가 되고 감독이 되어 그 순간을 빚어내야 하는 창조의 산물일 뿐이다.

 

편안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구석진 테이블의 위치를 고르고, 좌석의 배치까지 세심하게 신경써서 테이블웨어를 다시 세팅한다.

대화를 할 때의 각도는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 다른 편에 마주 앉은 각도는 상대방에게 긴장감과 방어적인 태도를 유도한다.

전쟁에서 적진의 배치와 같아 무의식적으로 상대에게 경계심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나란히 일렬로 앉은 구도는 안정감과 연대의식을 느끼게 해준다.

전쟁에서 같은 편은 일렬로 나란히 자리하여 적군의 움직임을 살펴 동질감을 형성한다.

남녀가 만날 때도 마주 앉기 보다는 같은 방향을 보고 있을 수 있는 바 좌석이 이성에 대한 호감을 형성하는 데 더욱 효과적이다.

 

술을 고르는 것에도 보다 섬세한 주의가 필요함은 당연하다.

예를 들어 남성이 호감있는 이성한테  "소주 한 잔 할까?" 로 들이댄다면 어떨까?  여자가 콜을 하더라도 회식 분위기 밖에는 되지 않는다.

로맨틱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와인에 무게를 두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와인은 투명한 글라스를 부딪히며 징~하는 교회의 종소리 처럼 진동하는 울림을 통해 상대방의 감각을 자극할 수 있다.

부르고뉴 잔의 풍성한 바디와 크리스탈 주입구의 얇은 입술 같은 감촉, 흔들리는 물결처럼 찰랑대는 붉은 빛 와인의 모습은 또한 얼마나 육감적인가?

혀의 미뢰 세포를 자극하는 와인의 신맛, 단맛, 떫떠름한 맛이 블랙커런트의 아로마와 함께 후각을 마비시킨다.

플라톤이 이상주의자라면 아리스토텔레스는 실용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첫눈에 반하는 눈먼 사랑은 플라톤의 철학을 닮았고, 테크닉을 강조하며 물리학,즉 피지컬을 설파하는 아리스텔레스라면 사랑은 화학작용이 만들어내는 연금술을 닮았을 것이다.

와인이란 효모를 통한 발효과정을 통해 온갖 복합 화합물을 만들어 내고 여기에서 오묘한 향과 색과 맛이 입혀지는 시간의 마술이 아니던가.

게다가 와인의 신성함은 디오니소스적 신화에 기원한 신의 축복과 인간의 로망스 문화에 절대적인 기여를 하였다.


그녀는 와인셀러에 진열된 라벨을 찬찬히 훑으며 여왕의 와인이라는 피노 누아 품종의 프랑스 와인을 고른다.

곁들일 와인 안주는 물소젖으로 만든 브라타 치즈 샐러드를 주문하자, 곧이어 한 명의 동기가 들어온다.

단체 톡으로 보았을 때 왠지 관심이 갔던 친구였다.

남녀가 처음 만났을 때 어떤 질문을 가장 먼저 할까?

대한민국이라면 십중팔구 "어디 사세요?" 가 아닐까.

집이 같은 동네인 것도 신기한데 연이은 질문 이어가기로 초등학교가 같다는 것을 알았다.

각자의 생활 반경이 사정거리 안에 있다는 것은 많은 부분 편리함을 준다.

또한 지리적인 일치는 심리적으로도 안정감을 준다.

우리는 이런 것을 우연의 일치가 아닌 운명적인 인연이라고 과대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학교가 같다는 것 말고도 제법 많은 공통분모를 빠른 시간 내에 발견하고 기쁨을 감추지 못한다.

공통점은 서로에게 이끌리는 강한 견인차가 된다.

마치 서로를 다 알 것 같은 착각, 나를 이해하는 사람을 만났다는 희망의 약속을 내면에 품게 된다.

취미도 비슷하고 살사를 배웠다고 하니 당장 손을 이끌고 스텝을 밟는다. 아무도 없었던 바에서 그와 그녀는 눈을 맞췄고 손을 잡았고 춤을 추었다.

인간은 스스로를 증명할 수 없는 영혼이어서 나를 비추어 줄 거울같은 타인이 필요하다.

타인의 눈동자에서 나는 발견되고

타인의 손길 안에서 나는 구원받는다.

급격히 친해진 두 사람은 내면의 비밀도 서슴지 않는다.


리 속으로 많은 상상들이 춤을 추며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는 중이다. 

과연 어떤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어떤 희망을 품어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또다른 환상에 불과한 것인지 그녀는 혼란스러우면서도 지금의불안과

설레임을 즐겼다.

다른 사람들이 들어온다.

꿈의 이야기는 분산되고 흩어진다.


생물학적 진화론은 유전자의 해석을 통해 단순명료한 진실을 밝혀냈는데 결국 인간은 생존과 번식으로 프로그래밍되어있는 유기체일뿐이다.

단지. 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해내는 놀라운 능력으로 문화와 히스토리라는 신비로운 창작물을 만들어 내었을 뿐이다.

인지과학자 도널드 호프먼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인류가 진화하면서 우리가 생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지각이 생겼다. 하지만 그 중 일부는 굳이 알 필요가 없는 정보를 숨겨주는 필터기능을 한다.

외부의 실제 현실이 어떻든 간에 우리가 아는 현실은 일부일 뿐이다. 우리는 세상 밖의 현실이 머리 속에서 이해하고 경험하는 현실의 모형과 많이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단지 모형일 뿐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야기란 현실의 모방에서 작되어야함을 상기시켰다.

현실 속에 주제에 부합되는 필요한 것들만을 모아서 그럴싸하게 모방하는 것이다. 실제 뇌에서는 감각기관에서 올려 보내는 전기 신호를 종합하여 현실의 환경 이미지를 새롭게 구축한다.

거기에 캐릭터를 가진 등장인물들을 배치하고 우리가 따라갈 이야기의 플롯을 찾는다.

어쩌면 인생은 당신의 뇌가 만든 스토리텔링이다.

작가의 이전글 인생이란 이름의 자전적 소설 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