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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Sep 24. 2021

미국 와인의 클래식 VS 힙스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와인은 프랑스나 이탈리아가 아닌 미국이다.

산도가 높은 구대륙 와인보다는 미국의 품종들이 좀더 대중적으로 접근하기가 쉬운 것 같다.

와인 좀 마셔본 이들은 미국 와인 하면, 캘리포니아의 나파밸리를 떠올릴 것이며, ‘로버트 몬다비’라는 미국 와인의 아버지 격 되는 그 이름을 익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966년 축복받은 천혜의 기후를 지닌, 캘리포니아 땅에 와이너리를 설립하고 미국 와인의 역사와 함께한 주인공이 바로 로버트 몬다비이다.


지금도 로버트 몬다비의 와인의 명성은  이어지고 있다. 포브스 선정 대한민국 CEO가 가장 선호하는 와인으로 뽑혔으며, 설립 50주년을 맞아 탄생한 마에스트로 라인은 대통령의 와인이라 불리며 백악관 공식행사 만찬주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와인의 강대국하면 프랑스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나폴레옹 3세때부터 국가의 엄격한 관리와 통제하에 와인의 등급 및 품질관리를 위해 애쓴 프랑스에 비해 70년대까지만 해도 신대륙 미국은 와인 산업의 불모지였고 캘리포니아에 고작 서른 개 남짓한 와이너리가 걸음마를 떼고 있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떼루아의 축복을 받은 캘리포니아의 기후는 지중해 못지 않은 강렬한

태양과 함께 건조한 날씨가 이어져 폭우로 인해

포도 농사를 망치는 일이 거의 없다.


빈티지에 따란 큰 차이를 보이는 프랑스의 기후보다 상대적으로 떼루아가 안정적이며 캘리포니아 연안의 해풍까지 받쳐주니 서늘한 기온으로 인해 포도의 당분이 올라가게 된다.

그래서, 미국 와인은 언제 수확하느냐에 따라 크게 영향을 받지 않고 품질이 균일하며

진판델 같은 미국 품종처럼 자연적으로 당분이 높아지는 특성이 있다.

캘리포니아의 날씨에 가장 최적화된 까베르네 쇼비뇽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부르고뉴 못지 않은 질 좋은 피노누아를 재배한다.

 

1976년 ‘파리의 심판’이라는 전대미문의 깜짝 놀랄 사건으로 프랑스를 누르고 미국 와인이 경쟁력을 입증 받게 된 바탕에는 미국 와이너리의 끊임없는 연구와 열정이 뒷받침 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결과였다.

캘리포니아산 와인은 그 전까지만 해도 싸구려 저품질 와인 정도의 취급을 받았지만 몬다비는 구대륙의 명품 샤또 못지 않은 상급 와이너리를 키우고자 하는 야심을 가지고 혁신적인 실험정신을 발휘하여 지금의 인기에 걸맞는 명성을 거머쥐게 된다.


프랑스의 그랑 크뤼 등급의 샤또 무똥 로칠드의 후손인 바롱 필립 드 로칠드와 합작하여 두 사람의 친필 사인이 들어간 ‘오퍼스 원’이라는 명품, 누구나 한 번 쯤 죽기 전에 먹고 싶은 와인을 만들어 냈다.

 


구대륙의 와인이 전통 방식의 오크통 숙성을 특징으로 한다면 신대륙의 와인은 대기업의 공장 상품처럼 대부분 스테인레스 스틸 탱크통에 발효를 거치게 된다.

그러나, 몬다비의 와인은 최고급의 프렌치 오크통을 들여와 보다 세심하게 숙성을 시키는데,

오크통 숙성이 너무 과다할 경우 일어날 수 있는 과발효와 짙은 아로마를 줄이기 위해

적당한 기간동안 오크통 숙성을 끝내고 다시 스테인레스 스틸조에 옮긴다.

오크통은 전통적으로는 불에 태워서 그 훈연의 향이 와인에 배이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몬다비는 보다 깊고 은은한 맛을 와인에 입히기 위해 오크통을 고온의 물에 처리하여 은은하면서도 깊은 향이 우러나오도록 차별화하였다.

그렇게 만든 것이 자사의 화이트 와인인 퓌메 블랑이다.


또한. 몬다비의 상품 중에 와인 레이블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보다 높은 가격대의 상품 중 오크 빌(oak ville)이라는 표시를 볼 수 있다. 수천 개의 와이너리가 밀집한 대중적인 나파 밸리(Napa Vallly) 에 비해 최상급의 포도밭이 속해 있는 곳이 바로 오크빌이다.  오크빌에서도 투칼론이라는 지역은 똑같은 까베르네 쇼비뇽이라고 하여도 그 원가 차이가 수십 배에 달한다.

명품 와인 오퍼스 원도 이 지역에 속한다.


저급 캘리포니아 와인을 프랑스 와인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던 몬다비도 이제는 이 세상에 없다. 그의 사후에 형제들간의 법적 다툼으로 인하여 와이너리는 대기업 constellation사에 인수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몬다비의 가업을 이어받은

그의 아들은 와인에 몬다비라는 이름을 더이상

붙일 수 없게 되었다.

 

몬다비가 미국 와인의 시조새 격이라면
지금 뜨고 있는 힙스터 와인의 새로운
주인공은 누구일까?

 


젊은 층의 와인 애호가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컬트 와인의 대표주자는 바로 ‘더 프리즈너’ 이다.


이름 한 번 과격한 이 브랜드는 18세기 스페인 대표 화가 고야의 그림으로 레이블을 장식하여 다시 한번 강한 임팩트와 함께 제품을 각인시켰다.

고야의 그림은 ‘더 프리즈너’ 와인의 설립자인 데이브 피니의 어린 시절, 집에 있었던 작품이라고 하는데 ‘전쟁과 재앙’ 시리즈 중의 하나이다.


아티스트적인 개성이 넘치는 레이블은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젊은 층들이 인스타에 인증을 올리고 유행하게 되면서 열광적인 팬 층을 확보하게 되었다.


물론, 와인에 있어서도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접근하여 미국 와인의 품종 공식을 깨고 보르도 식의 블렌딩을 통해 자기만의 레시피가 있는 특별한 시그니처 와인을 제조한다.

2003년도 처음 출시했던 와인은 진판델을 베이스로 하여 까베르네 쇼비뇽, 시라, 쁘띠 시라 등을 블렌딩하였는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캘리포니아 와인의 새로운 전설을 써내려 가게 되었다..

 

원래, 데이비드 피니는 정치학을 전공하며 변호사를 꿈꾸던 중 한 학기 동안 피렌체에 유학을 하며 양조학 수업을 받게 되는데 그때부터 그의 인생은 와인의 세계로 푹 빠져들게 된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그는 나파밸리로 무작정 떠나 와이너리 수십 곳에 이력서를 보내게 되는데 그를 받아준 곳이 유일하게 몬다비사의 와이너리였다. 그것도 수확 일꾼으로 고용되었다.

그러나, 그는 거기서도 유감의 실력과 열정을 발휘하여 밤낮으로 일한 결과, 회사의 신뢰를 얻게 되었고,

결국에는 자신만의 와이너리인 '오린 스위프트'를 설립하게 된다.


오린 스위프트 사의 첫 작품이 바로 ‘더 프리즈너’ 이다.

혜성처럼 나타난 이 와인은 폭발적인 매니아층을 만들며 급성장하였고 결국 2013년 ‘Huneeus Vintners’에서 인수하게 된다.

데이비드 피니는 여전히 새로운 브랜드인 팔레르모, 파피용, 머큐리 헤드 등 잇따른 상품을 개발, 출시 직후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고 종전의 히트를 이어가는 중이다.

마치, 새로운 앨범을 출시할 때마다 끊임없는 인기를 몰고 가는 아이돌과 같다.

그의 와인은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것처럼 레이블마다 독특한 이미지를 사용하여 스토리를 만들어 간다.



파피용의 사진은 미국의 포토그래퍼, 그렉 골만의 작품으로 와인을 수확하는 농부의 손에 나비를 뜻하는 파피용의 철자를 새겨 강한 인상을 남긴다.


머큐리 헤드에 이용된 10센트 동전은 1916년부터 1945년까지 발행된 것으로 ‘리버티 다임’이라는 행운의 상징이며 데이비드는 어렸을 때부터 취미로 동전 컬렉팅을 했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팔레르모에서 미라로 발견된 성직자의 해골을 표현한 예술사진, 공항에 갈 때마다 사모은 잡지에서 콜라주를 이용하여 만든 앱스트렉 레이블 등 한 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 그만의 철학과 의미를 담고 있다.

데이비드 피니의 와인은 뛰어난 복합성과 구조감, 아름다운 산도와 부드러운 타닌을 갖추고 긴 여운을 남기는 와인이다.

각기 다른 포도가 가진 개성이 어우러져 복합적인 감각의 밸런스가 휼륭한 와인을 만들어내는 데이비드 피니의 철학은 ‘지금 즐길 수 있는 와인’을 만드는 데 있으며 물론 장기보관시에도 충분한 숙성잠재력이 있는 훌륭한 와인이다.

 


이제 와인은 생산자의 이름을 알린 정직한 레이블에서 개성 넘치는 아티스트의 레이블로 옮아가는 듯 하다.


그만큼 현대의 소비자들은 제품의 미학적인 측면과 그 철학적 의미에 가치를 두기 때문일 것이다.

누가 만들었는지 또는 지역이 어디인가 등의 직접적인 설명 보다는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의 스토리와 아이덴티티를 추구하는 마케팅 방식이 세련된 젊은 고객의 취향에 보다 어필하는 뉴웨이브가 된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내보이지 않아도 고객들이 알아봐주는 레이블, 역시 아티스트 다운 발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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