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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Oct 12. 2021

홈술 트렌드가 와인에 미친 영향은?

와인을 더욱 풍미있게 만드는 글라스

회식과 모임 등이 거의 사라진 지금  술을 마시는 공간이 집으로 바뀌며 홈술 트렌드가 유행이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장소 뿐 아니라 술의 종류에 변화가 있었는데 소주와 맥주의 쏘맥 문화가 중심이 된 것이 직장인들의 회식이었다면 집에서는 보다 건강에 좋은 발효주인 와인을 선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와인 수입은 전년대비 25%가 늘었다. 이유는 외식을 대신할 만한 특별한 술이 와인이기 때문이다.

워낙 나라별로 다양한 제품이 있다보니 품종별로 골라가며 취미생활 삼아 공부하고 마시는 와인 족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제는 음주가 빨리 취하기 위한 문화, 술을 부르는 문화에서 벗어나 술의 맛을 음미하며 라이프스타일로 접근하는 문화로 이동하고 있는 추세이다.

 

집에서 술을 즐길 때 한층 더 기분을 내며 분위기를 돋구고 술 맛을 좋게 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술의 맛을 한층 업그레이드 해 줄 수 있는 것은 술잔"


술은 전용잔에 맞춰 먹여야 과음도 줄일 수 있고 술의 맛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잔의 용량에 따라 알코올 총량이 결정되기 때문에 고도수의 술일 수록 소주 잔같은 샷 잔에 저도수의 술일 수록 맥주잔 처럼 큰 컵에 마신다.

또한, 입술과 직접적으로 맞닿는 잔의 형태와 재질에 따라 술의 맛이 색다르게 느껴진다.

커피를 종이컵에 마실 때와 머그잔에 마실 때 각기 다른 맛이 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최근에 홈술 트렌드로 와인 소비가 늘어나면서 더불어 와인 잔의 매출이 오르고 있다.

 

와인잔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다리에 있다.

이러한 형태는 그리스 로마 시대 때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카라바조가 그린 디오니소스의 그림을 보면 와인 잔의 형태가 지금과는 꽤 다르다.

 당시로는 술 잔의 넓이가 꽤 넓은 사발 모양 이었는데 잔이 넓으면 따르기가  쉬워진다. 

잔의 폭이 좁으면 따르면서 흘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넓은 잔에 마치 막걸리를 사발에 따르듯이 그렇게 마신 것으로 볼 수 있다. 

술 잔에 다리가 있는 것은 와인 잔이 유일한데 이 또한 술을 따르기에 편하기 때문이다

서서 와인을 서빙하기에 와인 잔이 높아야 비교적 수월하다.

또한 고대에는 와인에 허브, 벌꿀, 송진 등 다양한 허브를 같이 넣어 마셨다. 

그래서, 섞기 편한 넓은 잔이 필요했을 것이다. 

 

와인 잔의 기원은 교회의 성배이다.

중세 교회에서 예수가 마셨다는 성배를 재현했는데 그 형태가 지금 와인 잔의 기원이 되었다.

 

한편, 유리로 된 와인 잔은 15세기부터 등장한다.

당시에는 높은 온도에서 처리하는 기술이 없어서 유리잔이 약해서 자주 깨지는 바람에 상용화되지 못하였으나 점점 기술의 발전으로 

석탄으로 유리를 고온 가공하여 강도 높은 유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1700년대에 들어서는 유리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되며 강한 탄산의 압력을 버틸 만한  유리병이 나오게 된다.

바로 샴페인 병이다

샴페인은 병에서 2차 발효를 하기 때문에 탄산이 발생하며 이때 병이 그 압력을 견디지 못하면 터져버리기 일수인데

기술적으로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여 현대적인 샴페인 병이 개발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모엣샹동, 돔페리뇽 등 익히 알고 있는 유명 삼페인 하우스들은 18세기 이후에 등장한다,

 

근대에 와인 잔은 지금보다 상당히 작았는데, 바로 세금 문제 때문이었다.

1696년 명예혁명으로 왕이 된 윌리엄 3세는 국가재정을 충당하게 위해 창문에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창문세(window tax)가 바로 그것이로 납세자가 소유한 집의 창문 수에 근거해 부과했던 세금이다

원래의 목적은 큰 집을 가진 부자들에게 세금을 걷으려고 한 취지에서 만들어졌는데

이것으로도 모자라 1745년에는 유리잔에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 일명, 유리세(glass tax)로 

유리병은 물론 유리로 만든 와인 잔도 세금 징수의 대상이 되었다.

이에 상인들은 디자인을 변경하게 되는데 이 때 두꺼운 유리 손잡이는 얇아지거나 속이 빈 형태의 제품 디자인이 만들어지고 

전체적으로 와인 잔은  부피가 작아졌다.

유리세는 1845년까지 이어졌으며 창문세는 1851년 주택세의 도입으로 폐지 되기까지 무려 150년 동안이나 시행되었다.

이러한 세금제도로 말미암아 영국의 유리산업은 발달이 늦어지게 되었으며 

이러한 개념이 없었던 프랑스는 유리로 만든 와인 및 샴페인이 본격적으로 발전하여 산업화되었다.

 

1800년대의 와인 잔은 표면에 장식이 많았다.

귀족과 왕족들이 즐기는 화려한 연회의 상징이 되었기 때문이다

샴페인 잔은 넓고 얕은 잔에 따라 마셨다. 잔이 넓으면 탄산이 빨리 사라져 트림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와인 잔을 빈티지 와인 잔이라고 부른다

현대와 같은 와인 잔은 비교적 최근인 1950년 오스트리아 유명 유리 제조회사 리델(Ridel)에서 제작했다.

당시 이탈리아에서 기존과 다른 스타일의 와인 잔을 요청했고 고민 끝에 리델사는 유리의 두터운 감촉이 술 맛을 방해하지 않게 주입구를 앏게 제작하였으며

디자인 역시 서양배 및 달걀 모양으로 만들어 향을 모아주는 모양으로 만들게 된다.

 

사람들의 입소문도 한 몫해서 이 와인 잔으로 마시면 와인이 맛있어 진다는 소문이 퍼지게 되면서 성공적인 판매를 거두었다,

그러나, 모든 지역의 생산자가 마음에 들어 하지는 않았고

특히, 부르고뉴에서 좋아한 와인잔은 보르도의 생산자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이에 따라 지역마다 생산자가 추구한 맛과 향을 최대한 이끌 수 있는 맞춤 제작형 와인 잔이 탄생하게 된다 

보르도와 부르고뉴의 스타일이 달랐으며 샴페인과 화이트 타입 등이 분류되어 생겨난다

 

와인을 넣는 부분을 보울(bowl)이라고 한다.

보울이 깊고 클수록 표면에 닿는 면적이 넓고 휘발성 물질이 증발하여 향기를 맡기 좋기에 피노누아 같은 향이 풍부한 부르고뉴잔은 풍만한 형태로 만들어지게 되며

보르도 타입은 이러한 효과를 이끌어내면서도 너무 무겁거나 크지 않게 튤립형으로 조금 작게 만들어 졌다,

튤립스타일의 보울은 위의 입구가 좁아지는 스타일로 향을 가둬두어 오래도록 머물게 할 수 있으며 스월링을 통해 잔을 흔들며 향을 돋우기가 용이하고 코를 넣어 다양한 향을 집중해서 맡기 쉽게 만들어졌다,

보통  레드 와인은 보르도 스타일이 어울리며 특히, 까베르네 쇼비뇽에 최적화 되어있다.

 

부드러운 맛과 향을 느끼기 좋은 스타일은 부르고뉴 타입으로 범용성은 떨어지나 섬세하고 유려한 디자인으로 가격이 높다.

부르고뉴는 피노누아 포도 품종으로 레드와인을 만드는 데 까쇼와 달리 섬세한 산미와 과일의 복합적인 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날카로운 향보다는 부드러움을 최대한 이끌어내고자 둥근 형태로 만들었다,

 

화이트 와인잔은 보르도 타입과 비슷하나 다소 크기가 작다.

화이트 와인은 차갑게 칠링해서 10도 전후로 시원하게 마시기에 적당하며, 온도가 올라가지 않도록  적게 따르고 조금이라도 차가울 때 빨리 마시기 위해 크기를 조절한 것이다,

 

샴페인은 일반적으로 플루트잔이라고 한다. 플루트와 같이 길다란 형태를 가졌다 이 잔은 주로 스탠딩 파티에서 사용되기 위해 고안되었다,

샴페인은 파티나 축제에 주로 마시는 와인이다 보니 테이블에 잔을 놓기 보다는 서서 스탠딩으로 즐기다 보니 잔이 크면 부딪히거나 이동 시에 와인이 흐를 수 있기에 폭이 좁고 높은 잔을 쓰게 된 것이다

또한 발포성 와인인 만큼 끊임없이 올라오는 기포를 생성하기에도 폭이 좁은 것이 유리하다. 아름다운 기포가 샴페인 잔에 올라오는 것만큼 황홀하고 아름다운 것은 없다.

 

다리가 없는 스템리스 잔

와인잔에 스템이라는 다리가 번거롭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해결한 제품이다, 최근 스템리스 와인잔도 인기를 끌고 있다,

 

와인을 즐기기 위해 이렇게까지 따져가며 마셔야 하는지 비판적인 의견도 있을 수 있다.

일종의 마케팅 수단으로 굳이 필요없는 것을 종류별로 사다 놓아야 하는 경제적인 불만이다.

하지만, 열정적인 와인 애호가라면 잔에 따라 달라지는 와인의 맛을 직접 느껴보면서 경험해보는 것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와인이라는 것이 심미적인 측면이 있는 예술(?)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적어도 나에게 와인은 알코올이 아니라 영감을 주는 아트이다.

 

한 가지 더 추가하고 싶은 것은 와인 잔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와인을 마시는 음용 방법이다.

원샷이라고 하며 바로 쭈욱 들이키는 와인 문외한은 없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적어본다.

 

1단계 와인의 빛깔을 탐미한다.

2단계 와인의 향을 코로 맡는다. 

3단계 와인을 머금고 3초를 혀로 굴린다.

4단계 와인을 삼킨다.

5단계 마신 후 남겨진 느낌에 집중한다.

 

와인은 시간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브리딩이라고 하여 공기와 접촉하면서 와인도 숨을 쉬며 휘발성 물질들이 날라가고

비로소 깊고 오묘한 맛을 열어준다.

첫 모금에 와인을 감별할 수 없는 이유이다.

처음에는 알콜이나 타닌이 강하게 느껴진다.  혀의 미뢰세포에 강한 충격을 주기에 그 부분이 도드라져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첫 모금을 맛보고 다시 1~2분 후에 두번째 음용을 통해 맛의 느낌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

스위트 함과 드라이 함의 정도를 첫모금에 먼저 느끼고 과일의 풍미와 아로마가 느껴지는 지 두번 쨰에 음미해보고,

그 다음에는 와인의 농도에 따라 라이트, 미디엄, 풀바디 등의 바디감을 느껴본다.

와인을 기록하는 일지를 만들어, 라벨을 사진 찍고 그때 그때마다 나만의 시음노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와인도 '아는 만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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