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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Oct 08. 2021

쇼비뇽 블랑은 왜 뉴질랜드가 유명할까?

까베르네 쇼비뇽하면 레드 품종의 대표선수 격이며

쇼비뇽 블랑하면 마찬가지로 화이트 품종의 대표이다.

'블랑'은 블랙이 아닌 화이트를 뜻하는 프랑스어 이다.

우리가 잘하는 스위스의 몽블랑은 바로 사계절 내내 흰눈으로 덮여있는 바로 그곳임을 기억하면 '블랑'이라는 단어가 쉽게 외워질 것이다.

 

여기까지는 와린이도 아는 이야기이니 각설하고 넘어가자.

와인의 품종을 익혔으면 그에 알맞는 기후를 가진 나라 또는  지역 명칭을 아는 것이 순서이다.

그럼 쇼비뇽 블랑하면 어느 나라가 대표일까?

 

까쇼이든 쇼블이든 원조를 따지자면 프랑스로부터 기원했으나 이 품종을 자국으로 들여와 토착 재배에 성공한 나라를 따지자면 얘기가 달라지게 된다.

따라서, 쇼비뇽 블랑의 대표적 생산국가는 바로 뉴질랜드 이다.

 

와인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처음에는 주로 화이트 와인을 마시게 된다.

떫떠름하고 시큼한 레드와인 보다는 가벼우면서도 향기로운 화이트 와인이 비교적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와인의 문화가 대중적이지 않았던 2천년대 초반에는 화이트 와인의 판매비중이 70%가 넘었으나, 와인의 문화가 성숙하기 시작하면서 좀 더 묵직하고 복합적인 향을 즐기는 레드 와인 소비층이 생겨나기 시작하였다.

지금은 다시 화이트로 돌아오는 듯한 느낌이다.

육류의 소비가 줄고 건강을 생각하는 차원에서 돼지고기 및 가금류, 생선 등을 먹다보니 그와 이상적인 마리아주를 이루는 화이트 와인 비중이 점차 늘어나게 되는 것도 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와인은 물론 '떼루아' 라는 복합적인 환경의 요소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떼루아에서 토양의 조건 만큼이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날씨이다.

화이트 와인은 적당한 산미와 풍부한 과실향이 특징으로 기분좋은 청량감이 있다.

마치 여름날의 햇살처럼 쨍하면서도 상큼 발랄한 느낌이다.

 

뉴질랜드는 쇼비뇽 블랑이 익어가는 여름철 하늘의 오존층이 가장 앏다.

일명, 오존 구멍(ozon hole) 이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구멍처럼 뚫린 것은 아니고 그만큼 얇아진다고 한다.

대기에서 자외선을 그만큼 많이 받고 남반구의 특성상으로도 햇빛의 투과량이 높아진다.

햇빛을 많이 받게 되면 포도 나무 열매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항균물질을 더 많이 내뿜게 되고 여기서

독특한 향과 풍미가 생기게 된다. 마치 깻잎의 향이 해충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낸 스파이시 향인 것 처럼 말이다.

 

햇빛과 함께 중요한 것은 기온인데 뉴질랜드는 일교차가 크며 건조하다.

따라서 당분이 농축되어 잘 익은 열대 과실, 패션푸르츠,구아바 등의 풍미를 느낄 수 있다.

 

1970년대까지 뉴질랜드의 와인은 북섬에서만 만들었으나 73년 몬타나가 남섬을 개척하면서 말보로(malborough)에 정착하게 된다.

잇따른 와인 메이커의 실험과 혁신으로 뉴질랜드의 쇼비뇽은 점차 발전하게 되며 1986년 영국 선데이 타임즈 빈티지 페스티벌에서

어니 헌터(Ernie Hunter)의 쇼비뇽 블랑이 13개국 350종의 와인 중에서 비 샤르도네 부문 최고의 와인으로 3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다.

그 때부터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뉴질랜드의 쇼비뇽 블랑은 유명한 영국 평론가, 오즈 클라크의 세계 최고라는 찬사에 힘입어 더욱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누구나 한 번 쯤 마셔봤을 브랜드인  '클라우드 베이' 또한 '파리의 심판'을 쓴 조지 타버에 의해 극찬의 평가를 받고 와인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다.

 

쇼비뇽 블랑의 강렬한 풍미를 결정짓는 요소는 과연 무엇일까?

 

뉴질랜드의 와인 생산자들은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왜 말보로의 쇼비뇽 블랑이 강한 개성을 갖게 되었는지 분석을 하게 되는데,

여기서 '티올' (Thiol) 이라는 성분을 발견하게 된다.

티올, 또는 싸이올이라고도 불리는 이 성분은 포도에 있는 성분이 아니며 발효 중 효모에 의해 만들어진다.

뉴질랜드의 강한 햇빛이 포도로 하여금 이 성분이 만들어질 수 있는 전구체를 많이 생성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농도가 높아진다.

티올 성분이 많으면 자몽, 패션프루츠 등의 열대과실 향이 나면서 환상적인 밸런스를 갖춘 쇼비뇽 블랑이 탄생하게 된다.

 

 

수묵화 같은 레이블이 인상적인 Cloudy Bay

 

안개가 자욱히 낀 산의 풍경이 동양적인 선과 여백의 느낌을 주어 신비롭기까지 한 이름, 클라우디 베이.

제임스 쿡 선장이 처음 이 곳 뉴질랜드의 남섬에 도착하면서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 이루는 안개를 보고 이와 같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클라우드 베이를 설립한 데이비드 호넨( David Hohnen)은 원래 호주의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어느날 뉴질랜드 와인 메이커로부터 쇼비뇽 블랑을 물받고 그 맛에 반해 뉴질랜드의 말보로 지역에 또 하나의 와이너리를 창립하게 되었다.

흥미진진한 실험을 통해 와인의 품질을 끌어올리고 와인 평론가를 통해 마케팅에 성공한 클라우디 베이는 많은 매니아 층을 만들며 질랜드를 세계 와인 지도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만든 주역이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마셨던 클라우디 베이의 첫경험을 잊을 수 없도록 만드는 강한 힘이 있다.

보통의 쇼비뇽 블랑이 헥타르당 15톤을 수확하지만 클라우디 베이는 8톤으로 소량 생산하여 좋은 포도를 선별한다.

뉴질랜드 전체로 보아도 1.5%가 되지 않으며 한국으로 수출되는 양 또한 제한적이어서 늘상 품절을 빚는 와인이다.

현재는 명품 샴페인 하우스인 뵈브 클리코를 거쳐 루이비똥 모엣헤네시 그룹인 LVMH에 인수되었다.

 

이름 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의 Russian Jack

 

러시안 잭은 '길위의 신사' 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실존 인물 ' 바렛 크루먼'(Barrett Crumen)의 별명이다.

어느날 그는 배에 실려 우연히 뉴질랜드 웰링턴에 도착했고, 이후 와이라라파에서 53년간 땅에서 덤불을 거둬내 비옥한 땅을 일구었다.

그 땅에 마틴 보로 포도원이 생기면서 뉴질랜드 와인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된다.

그를 기념하는 동상이 세워질 정도로 혁혁한 공로를 인정하여 마틴 보로 메이커는 그의 별명을 기려 와인 레이블을 완성하였다.

마틴 보로가 속하는 지역은 서늘한 기후로 인해 숙성기간이 길어지며 덕분에 더욱 농도 짙은 과실향이 표현된다.

 

말보로의 가장 성공한 와이너리, 빌라 마리아

 

와인 스펙테이터 선정 '세계의 위대한 와인 생산자 50'에 들어가는 빌라 마리아.

이민자 출신의 차남, 조지 피스토니치(George Fistonich)는 유럽의 향수를 일으키면서 부르기 쉬운 이름으로 '빌라 마리아'를 설립했다.

설립 초기부터 와인의 품질과 가치를 높이기 위해  혁신적인 공법을  개발하며 가족 경영 방식으로 이어져오고 있다.

2010년  쇼비뇽 블랑을 유기농법으로 재배하기 시작하여 2012년에 바이오그로(Biogro) 인증을 받았다.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환경을 생각하여 포도를 재배하는 빌라 마리아의 와인은  깔끔한 맛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꾸준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고 있는데

2020년 셀라셀렉션 (Cellar selection) 이 New World WIne 금상을 수여하여 객관적인 품질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새롭게 출시된 빌라마리아 어스 가든 (Earth Garden) 은 이름처럼 생기 가득한 야생화의 느낌으로 꿀과 복합적인 아로마가 정원처럼 펼쳐진다.

 

2020년은 뉴질랜드 최고의 빈티지로 작황이 좋아 더욱 섬세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가격대도 3~4만원에 즐길 수 있으니 몇 병 KEEP 해두려고 한다. 습도가 높아지는 비오는 날, 파전 같은 부친개와 함께 어우러져도 최고의 맛을 선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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