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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Jul 30. 2021

까페족인 나는 어느날 카페에 취직을 하게되는데

 면접보는 요령. 취직하는  노하우

카페는 늘 나의 일상과 함께 하는 곳이다.


아침이면 갈 곳이 없는 나에게 카페는 출근 도장 찍 듯이 가는 아지트이며,

넷플릭스를 보는 영화관이며, 책을 읽는 도서관이었다.

특별히 약속이 없는 날에도 카페에 앉아 느긋하게 크라상과 카페라떼 한 잔을 마시는 것은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되었다.



아침의 출근시간에서 점심시간까지의 카페는 비교적 한산하다.

노트북 하나로 일을 하는 디지털 유목인들이 커다란 책상 테이블에 모여 앉아 일을 한다.

동료 아닌 동료 의식을 가지고 다들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며 자신의 일에 몰두한다.

키보드의 경쾌한 리듬과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치익하는 증기의 소리가 공기를 가른다.


오늘은 뭔가 다른 미묘함이 마음의 대기를 훑고 지나간다.

어차피 매일아침 올 거라면 카페에 취직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다소 생뚱맞은 생각이 든다.

지난 밤 티비 광고에서 스치 듯 보았던 잡코리아가 떠오른다.

즉흥적으로 검색을 해본다. 카페의 채용 공고는 의외로 많았다.

다만 경력의 문제인데 경력자 우대의 조건을 명시한 곳도 있었고 경력무관 성별무관 학력무관의 공고도 있었다.

바리스타 라고 특별한 자격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홀 서빙은 더구나 자격증 자체가 없다.


첫번째 나의 관심을 끄는 곳은 베네치아 카페였다.

유럽여행 중독자인 나에게 베네치아는 성지와 같은 곳이 아닌가.

왠지 느낌이 좋았다. 게다가 이 까페는  요트선착장에 있는 한강 뷰가 좋은 곳이었다.

베네치아의 곤돌라가 아닌 요트가 즐비한 이곳 카페에서 일을 한다니 로맨틱한 상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일상의 권태로움이 지칠 때마다 나는 이유없이 한강을 찾곤 하였다. 강변을 따라 산책하고 시원한 강바람을 맞는 것은 상쾌한 힐링을 맛보기에 충분했다.

여행이 금지된 지금 한강의 요트는 충분히 여행의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꽤 유효한 수단이 된다.


이런 저런 상상 속에 이력서를 작성하고 보낸 지 불과 한 시간 정도 지났을까 바로 문자로 연락이 온다.

면접을 바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당연히 아무 스케줄이 없는 나는 바로 찾아갈 수 있다고 답하였다.

오후2시 한가한 시간에 면접이 잡혔다.

마음은 한 없이 들뜨고 이상하게도 전혀 긴장이 되거나 걱정이 되거나 하지 않았다.

요트를 타는 것처럼 마음이 붕붕 떠서 발걸음이 경쾌하게 느껴졌다.


면접을 볼 기회만 얻을 수 있다면 나는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다른 건 몰라도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사람의 시선을 끌고 긍정적인 인상을 주는 것에 자신이 있었다.

특히 나는 요즈음 긍정일기, 명상, 잠재의식 훈련 등에 관심을 갖고 있었기에 더욱 자존감이 높아져 있었다.

자존감은 자신이 스스로를 존중하는 태도이다.

그것은 타인이 높여줄 수 없고 반드시 자신이 스스로 채워야하는 감정이다.

내가 나에 대해서 믿음을 가지게 되면 그것이 반드시 외적으로 드러나게 되어있고 타인은 그것을 의식한다.

언제 어디서나 당당한 태도로 임하면 그것이 여유로움이 되고 타인을 대할 때도 자신감이 붙는다.


면접관으로 나온 점장은 당연히 나보다 훨씬 어린 30대였다.

젊음 특유의 싱그러운 웃음이 친근감을 갖게 했고 사람을 좋아하는 선한 인상이 얼굴에 드러났다.

나에게 엘레강스 하다며 오히려 화술을 배워야 할 것 같다고 칭찬을 한다.

나는 요즘은 젊은 사람한테 나이 든 사람이 배워야하는 게 더 많다고 손사래를 친다.

그리고, 이 곳이 첫번째 연락이 온 곳 이라며 말하자 그럼 다른 곳도 면접을 보시겠네요 한다.

나는 이 곳 근무환경이 마음에 들고 위치도 좋아서 최우선적으로 고려를 할 것이라고 말하였다.

나름 성공적으로 면접을 끝내고 기분 좋게 발길을 돌리는데 여기 저기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있다.


구직 사이트를 잘 이용해보지 못해서 몰랐는데 이력서를 등록하면서 공개 설정이 되어 구인을 원하는 곳에서 연락이 온 것 이었다.

나는 통화를 해 본 후 그 중 내 관심사가 있거나 적어도 호기심을 일으키는 곳 몇 군데를 추려서 방문하기로 하였다.

면접은 회사도 보지만 나 또한 그 회사를 면접본다는 생각으로 방문하여 거침없이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면접관들도 똑같이 그렇겠지만 몇가지 질문을 해보면 해답은 쉽게 나온다.

내가 하는 질문에 얼마나 정확하게 답변을 할 수 있느냐 인데 뭔가 숨기는 구석이 있으면 대답이 부자연스럽고 얼버무리게 된다.

어떤 회사는 말로 여기서 설명할 수가 없으니 교육을 받으면 더 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하는 회사가 있었다.이런 곳은 투명하지가 않기 때문에 패스이다.

기본급에 대해서도 나는 분명한 질문을 한다. 시급이든 월급이든 정확한 기준을 가지고 체계를 설명해야 되는 것이 회사 쪽의 책임이다.

여기서 하기 나름이라는 둥, 기본급은 없지만 보조적인 방법이 있다는 듯 핵심을 흐리는 것은 그 사람의 판단을 홀리게 하는 무책임한 답변이다.


대부분의 카페 알바는 기본적인 시급 수준이었지만 베네치아는 까페면서 간이 식사를 겸하고 있는 캐주얼 다이닝이라 시급조건이 좀더 높았다.

바리스타의 구분이 없고 홀서빙과 주방 보조의 역할도 들어가 있었다.

나는 오히려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요리라고 해봐야 파스타를 만들거나 피자를 굽는 것이 전부이다.

여기 있는 동안 커피나 빵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다고 점장님이 인심좋게 말한다.

먹는 인심이 좋아야 인상도 좋아진다. 특히 나는 그렇다.

나는 살기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어쪄면 먹기 위해 사는 것인지 모른다.

생존으로 먹는다면 그것이 동물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고 나에게 음식은 문화이기 때문에 인간의 가치를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돈을 버는 것도 어쩌면 더 잘 먹기 위한 것이다.


결국 카페에 채용이 최종적으로 결정되었으며 며칠 후 부터 나는 카페로 출근을 한다.

나에게는 또다른 목표가 생겼다.

베네치아의 이름에 이끌렸 듯 나는 여기서 돈을 모아서 진짜 이탈리아 베네치아를 여행할 것이다.

지중해 무역으로 번성했던 베네치아 공화국, 백 년이 넘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플로리안이 있는 그 곳,

괴테와 헤밍웨이, 카사노바도 즐겨찾았던 그곳에서 에스프레소 콘파나를 마시는 상상을 해본다.


내가 상상하는 것은 무엇이든 현실이 된다.

현실이 눅눅한 것은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상상력이 부족해서 이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그 만큼만의 행복을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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