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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나 Aug 01. 2021

카페 바리스타의 생존 일기

카페에서 일하면 벌어지는 것들


페로 출근한 지 일주일이 지나자 이상하게 나는 점점 경직되어가고 긴장되는 모습을 스스로 느꼈다.

처음에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커피를 내릴 수 있다는 희망과 멋진 바리스타의 모습만을 상상하며 설레임에 젖어있었다.

모르는 것은 당연했고 서툰 것은 처음이니 그러려니 하고 이해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사소한 것들이 여전히 시정되지 않고 머리 속에 입력되지 않아 순서를 헷걸리거나 실수를 하는 일들이 생겨났다.

처음부터 포스에서 오더를 받다보니 손님이 들어오는 것을 보기만 해도 바빡 긴장이 되어 어깨가 올라가고 뒷목이 뻣뻣해졌다.

고객한테는 그런 것을 내보이지 않게 애쓰며 밝은 톤과 상냥한 목소리로 태연하게 주문을 받았다.

그 점 하나는 점장님도 인정했다. 설령 뒤에서의 움직임은 허둥되고 당황을 하더라도 고객 앞에서는 침착하고 오더에 실수가 없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점 하나만을 인정받은 것 뿐이었다.

남들은 마치 자석인 것처럼 척척 끼우는 포터 필터 조차 균형맞게 장착하지 못하고 무게의 영점을 맞추는 것도 얼음의 양을 적당히 하는 것도 잘 몰랐다.

커피를 내리기 위한 동작은 사실 간단해 보여도 커피의 종류 만큼이나 순서가 복잡하다.

아메리카노는 물을 받는 것이 먼저이고 그 다음이 샷이다.

바닐라, 카라멜 등의 향 커피는 시럽을 먼저 그 다음 샷, 물의 순서이다.

라떼의 경우는 아이스는 우유 먼저 따르고 샷을 내리고, 핫은 우유를 50도로 스팀하여 샷 위에 밀크폼을 올린다.

카페에서의 메뉴는 물론 커피만이 아니다, 과일 주스에 레모네이드, 음료 까지 더하면 수십 종류가 훌쩍 넘어가며 매일 나오는 빵의 이름도 외워야한다.

그래도 카페인데 식당 보다야 일이 쉽고 깔끔하겠지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정말 왠만한 분식집 맞먹을 정도로 메뉴가 넘쳤고 일은 정교해야 했다.

 

지난 주와 달리 경직된 내 모습을 보며 점장님이 조용히 불러서 상담을 한다.

모르는 것은 당연하니 무엇이든 물어보고 하도록 해요.

일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워크이기 때문에 여기 스텝들과도 잘 지내면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중요해요.

어린 친구들이고 내성적이기 때문에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마음 열지 않을 거에요...

일도 벅찬데 20대의 아이들과 친구처럼 스스럼없이 대해야 하는 것도 감당하기 어렵다.

오히려 지난 주엔 어색함을 벗고자 애드립도 치면서 농담도 하고 불편하지 않게 내 쪽에서 먼저 말을 걸었는데

이번 주에는 일에 대한 긴장감으로 내 자신이 예민해지면서 한 마디도 쉽게 내던지지 못했던 것이다.

농담이나 할 때가 아니었고 일에 대한 집중으로 실수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두마리 토끼를 잡아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20대 초중반인 다른 스텝들은 무척 친절하고 인성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점장님이 항상 웃으면서 유머러스하게 분위기를 이끌어가기에 스텝들도 유쾌하게 일을 즐기면서 한다고 느꼈다.

나는 진짜 궁금했다. 어떻게 저렇게 한결같이 웃을 수 있을까.

그런데... 며칠 있다보니 다른 면이 보였다.

어쩌면 내가 그런 편견을 갖게 된 건지도 모르겠지만.

점장 앞에서 엄청 분위기를 띄우고 맞춘다. 일도 티 나도록 잘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티 나도록' 이다.

나는 쓸데없는 곳에서는 티 나도록 하고 정작 중요한 곳에서는 티가 나지 않는다.

점장님도 나에 대해서는 점점 기대를 낮추는 것 같았다. 앞으로 커피는 하지 마시고 오더만 계속 받으세요.

다른 커피숍에서도 처음부터 커피를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나는 마치 한 직으로 물러난 것 같은 느낌으로 울적했다.


그런데 다음날 전혀 예기치 않았던 반전이 생겨났다.

중간정도 서열의 친구가 나오지않았다.

어제까지 누구보다도 밝은 모습으로 웃으면서 항상 주위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이쁜 그 친구의 말이

다시금 오버랩되었다.

' 나 내일부터 짤려서 안나올지 몰라'

농담인 듯 진담인 듯 했던 속내를 알 수 없었다.

지난 번에 내가 여기 친구들이 정말 인성이 좋고 착한 것 같다고 말하자 점장은 한 사람은 아니라고 했다. 문득 그때 한 사람이 떠오르긴 했다.


점장은 바로 나를 휴게실로 불러서 이번 일을 상의하고는 주말에 나와달라고 부탁한다.

한 명은 가차없이 아웃이 된 것이다.

나는 내심 마음이 기뻤다. 한 명의 경쟁자가 사라진 것이다.

나도 내 마음에 이런 변화가 생기는 게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제 마음이 다시 편안해졌다.

평소라면 주말 근무를 달가와했을 내가 아니었지만 이제는 일을 더 적극적으로 하고 싶었고 빨리 익숙해지고 싶었다.

그리고 나만 주말휴무라는 특혜 아닌 특혜를 받는 것,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 때문에 어린 친구들 보기가 창피했기 때문이다.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 된 것 같아 더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점장은 다시 커피도 내리라고 지시한다.

나는 다시 신바람이 났고 일을 한다는 것이, 특히 커피를 만든다는 것이 너무도 즐거웠다.

쓰으윽 커피의 원두 가는 소리, 치익하는 증기압 소리, 스팀을 만드는 우유거품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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