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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27. 2023
그대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완벽한가 -1
유명 웹툰작가의 특수교사 아동학대 고발사건에 관하여
서이초의 선생님께서 고통스럽게 세상을 떠나신 일이 도화선이 되어 전국의 교사들이 홀로 삼키며 참아왔던 학교 현장의 고충과 민낯을 가감없이 공개하고 있다. 지금이야 내가 천운으로 지지적인 학부모님들과 함께 학급을 운영하고 있으나 서이초 선생님의 일이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다른 요인도 아니고 그저 '학생과 학부모 운빨'에 따라 그 해 교육활동의 자율성이 보장되느냐, 보장되지 못하느냐가 정해지는 것도 너무나 비상식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나 뿐만이 아니기에 생업에 치여 피하기만 했던 교사들이 이제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으로 특수교사로서 자조적인 생각도 했다. '이제서야 초, 중, 고교 교사의 교권 회복이 이슈가 되고 있으니 특수교사는 10년 뒤에나 제대로 이루어지겠구나ㅎ'. 특수교육은 교육의 변방이다. 등한시 되는게 서럽고 속상하지만 특수교육의 수요자 규모는 일반교육의 수요자 규모와 비교가 되지 않을만큼 적어서 발생하는, 당연시 해서는 안되지만 어쩔 수도 없는 문제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유명인께서 불도 붙지 않았던 심지에 불을 붙여주셨다. 여느때처럼 논의와 언급의 대상에서 아예 제외되고 넘어갈뻔한 특수교사의 교권 문제를 다룰 수 있는 귀중한 계기를 마련해주셨다. (설마 이걸 진심 감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소송 중인 선생님께서는 피 말리는 고통의 시간을 감내하시는 중일테다.)
전국민적 이슈에 말 얹어서 관심받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으나 너무 답답해서, 이렇게라도 나의 생각과 의견을 표현하지 않으면 천불이 나 속이 타들어갈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특수교육 전공자로서, 현장의 특수교사로서 평소 느끼고 있던 바를 이 기회에 찬찬히 풀어보고자 한다. 그렇다고 어줍잖은 전문성을 무기로 모든 특수교사의 의견이 나와 동일한 양 대변할 마음은 없으며, 이 사안에 대해 특수교사에 대한 무조건적인 동의와 지지를 이끌어내려는 것도 아니며, 특수교육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계몽시키겠다는 원대한 목표를 가진 것도 아니다.
그저 사람들이 다양한 입장을 접할 기회가 많아진다면, 열린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좀 더 생기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뭐라도 좀 나아지지 않을까. 이런 소박한 기대를 품어볼 뿐이다.
1. 돌발행동: 그런 용어는 특수교육에서 사용하지 않습니다만.
유튜브 커뮤니티에 올리신 입장문을 보니 재밌는 단어를 쓰셔서 안 짚고 넘어갈 수가 없었다. '돌발행동' 이라는 단어만으로도 이 학부모가 자신의 자녀의 행동을 얼마나 가볍고 안일하게 치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먼저 '돌발'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의 뜻은 '뜻밖의 일이 갑자기 일어남.' 이다. 그렇다면 사전적 의미에 기반하여 해당 행동을 살펴보자.
첫 번째, 뜻밖의 일이었는가? 아니다. '우리 아이가 학급의 사회적 상황에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하겠구나.' 부모가 더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입장문에도 나오고 있지 않은가. "저희는 돌발행동이 있을 때 상대 아동 및 부모에게 적극적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려 노력하였습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일이 꾸준히 있었음을 추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당시의 행동은 뜻밖의 일이 아닌데? 흐음.
두 번째, 갑자기 일어났는가? 아니다. 갑자기는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급히' 라는 뜻의 단어이다. 물론 상황 자체는 선생님이 제지할 수 없을만큼 순식간에 벌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히 평소에도 학교 생활 중에 조짐이 있었을 것이다. 이전에는 눈길 한번 안주고 쳐다보지도 않았던 아이를 향해 갑자기 바지를 내렸을까? 단언할 수 있다. 평소에도 피해 학생과 잦은 접촉이 있었을 것이며 이 학생의 인격을 훼손할만한 행동을 했을 것이다. 다만 그 때는 자폐성 장애가 있음을 고려했을 때 어느 정도 참작과 수용이 가능한 정도의 행동이어서 통합학급 교사 및 특수학급 교사의 지도와 피해학생 및 학부모의 이해, 가정 내 지도편달 정도로 마무리 되었을 것이다. 대형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등장하는 하인리히의 법칙을 알고 있을 것이다. 큰 사고는 단번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동일한 원인으로 수십 차례의 경미한 사고와 징후가 나타난다는 내용의 통계적 법칙이다.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에서도 이 법칙은 동일하게 적용된다. 웹툰작가의 주장대로 갑자기 일어난 일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자녀의 행동은 '돌발행동'이라고 볼 수 없으며, 입장문에 이렇게 표기한 작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입장문에 돌발행동으로 적는게 아니라 '문제행동' 또는 '도전적 행동'으로 적었어야 했다.
오해는 마시라. '문제행동' 이라는 용어는 내 개인적 감정이 개입된 용어 사용이 아니다. 긍정적 행동지원(PBS)에서 우선적으로 수정이 필요한 학생의 행동이 무엇인가를 평가할 때 객관적으로 사용하는 용어이다. 문제행동은 그 심각성에 따라 (심각성을 판단하는 기준: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끼치는 해,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 긍정적인 사회적 관계나 수용에 있어서 방해 등) 1순위 파괴행동, 2순위 방해행동, 3순위 경미한 방해행동으로 나뉜다. 그리고 요즘에는 문제행동의 어감이 보통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의견이 있어 이를 대체하는 표현으로 '도전적 행동'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웹툰작가의 자녀가 일으킨 행동은 문제행동이자 도전적 행동이 맞다. 부모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문제를 직시하는 것이 올바른 해결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방어적인 태도로 자녀의 객관적인 상태를 외면해서는 자녀의 행동이 개선될 수 없다. 전 국민에게 공개하는 입장문에서조차도 내 아이 감싸기에만 급급한 태도를 감추려는 노력이 보이지 않아서, 이 학생을 지도한 특수교사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마음이 아팠다.
2. 특수교육 대상자: 어? 장애인과 다른 점이 뭐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