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올림단상

10000취

마음 가는 대로 in 만취

by 최올림


“형, 제가 좋아하는 것 알죠?... 아시죠?”

“많이 마셨구먼~ 알지~~~ 들어가~~~ 라”


왜 평상시 고백(?)하고 표현해도 될 텐데 우리들은 꼭 술이 올라야 전화를 하고 / 문자를 보내고 / 톡을 보낼까요... 그리고 꼭 확인하고!!


아마도 취기를 빌려 자신의 뻔뻔함 내지 창피함 혹은 민망함을 숨기고(사실 숨긴 게 아니라 자기만 그 느낌이 없는 일종의 심리적 모르핀 투여가 맞겠지요..) 독백에 가까운 속사포 멘트를 날리곤 합니다


그리고 어김없이 다음날에 일종의 흐리멍텅 상태에서 어젯밤 일을 복기하고, 애써 기억하려 노력하고 다행감과 당혹감을 동시에 갖고 또 하루를 살아갑니다


100취는 좀 모자라고,

1000취는 발음처럼 약간 바보스러워지고

10000취가 돼야 비로소 내 안의 나를 끄집어냅니다

어학사전을 찾아보면 ‘만취’(漫醉/滿醉)란 술에 잔뜩 취함이라고 나오는데 말 그대로 정량이 꽉 찼다는 것이죠~ 고로 더는 들이키면 안 되지만 우리는 가끔 이 종량제를 못 이기곤 합니다 (발동 걸렸다고 표현하죠~)


시지푸스도 아닌데 왜 마시고 후회하고 후회하고 마시고 이 패턴을 무한반복하는 걸까요?


쳇바퀴도 아닌데 왜 그 안데 들어가 되돌아오는 도돌이표 부메랑처럼 계속 올라타는 걸까요?


그럼에도 반복하는 이유는 10000취가 주는 미묘한 ‘맛’이 있기 때문일 듯합니다


코로나 시대라 10시면 자연스레 아니 21:45부턴 옷매무새도 가다듬고, 계산서도 확인하고. 화장실 볼 일도 보고 정리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 듯합니다


오늘 한 잔 계획 있으신지요? 좋은 사람들, 비즈니스 연장선, 가족과 친구 아님 혼술..


비가 옵니다. 약간은 센티해집니다. 어제 마셨으니 전 오늘 쉬겠지만 드시는 분들, 바로 그 10000취의 매력에 흠뻑 빠져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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