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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의 일상

아침 산책을 하며 오감을 느끼다

by 봄날의 소풍

우리 동네엔 4.3킬로미터쯤 되는 산책 코스가 있다.아침 7시 쯤 넘어 산책을 시작한다. 내가 하루 중 가장 사랑하는 시간이다.마침 오늘은 햇빛도 없고 선선한 5월의 아침이다.


우선 초록과 연둣빛으로 펼쳐진 나무들과 녹음이 나의 하루 출발을 반겨준다.상쾌하고 푸른 기분은 바로 이런 것을 말할 것이다.사이사이 알록달록 흰빛까지 예쁜 꽃들은 나이드신 어르신처럼 나로 하여금 발길을 멈추게 하고 꼭 사진을 찍게 만든다.4월의 산수유부터 시작된 꽃의 향연들은 악장이 끝없이 이어진 잔잔한 교향곡같다.예전엔 몰랐다.내가 이렇게 꽃을 좋아하는 줄 말이다.


목련.백일홍,벚꽃,개나리,목련,진달래,철쭉,꽃창포,황매화,맨드라미,데이지,메리골드,아카시아,수국,목단,작약,은은한 향기의 이팝과 조팝나무,꽃다지,애기똥풀,산딸나무,아카시아와 라일락, 이제 막 피어오르기 시작하는 각양각색의 장미까지…장미를 보면 예전에 집마당에 핀 장미를 한송이 꺾어 물병에 꽂아 주며 “우리딸 생일축하해~”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우리 아이들도 엄마가 했던 가시같은 말보다는 꽃봉오리 같은 예쁜 말만 기억되기를 바란다.


개천이 졸졸 흐르면 물소리도 찰랑찰랑,졸졸졸 귀엽다.가는 길엔 아침 잠 없으신 어르신들을 볼 수 있다.씩씩하게 걸으시는 할아버지부터 살포시 걸어가시는 할머니,이제 60좀 넘어가는 아줌마,아저씨들도 보인다.과거에 분주한 아침들을 보냈던 그들이 이제는 여유있게 산책을 한다.오후에 북적거릴 상가들은 아직 문을 안 열었다.오늘은 또 어떤 하루가 될까..길도,가게들도,나무들도 생각을 하는 듯 하다.


좀 가다보면 본격적으로 조깅을 하는 30,40대들이 보인다.나름 복장을 장착한 싸이클 타는 사람들,무리지어 런닝을 하는 청년들도 보인다.참 건강해 보인다.슬슬 출근하는 사람들이 보인다.전철이나 버스를 타러 가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지친 표정들이다.마음속으로 그들의 하루를 응원해준다.한낮의 더위와 사람들의 북적임을 피해 아침부터 공사를 시작하는 곳도 보인다.시청에서 나온듯 한 가로수 잡초 제거하시는 분들도 보인다. 황토길을 맨발로 걷는 사람들도 보인다. 주어진 자연,사람이 만들어가는 생태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일상의 아침이다.


생활복을 입은 중고생들이 슬슬 나온다.사귀는지 남녀학생 둘이 알콩달콩 거리며 손을 잡고 가기도 하고, 머리에 구루프를 말은채 거울보며 가는 여학생도 있다.잠이 덜 깬듯 까치머리를 하고 개슴츠레한 눈을 뜨고 가는 남학생들도 보인다.좀 가다 보면 삼삼오오 손을 잡고 학교가는 초등학생들이 보인다.예쁜 옷을 입고 머리를 묶고 재잘재잘 떠들며 가는 예쁜 아이들이 보인다.엄마손을 잡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가는 2학년 쯤 되어 보이는 꼬맹이도 모인다.옆 아파트 단지에서 우루루 나오는 초등학교 아이들을 보면 짹짹 거리며 날아가는 참새들보다도 더 쌩썡하다.


산책을 하면 오감이 행복하다. 나무와 꽃들과 풀들이 주는 싱그러움이 눈에 보이고,새들의 쉴새없는 노래가 들리면, 풀냄새 꽃내음이 향기롭다.볼에 스치는 상쾌한 바람은 땀을 식혀주고, 걸으며 마시는 물 한 모금은 탄산수보다 상큼하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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