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과 곡선에서
아침이 주는 상쾌한 공기와 바람 냄새를 느끼며 걷거나 뛰는 운동은 참 좋다. 운동이랍시고 나름의 안위를 주는 내 몸을 위한 일종의 착한 일이다. 그런 면에서 내내 뛰는 마라토너들은 참 대단하다. 아직 5km도 내내 못 뛰는 체력이 한심하긴 하지만 언젠간 뛰는 구간을 더 늘려야겠다는 다짐을 늘 한다.
길은 두 종류가 있다. 곧은길과 굽은 길. 운동장의 트랙과도 같다. 주로 곧은길은 뛰고, 굽은 길은 걷는다. 곧은길은 뛰기에 좋은 길이고 굽은 길은 걷기에 좋은 길이었다. 앞으로 쭉 뻗은 길은 뛰기에도 쉽다. 굽은 길은 몸도 기울어지고 트랙을 의지해야 한다. 살면서 쉽고 편안한 일은 빨리빨리 해치우는 반면, 복잡하고 힘들수록 여유 있게 가는 것이 필요하다. 뭔가 일이 진행될 때 휘몰아치게 빨리 진척이 되는 일을 끝내면 빠른 시간에 많이 도달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곱씹어보고 고민과 고찰을 해야 하는 일을 겪고 나면 속도감이나 전진감은 좀 떨어지지만 그 깊이는 마음을 성숙하게 한다. 시간을 두고 신중히 할 필요가 있을 땐 곡선을 따라 걷듯이 할 필요도 있다. 운전도 마찬가지다. 직선 고속도로는 아우토반처럼 속도에 제한을 두지 않으나 커브 구간을 그렇게 달릴 수는 없다. 직선과 곡선에서 속도의 조절은 인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그런데 며칠 전 본 티브이 프로그램 '공대에 미친 중국'에서 본 중국의 Ai기업들은 반대였다. 직선 구간도 뛰지만 곡선 구간에서는 속도를 더 낸다는 것이다. 아직은 미국이 IT나 인공지능을 선도한다고 하지만 한참 곡선 구간을 지나고 있는 중국 IT 기업의 역전이 보이기 시작한다. 마치 동계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경주에서 앞지르기를 곡선에서 할 때와 같은 이치 같다. 어쩌면 역전은 편한 구간이 아니라 힘들고 굽은 구간에서 이루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신중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도 있음을 늘 숙지해야 한다.
인생의 곡선 구간에서 때로는 걸어야 할 때와 뛰어야 할 때가 있다. '급할수록 천천히 가라'와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때에 따라 적용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나 할까.
자전거의 기어는 또 다른 이치다. 기어를 높이면(주로 숫자가 줄어든다) 페달은 무겁지만 거리는 속도와 함께 꽤 나간다. 반대로 기어를 낮추면 페달은 가볍지만 이동거리도 속도도 떨어진다. 페달이 가벼울 때 역전하기는 쉽지 않다. 역전을 하려면 힘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힘을 발휘할 에너지가 충전되어 있어야 한다.
모든 일에 역전을 하거나 속도를 낼 필요는 없다. 그러나 터닝 포인트가 오는 타이밍은 있는 법. 흐름을 잘 조절하며 언제든 필요에 따라 역전할 수 있도록 충전을 하는 것도 삶의 지혜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