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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

아들과의 대화

by 봄날의 소풍

수많은 대한민국 엄마들의 속을 까맣게 태우던 게임이다. 나의 아들들 역시 그랬다. 학원에서 아직 출석 안 했다고 연락 오면 영락없이 피시방에서 찾아냈던 그 게임이다. 미국 라이엇 회사가 만들어내고 세계 점유율 1위인 대한민국이 실제 경기에서도 강세를 펼치는 게임. 프로게이머 페이커가 우상화되면서 어마어마한 스포츠로 부상한 경기. 이 게임으로 친구들끼리의 대화도 문화도 형성되는 게임. 문화상품권을 사 달라고 하길래 문제집이나 책 사서 보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캐릭터 사느라 필요했던 이 게임. 리그 어브 레전드. 정말 레전드급으로 아들들과 싸워왔다. 여자 형제만 있었던 나는 도무지 두 아들을 이해할 수 없었고, 세상 시간 낭비의 역대급이 게임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던 내가 마음을 돌렸다. 대학 다니는 둘째가 발목 수술로 깁스를 하는 바람에 개학 때까지 내내 함께 거실에서 동고동락을 하게 되었다. 수업도, 숙제도, 게임도, 식사도 우리 둘이는 유일하게 에어컨 있는 거실에서 하루 종일 함께 한다. 경기 유튜브도 열심히 본다. 도대체 뭐길래~그래서 관심을 가져 보기로 했다.


티원이랑 어디라고 그랬지?

젠지. 아 자 이번에는 빨간 팀이 우리 팀이야. 빨간 팀이 우리 팀이야 진영이 바뀔 수 있지. 이 캐릭터의 색깔이 진영이야. 아 그 왜 보통 배구도 하면 코트를 바꾸잖아 농구도 그렇고 얘네도 그래. 바의 색깔을 우리는 진영이라 불러. 이건 그냥 그게 가장 편하니까. 공식적인 건 없는데 우리 화면에선 여기가 빨간색, 여기서 파란색이니까 여기는 파란색 진영, 빨간색 진영이라 하는 거야. 이거 집 가는 거 멈춰. 이렇게 하면 집에 가서 체력을 회복하는 거야. 저렇게 오~ 이렇게 있으면 근데 공격을 받으면 집이 끊기지.

그러니까 결국 얘네들의 목적은 집을 파괴하는 거구나?.

집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아 이러면 롤에 엄청난 개념이 필요한데. 이 타워들 부수면 이기는 게임이야. 근데 이 타워를 쉽게 부서지게 해 주겠나 그래서 사람들이 싸우고 나서 적당히 공격도 하고 방어도 해 가는 거예요.

축구 같은 거구나?

축구 맞아 맞아, 맞아, 축구

타워도 있고 집도 있어?

아니야, 타워가 집이라 생각하는데 뭐 집이라 생각하면 집은 여기 넥서스라고 안 보여줄 거야. 나머지는 이 집을 지키는 타워들이야 이거 타워 하나가 파워 세 개야.

타워가 초반에는 캐릭터들보다 쎄? 타워를 맡은 플레이어는 없잖아.

타워는 이 AI 미니언도 싸워.

어머. 어 AI가 들어 있어? 이 조그마한 이 쪼그라기도 얘네도 AI야?

봐봐, 이거 근데 지금 방금 타워가 썼는 거 봤어? 이것도 AI 지금 싸우는 이것도 AI. 파란색 아니 파란색 이건 캐릭터구나. 이 돌 돌 봐봐

악! 죽는 줄 알았네. 어우~ 엄마는 그렇게 공격당해서 그냥 죽어버리는 줄 알았어.

아니 다시 살아나.

네 아우. 야 이게 엄마가 보니까 영화나 드라마나 사람이 죽는 것도 슬프지만, 되게 캐릭터가 죽는 거에도 되게 마음이 불편하구나

아, 엄마는 여러모로 잔인, 살해를 싫어하는 그런 캐릭터를 가졌나 봐.

지금 얘네들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

막는 거지.

지금 걔네들이 들어오려는 걸 타워들이 막는 거지? 얘는 탑이야?

어. 지금 서로 진영 바꿨어.


야 이거 이거 뭐야?

여기 탑이고 여기 바텀이잖아 근데 바텀에 원잡이 있어 그리고 원딜로 가 있어. 아, 여기가 역대급인 거야. 지금 3대 1로 왔잖아. 근데 이 사람 살고 이제 죽였잖아 둘이 서포트했잖아 근데 살아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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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대박인 거지?

자 제가 이 이 상황 설명을 내지는~ 이게 좀 어려우니까 쉽게 말해서 스레이드를 말하는 거예요. 우리가 너희 젠지 탑을 우리가 사이버에서 죽일게 이거야 너희의 탕 죽일게 그럼 젠지가 "어 알았어. 그럼 우리 바텀 가서 너희 탑 죽일게" 이런 거야, 근데 재미있는 거는 화면 둘 다 보여준 이유가 젠지는 불안하니까 우리 팀 탑을 포커싱만 있고 우리는 상대 탑을 포커싱 하고 있으니까. 근데 자 여기를 안 보고 여기로 봅시다.

3대 1이네?

어. 분명히 야~ 근데 이걸 살리면 얘가 죽어.

그러니까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여기 얘가 뭐라고 얘가? 얘가 바뀌었냐?

우리 탑이야. 근데 여기가 내가 그래서 서로 그러니까 서로 자리를 바꿔 자리를 바꿨어요.

이 탑이 지금 얘네 얘네 타워에 왔구나.

상대방 지금 타워 타워 보면 빨간색이잖아 타워가. 그럼 우리 타워잖아

아 아 와서 같이 도와주는 거구나 타워랑 같이 지키는 거구나 탑이?

야 엄마가 열심히 들었네.


그러던 중 솔솔 탄내가 나기 시작했다. 아들의 게임 설명을 너무 열심히 들은 나머지 냄비에서 감자가 타는 줄도 몰랐다. 악~~~~~후닥닥 감자들에게 갔다. 시커먼 냄비에 탄 감자들이 올망졸망 째려보는 듯했다. 싱크대에 냄비를 내려놓고 물을 틀었다. 촤~~~~ 르르... 연기와 함께 탄내의 절정이 치솟고 감자들이 뎅구르르 구른다. 여태껏 이렇게 태운 냄비가 한 둘이 아니다. 전철을 타고 하염없이 인터넷 보다가 정거장을 한참 지나칠 때의 그 느낌이다.


감자는 안 탔어?

다행이야~속은 고슬고슬하네? 너무 신기하지?

근데 왜 이렇게 연기가 났어?

이 냄비가 탔으니까.. 오~그런데 신기한 게. 감자는 안 타나 봐.


신기하긴 하다.

계속 설명

자 그래서 우리가 유리하기 전에 우리가 키를 4개를 먹었습니다. 이런 상황이에요.

감자 맛있겠지?

맛있어 보이긴 한다. 근데 엄마 진짜 나 배불러. 그리고 나는 감자 별로 안 좋아해.

자 그리고 내가 2 웨이브에 대해서 설명 좀 할게 보통 안 알려줘요. 이 파란색 이걸 우리는 웨이브라 불러 음 뭐 미니언이야. 근데 미니언은 웨이브야. 이렇게 오는 게 웨이브잖아? 우리가 왜 웨이브라 부르냐면 일정한 시간의 파도처럼 오니까. 우리가 제어한 게 아니라... 근데 라인이 이렇게 만든 이유는 이 미니언이라는 게 이 친구들한테 경험치를 주잖아~ 근데 우리는 상대가 어떻게 하길 원해 상대가 이 경음식을 먹지 않았으면 않았으면 원해 이걸 딱 이렇게 놓으면 뭐가 되는지 알아?


이후로도 한참을 외국어 같은 롤 설명을 들었다.


신기하네.

그래서 롤의 진입장벽이 진짜 높은 거야. 사람들이 아무리 하고 싶어도 알아야 될 게 되게 많아 내가 설명 이런 것도 다 알아야 되는데 캐릭터의 스킬도 다 알아야 돼.


머리가 좋아야 되네.

어 머리가 좋거나 이 게임을 오래 했거나.


음 그렇지. 노련하게.


그렇지, 왜냐면 모든 사람들이 다 하는 말이 이 게임은 진짜 말도 안 되는 게임이다, 지금 롤 시작하는 사람 입장에서 어떻게 이 캐릭터 10개가 스킬 4개씩 가지고 있는데 스킬을 40개 외워야 되는 거야. 근데 나는 알지.


- 리그 오브 레전드(League of Legends, LoL) -

챔피언 선택 게임이 시작되기 전에 각자 원하는 챔피언을 선택합니다. 탱커, 원딜, 마법사, 암살자 등 다양한 역할이 있으며 라인 배정한다. 총 5개의 역할이 있는데 탑 (Top) , 정글 (Jungle), 미드 (Mid), 원딜 (ADC), 서포터 (Support)로 되어 있는데 우리 아들은 주로 우너딜을 한다고 한다. 초반에는 라인전이다. 각자 지정된 라인에서 미니언(병사)을 잡고 골드를 모으며 성장한다. 상대 챔피언과 교전하거나 타워를 압박합니다. 중반에는 오브젝트 싸움인데 드래건, 전령, 바론 등의 **오브젝트(목표물)**를 차지해 팀에 유리한 효과를 얻는다. 후반에는 한 타(Team Fight)와 넥서스 공략이다. 팀원 간 협력을 통해 적을 제압하고, 타워와 억제기를 파괴한 후 넥서스를 무너뜨리면 승리!


복잡해서 시작할 엄두도 나지는 않지만, 내가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떡볶이 사 먹고 수다 떨고 돌아다니듯 아들들도 이렇게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놀기도 하는 거구나 하며 인정하기 시작했다. 판단과 지적을 내려놓고 단지 귀를 기울이기만 했는데 y염색체를 가진 이 남자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내 생각만 옳다는 프레임을 나오니 해방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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