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꽁꽁 싸매고 있는 번데기
무좀이 있으면 발가락이 간지럽다. 그래서 손가락으로 빡빡 문질러 긁는다. 인정사정없이 긁을 때는 시원하다. 그러나 점점 긁고 긁다가 피까지 난다. 참을 수 없는 간지러움에 멈출 수 없는 긁기는 결국 쓰라림과 피로 범벅이 된다.
오랫동안 쌓여온 특정한 사람에 대한 나쁜 고정관념은 무좀 같다. 가족이면 더 치명적이다. 남이면 안 보고 살면 그만인데, 가족은 평생 가야 하는 존재기 때문이다. A에게는 그런 가족들이 있다. 행동은 껄렁대고, 말투는 가벼우며 교양 없는 사람으로 못 박혀 버린 가족, 매사에 불평과 불만, 판단과 정죄함, 비방과 한탄, 대접받기를 원하는 비아냥. 자신에게는 염세적이며 타인은 정죄하는 자세로 사는 가족이 있다. 그 고정관념은 오랜 세월 A가 그들과 크고 작은 일들로 함께 부대끼고 겪으면서 퇴적암처럼 형성된 것인데 오롯이 A에게만 형성된, 굳어버린 감정이다. 그래서 지극히 주관적이고, 틀린 것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 A는 자신이 고상하고 정의로우며 상식적인 사람이고, 매사에 긍정적이며 그들과는 다른 차원의 사람이라는 우월의식을 가지고 그들을 본다. 어찌 보면 성경에 나오는 바리새인 같기도 하다. 그런데 A는 그들로 인해 받은 상처들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막으로 누에고치 번데기처럼 꽁꽁 싸매고 있다. 탈피할 때도 되었는데 불현듯 깊은 땅속에서부터 불쑥 올라오는 자신의 잠재된 그 감정을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는다.
피가 날 때까지 긁다가 결국 만신창이가 된 발가락은 A가 어딘가에 그들에 대한 격한 원망과 비방으로 쏟아내고 결국은 남게 되는 상처 같다. A도 안다. 이제는 긁지 말고 약을 발라야 한다는 것을. 세월을 통해 조금은 달라지고 측은해진 그 가족들을 따뜻하고 이해하는 마음으로 봐야 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