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면, 위로, 당부
둘째의 발목 수술이 끝나고 회복을 하고 있는 중이다. 좌측 발목의 이단성 골연골염, 좌측 발목 윤활막염(골극) 및 힘줄 윤활막염, 좌측 발목관절 불안정성에 대한 세 가지 수술이었다. 4~5년을 동안 스트레칭 없이 몇 시간씩 학교에서 농구를 하다가 작년 가을 농구할 때 점프하고 착지면서 크게 접질린 후 걸음에 통증이 많이 와서 결국은 이번 여름방학 귀국해서 수술을 했다. 나름 큰 수술이었다. 뼈도 깎아내야 하고 골수를 채취해서 줄기세포 이식도 했다. 퇴원 후에도 한 달을 넘도록 목발을 짚어야 하지만 9월 중순 이후 개강하고 다시 미국으로 갈 때쯤이면 두 발로 걸어갈 수 있다고 해서 한 수술이었다. 깁스도 풀고 조금씩 걷기 연습을 하고 있다. 개봉된 재미난 영화도 있고 해서 주차하고 살살 걸어서 극장을 가보자고 하였다. 펄쩍 뛰며 그 어두운 데를 계단도 있는데 어떻게 가냐 좌석을 못 찾으면 어떡하냐 엄마가 내 마음을 알기나 하냐는 등의 거센 항의가 들어왔다. 식당도 마찬가지였다. 맛있는 것도 사주고 싶고 바람도 쐬주고 싶어서 맛집 가서 식사만 하고 오자고 해도 막무가내로 절름거리면서 밖에 나가기는 싫다는 주장이었다.유학생활하며 교내 식당일로 돈을 보태야 지낼 수 있는 집읋 구하고 왔는데, 의사 선생님 말로는 수술 후 6개월은 오랫동안 서거나 걷기에 좀 곤란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부모가 주는 용돈으로는 풍족하게 지내기 어려워서 작년부터 시작한 학교식당 일이었다. 발목 때문에 당분간 일이 어려울 수도 있고, 집세를 못 낼 수도 있다고 궁핍하게 살 거라는 생각에 둘째는 혼자서 큰 산을 마주한 듯 온갖 걱정을 혼자 다 짊어지고 있었다.
”아빠가 준 카드 있잖아.. 비상시에 쓰라고 준 거야.”.
”그걸 어떻게 써? 환율을 눈앞에서 보는데… 형한테도 학비 보내는 거 뻔히 아는데 어떻게 아빠 카드를 쓰냐고…”하며 울기 시작한다.
’ 아빠 엄마가 있잖아. 극장을 가든, 방세를 내든 부모가 있는데 왜 오롯이 혼자서 다 할 생각을 할까? 아빠 엄마가 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예수님의 마음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수님께 온전히 맡기지 못하고 허우적거리다가 물에 빠진 베드로를 보는 듯했다.
”내가 있잖니. 왜 혼나서 다 감당하려고 하니. 내가 너를 죄의 사망에서 구원해 줄 뿐만 아니라 세상에서도 천국을 보게 하며 영원한 생명을 준다는데 왜 온전히 맡기지 못하고 네 힘으로 다하려고 하니. 나에게 기대고 의지하고 맡겨 보면 안 되겠니..”라는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다.
살면서 이런 마음은 참 많이 들었다. 예전 큰 아이가 한창 사춘기때 하는 행동들이 못 마땅하고, 학업의 결과들도 만족스럽지 못해서 내내 타박을 주며 야단도 치고 정죄하고 판단한 적이 있었다. 그때도 마음속에서 성령님의 음성이 들릴 적이 있었다.
”너는 내가 보기에 완벽하다고 생각하니?”라는 음성이었다. 부끄러웠다. 빚진 자에게 1000냥을 탕감받은 사람이 자기에게 10냥을 빚진 자에게는 혹독한 태도를 취하는 게 내 모습 같았기 때문이다.
병든 친정 부모님을 시집도 안 가고 모시고 사는 여동생이 있다. 병든 부모님에 대한 안쓰러움도 있지만, 가끔은 오롯이 혼자 독박을 쓰는 듯한 부모 봉양으로 몸과 마음이 힘들 때가 있을 막내가 블쌍하고 미안할 때가 요즘은 더 많다. 부모님을 모시고 다니려고 새 차를 하나 구입했다. 그런데 어제 동생이 몰던 차가 또 고장이 나서 수리를 맡겼다. 당장 폐차를 해도 이상하지 않을 오래된 중고차다. “새로 산 차를 몰고 다녀라. 네 차는 폐차하는 게 좋겠어. 효율성도 없고.”라고 말했더니 새 차는 부모님을 위한 차라고 극구 자기가 혼자 몰고 다니지 않겠다는 명분이다. 순간 하나님의 마음도 이러지 않을까 싶었다. 최선의 길로 인도해 주시고 들려주시는 말씀에 내 뜻이 앞서고 내 판단과 생각이 더 옳다는 고집이 나는 하나님 앞에서 얼마나 많았을까.. 를 생각해 본다.
인간에게 자유 의지를 주신 것은 하나님의 인간에 대한 사랑의 극치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우리는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을 대할 때 아버지가 자기 자식을 대하듯 여러분을 권면하고 위로하고 당부했습니다.(데살로니가전서 2:11)
권면:알아듣도록 권하고 격려하여 힘쓰게 함
위로 : 따뜻한 말이나 행동으로 괴로움을 덜어 주거나 슬픔을 달래줌
당부 : 말로 단단히 부탁함
아버지가 하는 것은 권면, 위로, 당부일 뿐이다. 듣고 행하는 것은 자식의 몫임을 바울도 알고 있었나 보다.
살면서 사랑을 배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