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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바퀴로 가는 소살리토..

2015년 여름 어느 날

by 봄날의 소풍

롬바르드 스트릿-골든게이트 브리지-소살리토

피셔맨 와프를 지나 금문교를 뒤로한 Crissy field를 옆에 끼고 달렸다.

하늘은 화창하고 바람은 상쾌하고 기분은 상큼하다.

칠 년 전 올 때만 해도 많이 걸어서 힘들까 봐 민호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녔는데 이젠 내가 꼴찌로 따라간다.

보기만 해도 웅장한 금문교..
많은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실은 이곳에서 자살하는 사람도 많고 1930년대 건설 당시 떨어져 죽은 중국인 노동자들도 많았다.

슬픔이 느껴지기엔 너무나도 그 자태가 당당하고 위엄이 있다. 육중한^^ 내 몸조차 날아갈듯한 바람에도 끄떡 않고 바다 위에 보란 듯이 서있다.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있었을꼬..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금문교를 지나 대관령 고개 반만 한 내리막길을 달려 예쁜 소살리토에 도착했다. 곳곳에 아기자기한 가게들과 레스토랑 카페들이 너무나도 유혹스럽다. Hamburgers와 Lappert's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요기를 하고 페리를 기다리는데 이런! 두 시간을 기다려야 한단다. 자전거 반납 시간도 있고 해서 서둘러 자전거를 또 타고 되돌아간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기어를 바꾸다가 체인이 풀려 꼼짝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가뜩이나 꼴찌로 가고 있는데..
당황해서 찔찔거리고 혼자 낑낑대고 있었는데 자전거 타고 지나가던 미국 아저씨가 무슨 문제 있냐며 오더니 체인을 고쳐주셨다. 그때 멀리 앞서 가던 지호가 얼른 오더니 아저씨한테 "땡큐"하며 내 자전거를 세운다.
그러더니 "엄마.. 내 앞으로 먼저 가요." 한다. 지호를 뒤로하고 가는데 마음 한 곳에 왠지 모를 흐뭇함이 느껴졌다. 기특한 녀석.. 어디 나가면 엄마 배낭 매주는 따뜻한 녀석...

살다 보니 오늘 다녀온 자전거길처럼 오르막길도 내리막길도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있을 거다. 오를 땐 힘들어도 함께 천천히 걸어가면 되고 내려갈 땐 조심스럽게 힘 조절을 해야 한다.

첨 금문교를 왔을 때의 구름 가득 끼고 비 내렸던 이곳으로만 기억하고 말았다면 다신 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다시 도전해봤다.

그리고 늘 신선한 도전이 나는 좋다.

축구와 공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다 놓칠 수도 있으니 한 가지만 하라고 축구를 말렸던 엄마에게, 한번 놓쳐도 또 쫓다 보면 잡을 수 있을 거라던 민호의 말에서도 나는 그 아이의 신선한 도전을 느꼈었다.

오늘..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해서 행복했다.
담엔 오늘 사용 못한 페리 티켓으로 배 타고 돌아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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