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아버지와 나, 역할이 된 인간

by RothKo

언제부턴가 나는 내 아버지를 닮아 있었다.

말투도, 표정도, 걱정하는 방식도,

심지어 ‘침묵으로 말하는’ 태도까지.

젊을 땐 이해할 수 없었던 모습들이

이제는 내 일상이 되어 있었다.


내 기억 속 아버지는

많이 웃지도, 많이 말하지도 않았다.

늘 바빴고, 늘 피곤해 보였다.

무언가를 혼자 짊어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우리는 그걸 ‘책임감’이라 배웠다.

아버지는 항상 강해야 했고, 흔들리면 안 되는 존재였다.

그래서일까?

나는 아버지의 ‘마음’을 알지 못한 채,

그저 ‘태도’만 따라 배운 셈이다.


아버지의 자리에 내가 앉았을 때,

처음엔 뿌듯했다.

가족을 책임지는 남자,

자식에게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주는 존재.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 역할은 만만치 않았고,

점점 나는 나를 잃어갔다.

아이들에게는 ‘엄마보다 무뚝뚝한 아빠’,

아내에게는 ‘집안일엔 서툰 남편’,

회사에서는 ‘꼰대가 되지 않으려 애쓰는 상사’

그 어디에서도 나는 ‘한 인간으로서의 나’가 아니었다.

그저 역할을 수행하는 기계처럼 살아왔다.


가장이라는 이유로

슬퍼도 참아야 했고,

힘들어도 괜찮은 척해야 했다.

아버지에게는 친구가 없었다.

혼자 술을 마셨고,

혼자 뉴스를 보았고,

혼자 나이를 먹었다.

그런데 이제 내가 그 자리에 있다.

그 고독함이, 이제는 실감 난다.


아버지가 그랬듯 나도 나를 잃고 싶지 않다.

더 늦기 전에, '역할'이 아닌 '나'로 살아가야 한다.

자식이 아니라 친구와 이야기하듯 이야기하고,

배우자에게도 말 없는 지지 대신

내 감정을 솔직하게 나누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나와 더 자주 마주 보고 싶다.


결국 나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다

아버지도 나처럼 외로웠을 것이다.

그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지금의 나뿐이다.

‘역할’로 사는 것을 멈추고,

‘한 인간’으로 살아가기 시작할 시간이다.



▣ 역할에서 ‘나’를 분리해 보는 연습

1. 하루 동안 나의 말과 행동 중 ‘역할로서 한 말’을 구별해 보기

2. 자녀와 ‘지시’가 아닌 ‘대화’를 시도해 보기

3. 아내에게 ‘의무’ 대신 ‘마음’을 표현하는 한 문장 말해보기

4. 아버지에 대한 기억 중 ‘감정이 느껴졌던 장면’ 적어보기

5. 하루에 한 번, 내 감정을 단어 하나로 정리해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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