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그랬다.
바깥일은 남자,
집안일은 여자.
자연스럽게 굳어진 역할이었다.
어느 순간 그 역할은
누구도 따져보지 않고,
굳이 바꾸려 하지도 않는
생활의 관성이 되어버렸다.
내가 몸담은 일터에서의 역할이 줄어드는 만큼,
집이라는 공간에서의 나의 존재감은
다시 정의되어야 한다.
단순히 ‘돕는’ 수준이 아니라
‘책임지는’ 태도로 말이다.
이제껏 아내가 해온 집안일이
얼마나 반복적이고 고단한 노동이었는지
이제는 알아야 할 때다.
빨래, 청소, 식사 준비, 설거지, 쓰레기 정리.
이건 그냥 해치워야 할 일이 아니라
매일 가족의 삶을 돌아보는 ‘관리’다.
그리고 거기엔 노동 이상의
감정노동이 따라붙는다.
식구들의 입맛을 기억하고,
냉장고 속 식재료를 챙기고,
행사나 생일을 미리 준비하고,
일상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보이지 않게 조율해 온 수많은 일들.
가정이라는 공간은
이제 내가 함께 '운영해야 할'
또 하나의 생활 무대다.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하는 일,
함께 나눠야 하는 일을
하나씩 배우고 익히는 것이
지금의 내가 책임져야 할 몫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집안일과 감정노동은
지금이라도 ‘나의 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관계에 균형이 생긴다.
내가 가정을 위해 어떤 태도를 갖느냐는
아내와의 거리뿐 아니라
자식들과의 관계,
그리고 나 스스로의 삶에 대한 태도에
중대한 전환점을 만든다.
그렇다고 대단한 걸 하라는 게 아니다.
주방에 들어가 보는 것,
세탁기를 직접 돌려보는 것,
청소기를 손에 쥐는 것.
그 단순한 행동 하나가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새롭게 만들어간다.
감정노동 역시 마찬가지다.
집안 분위기를 위해
무심히 던지는 말 한마디를 줄이고,
아내의 하루를 묻고 들어주는 것.
공감이라는 기술은
책이나 강의보다
생활 속 작은 연습에서
더 크게 자란다.
이제는 단순한 도움이 아니라,
동등한 책임의식을 가져야 할 때다.
그 변화가 익숙하지 않더라도
조금씩 내 삶의 태도를 바꾸다 보면,
가정이라는 공간에서의 ‘나’도
이전에 없던 깊이로 성장해 있을 것이다.
▣집안일과 감정노동에 대한 실천 체크리스트
○최근 한 달간 내가 자발적으로 한 집안일은 무엇인가?
○집안일을 ‘도와준다’는 표현을 여전히 쓰고 있지 않은가?
○아내가 무의식적으로 짊어진 감정노동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가?
○집안일과 가사 계획에 대해 함께 의논한 적이 있는가?
○나의 변화가 가족에게 어떤 신호로 전달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