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gos Brunch Oct 26. 2022

물러남과 낮아짐

사막 교부들은 삶의 자리에서 물러나 사막에 은둔하였습니다.

먹을 것도 없는 곳에서 굶기를 떡 먹듯이 하면서

주님의 임재 앞에 빈손으로 섰습니다.

인간이 얼마나 연약하고 부족한지를 

두 팔 벌린 빈손으로 표현했습니다. .

자신의 허물과 죄악을 인정하며 무릎을 꿇었습니다.

하나님을 전적으로 의존하며

하나님의 손길을 기다렸습니다.

사막 교부들의 기도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조금도 자신의 욕심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조금도 자신의 소망이나 비전이나 필요를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프란시스코 역시 부유함을 내려놓고 외딴 동굴로 들어갔습니다.

그도 사막 교부와 같은 길을 걷기를 소망했습니다.

도를 닦고 도를 얻기 위함이 아니었습니다.

마음 속 깊은 상처를 드러내고

자신의 아픔과 고민을 나타냈습니다.

인간의 실존, 인간 본연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영성은 능력이 아닙니다.

영성은 자신의 연약함 계속해서 인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았는데

하나님의 능력이 나타납니다.

그 영성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그의 연약함, 그의 부족함, 그의 굶주림, 그의 죄성을 보면서도

그를 긍휼히 여기고, 그를 사랑하고 

그를 중심으로 새로운 돌봄 공동체가 형성됩니다.


현대 기독교는 물러섬보다 나섬을 선호합니다.

낮아짐보다 높아짐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서로 돌보고 사랑하고 이해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경쟁하는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참된 공동체, 참된 영성의 출발점은 뒤로 물러서고, 스스로 낮아짐에서 시작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르심과 떠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