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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Oct 02. 2016

어느 쪽에 줄 설래?

열 므나 비유

로마의 식민지로 있던 이스라엘은 언제나 로마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정세 변화가 심할 수밖에 없었다. 로마의 영웅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 BC 100 ~ BC 44)가 그의 심복 브루투스에 의해 암살당하여 죽자 상황이 복잡해졌다. 로마는 사분오열되었으며 누가 시저의 뒤를 이어 왕이 될지 모르는 혼란한 상황이었다. 시저가 후계자로 지목한 양아들 옥타비아누스는 18살 애송이였으며 그의 리더십은 확증되지 않았다. 시저의 오른팔이었던 38살의 안토니우스는 시저가 자신을 후계자로 지목하지 않은 것에 크게 실망하였다. 그래도 백전노장이었던 안토니우스와 18살 후계자 옥타비아누스는 손을 잡고 씨저를 암살한 카시우스와 브루투스 연합군을 물리친 후 둘은 로마를 동서로 나누어 다스리기로 합의하였다. 이스라엘이 포함된 동쪽은 안토니우스가 차지하고 서쪽은 옥타비아누스가 차지하였다. 여기서 헤롯은 안토니우스에게 충성을 다하며 자신의 왕권을 공고히 하였다.

미국 드라마 Rome에서 옥타비아누스

그런데 안토니우스는 27살의 아리따운 클레오파트라에게 완전히 빠져버렸다. 클레오파트라는 정치적 야심이 큰 여자였다. 안토니우스는 그 여자의 꼬임에 넘어가 자신이 다스리는 로마 제국 동부를 모두 클레오파트라에게 주었다. 로마 원로원은 안토니우스의 황당한 결정에 분개하였으며 전쟁은 불가피하였다.  마침내 BC 31년 9월 2일 그리스 서부 해안에 있는 악티움에서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의 전쟁이 벌어졌다.  그 유명한 악티움 해전이다. 전쟁은 옥타비아누스의 승리로 끝났다.

미국 드라마 Rome에서 안토니우스

안토니우스 편에 섰던 헤롯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옥타비아누스는 헤롯을 소환하였다. 로마로 가는 헤롯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안토니우스의 친구로 널리 알려진 헤롯은 공포에 떨었다. 누가 보더라도 이번에 헤롯은 왕위를 잃어버리고 숙청당할 것이 뻔한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유대의 귀족들은 이두메인 헤롯의 통치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았다. 지금까지 헤롯의 편에 섰던 인물들은 어느 쪽에 줄을 서야 할지 고민하였다. 그중에 헤롯의 장모 알렉산드라는 자기 아버지 힐카누스 2세를 찾아가 만약을 대비하자고 하였다. 헤롯이 폐위될 것이 뻔한데 차제에 나바테안 왕과 합력하여 헤롯을 반역하자고 모의하였다.

미국 드라마 Rome에서 클레오파트라

이 위기의 순간에 헤롯은 옥타비아누스 황제 앞에서 자신의 상황을 가식 없이 아주 솔직하게 고백하였다. 자신은 지금까지 누구보다도 안토니우스를 충실히 따랐으며 안토니우스가 원했다면, 악티움 해전에도 참석하여 싸웠을 것이다. 악티움 해전에서 안토니우스가 질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주변의 많은 사람이 그를 배신하였지만, 자신은 끝까지 안토니우스 편에 섰다. 나 헤롯은 은혜를 베푼 사람을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 만일 옥타비아누스 황제가 나의 과거를 문제 삼아 벌을 준다면 기꺼이 받겠다. 그러나 이제 안토니우스는 죽고 없으며 내가 섬길 분은 오직 옥타비아누스 황제밖에 없다. 만일 내게 은혜를 베풀면 나는 은혜를 잊지 않는 사람이다. 끝까지 충성을 다하겠다.


헤롯의 설득에 옥타비아누스는 감동하였고 헤롯에게 오히려 유대 땅 동편 오늘날의 요르단까지 통치하도록 하였다. 헤롯은 솔로몬 이후 최대의 영토를 차지한 왕이 되었다. 전에는 옥타비아누스와 안토니우스 사이에서 줄타기해야 하는 불안함이 있었지만, 이제는 확실한 로마의 황제 옥타비아누스에게만 충성하면 되었기에 한결 안정된 가운데서 나라를 다스릴 수 있었다. 그가 이스라엘로 돌아와서 반역자들을 가차 없이 처단하였다.

헤롯

이런 일은 헤롯이 죽은 후에도 반복하여 일어났다. 헤롯은 죽으면서 유언장을 남겼다. 헤롯은 넷째 부인 말타케가 낳은 아들 아켈라오를 왕으로 임명하며 알토란 같은 유대와 사마리아 지역을 다스리게 하였고, 아켈라오의 동생 안디바를 갈릴리와 베뢰아의 분봉 왕으로, 다섯째 부인 예루살렘 클레오파트라의 아들 빌립을 갈릴리 동북쪽의 분봉 왕으로 임명하였다. 그러나 헤롯의 유언은 그저 유언일 뿐이다. 로마 황제 아우구스투스에 의해 인준받을 때까지 효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아켈라오와 안디바 그리고 빌립은 황제에게 인준받고자 로마로 향하였다.


그러나 잔인하고 흉포했던 아켈라오가 왕이 되는 걸 반대했던 유대의 귀족들도 로마로 향하였다. 로마의 황제가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는 이스라엘에 남아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그들은 어디에 줄을 서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로마 황제는 일단 유대 귀족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여 아켈라오를 왕이 아니라 다른 동생들처럼 분봉 왕으로 격을 낮추어서 임명하였다. 그 후 아켈라오는 폭정을 일삼았고 유대 귀족은 황제에게 다시 청원하여 불과 2년 후 AD 6년에 왕위에서 폐위되고 골(Goal) 지역으로 추방되었다. 결국, 아켈라오의 뒤에 섰던 사람은 하루아침에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누가복음 19:11-27에 나오는 예수님의 열 므나 비유는 바로 이런 역사적 상황에서 말씀하신 것이다.

12.  어떤 귀인(헤롯이나 그의 아들 헤롯 아켈라오)이 왕위를 받아가지고 오려고 먼 나라(로마)로 갈 때

13. 그 종 열을 불러 은화 열 므나를 주며 이르되 내가 돌아올 때까지 장사하라.

14. 그런데 그 백성(이스라엘 백성)이 그를 미워하여 사자를 뒤로 보내어 이르되 우리는 이 사람이 우리의 왕 됨을 원하지 아니하나이다 하였더라 (항상 반대파가 있기 마련이다. 종들은 상황파악을 잘해서 어느 쪽에 줄을 서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15. 귀인이 왕위를 받아 가지고 돌아와서 은화를 준 종들이 각각 어떻게 장사하였는지를 알고자 하여 그들을 부르니 (다행인지 불행인지 귀인은 왕위를 받아왔고, 종들은 그들의 충성심을 점검받아야 했다. 어떤 종은 한 므나를 가지고 열 므나를 남겼고, 어떤 종은 다섯 므나를, 어떤 종은 한 므나를 남겼다. 주인은 그들을 평가할 때에 장사를 얼마나 잘했는가를 보지 않았다. 그것은 주인이 칭찬하는 말을 들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17.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다 착한 종이여 네가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하였으니 열 고을 권세를 차지하라.

주인은 종의 장사 수완을 칭찬한 것이 아니라 충성심을 칭찬하였다. 그리고 그에게 열 고을 다스리는 권세를 주었다. 그는 정말 믿을만한 종이고, 신실한 종이다. 분명 자신이 왕위를 받아 올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주인을 믿고 따랐기 때문이다. 예수님은 이 비유로 하나님 나라를 설명하였다. (눅19:11절)


예수님께서 승천하실 때 천사들은 약속하셨다. “이 예수는 하늘로 가심을 본 그대로 오시리라.”(행1:11) 그런데 예수님은 아직 오시지 않으셨다. 여기서 종인 우리의 갈등과 고민이 있다. 분명 예수님을 주인으로 모시고 따른다고 하는 사람 중에는 그분이 진정 만왕의 왕으로 오실지 안 오실지 확신을 못 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은 어느 쪽에 줄을 서야 할지 고민하는 사람이다. 세상을 왕으로 삼고 살 것인지 아니면 다시 오실 주님에 대한 신실함을 계속 유지하면서 충성심을 보여줄 것인지 갈등한다.


우리 중에는 주께서 더디 오시는 것 때문에 졸며 자는 사람이 있다. 어떤 이는 양다리를 걸치고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사람도 있다. 마치 한 므나를 맡아서 아무 장사도 안 하고 그냥 한 므나 가진 채로 있는 사람이다. 이 사람은 양쪽 눈치만 보면서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사람이다. 주인의 이름으로 장사하여 주인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사람이다. 어떤 사람은 세상의 부귀와 명예에 현혹되어 완전히 줄을 바꾼 사람도 있다. 세상을 사랑하여 주를 버리고 떠났던 데마 같은 사람이다. (딤후4:10)


폐위될 줄 알았던 헤롯은 오히려 요르단까지 차지하는 견고한 왕으로 돌아왔고, 그의 아들 아켈라오는 분명 왕이 될 줄 알았는데 분봉 왕으로 격하되었고, 불과 2년 후 폐위되었다. 예수님은 이런 역사적 배경을 전제로 하고 오늘 우리에게 결단을 촉구한다.

어느 쪽에 줄 설래!

그리고 줄을 섰으면 너의 충성심을 확고하게 보여다오.

네가 나의 종이라면 나의 이름의 영향력을 지속적으로 확장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니?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시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시인할 것이요

누구든지 사람 앞에서 나를 부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부인하리라.(마10: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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