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어느 빵집에 들렀다. 자그마한 가게에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빵집이었다. 가게가 작기 때문인지 빵 굽는 곳과 파는 곳을 하나로 연결해서 모두 볼 수 있게 하였다. 빵 굽는 냄새가 고소하였다. 야채 고로케, 엘리게이트, 치즈모찌, 치아바타, 또띠아, 양파치즈빵, 베이비슈, 마카롱, 에그타르트…모두 나를 유혹하고 있었다. 한쪽 벽에는 제빵 경연대회에서 받은 상장을 자랑하듯이 걸어놓았다.
고로케를 좋아하는 나는 크림치즈를 살짝 얹은 야채 고로케 하나를 골랐다. 한국인의 취향을 저격하듯 매콤한 게 아주 맛있었다. 빵이 너무 맛있어서 다음에 다시 그 빵집을 찾았다. 치즈모찌를 골랐는데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앞으로 그 빵집을 몇 번이나 찾아갈는지 모르지만, 이 작고 아담한 빵집에 한 가지 불만이 있다. 빵 맛에 대한 불만이 아니다. 찾아오는 손님도 많은 이 가게는 분명 번창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그런데 젊은 부부 제빵사의 표정이 너무나 우울하다. 빵은 고소하고 달콤하고 향긋한데 빵을 만드는 부부는 어둡고 피곤해 보였다. 특히 키 크고 예쁘게 생긴 부인은 통 말이 없다. 무표정과 귀찮음이 잔뜩 묻어 있는 부인은 무섭기까지 하였다.
부드러운 버터 향과 설탕의 달콤함처럼 부부 제빵사의 표정도 행복했으면 얼마나 좋을까? 찾아오는 손님을 반갑게 맞이하면서 인사해주면 또 얼마나 좋을까? 빵만 파는 게 아니라 손님들에게 행복을 전달해 주는 가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이 우울한 빵집을 나오면서 마치 요즘 대한민국을 보는 것 같아서 더 우울하였다. 대한민국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나라다. 자원과 자본은 별로 없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로 가득한 나라다. 올림픽도 월드컵도 성공적으로 개최하였다. 이제 정말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것으로 생각하였다.
그런데 행복하지 않다. 우울하다. 빵집 여주인의 표정을 보면 답답한 것처럼 이 나라 여주인의 모습을 보면 너무나 답답하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듯 무표정한 얼굴, 소통하지 않으려는 모습은 보는 사람 모두를 먹먹하게 한다. 조금만 귀 기울이면 모든 국민이 행복할 수 있을 텐데… 반도체만 잘 만드는 나라가 아니라 모두에게 기쁨과 희망과 평안을 주는 나라가 될 수 있을 텐데….아무리 꼭 집어 말해도 듣지 못하고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는 귀머거리 당달봉사라니.
대한민국을 행복과 향기로 가득한 빵집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