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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Nov 14. 2016

희망에 미래는 있는가?

고대 그리스 신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신들 가운데 최고 권력을 쥐고 있는 제우스는 신과 인간의 세계를 분리하기로 하고 프로메테우스에게 전권을 위임하였다. 프로메테우스는 미래를 내다보는 자, 앞서 생각하는 자였다. 그런데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와는 달리 인간에게 유리하도록 세상을 분리할 작정이었다. 이 계략을 알아차리고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의 아우 에피메테우스(나중에 알아차리는 자,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야 정황을 파악하는 자)에게 선물을 하나 주었다. 그것은 흙으로 빚어 만든 인조 여성으로 여신처럼 아름답고 더할 나위 없이 매혹적이며 욕망을 자극했다. 그녀는 판도라였다. 판도라는 사람을 미혹하는 힘이 있었다. 그러나 사실 판도라는 인간 세상을 파멸로 몰아가기 위한 제우스의 교묘한 계책이었다. 판도라가 가져온 상자가 열리자 그 안에서 온갖 재앙이 튀어나와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그녀로 인하여 말할 수 없는 걱정과 비탄과 탄식에 빠졌다. 이제 어찌해야 할 바를 알지 못하고 방황하게 되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희망은 판도라의 상자를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아 있었다.


그리스 신화는 오늘 우리 사회를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민족은 5,000년 역사 속에 수많은 좌절과 아픔과 고통을 겪어왔다. 잘못된 지도자 때문에 나라를 잃기도 하고, 외적의 침입 아래 말로 다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 학자들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정서로 ‘한, 절망, 부조리, 우울, 환멸’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세상을 변화시켜보겠다는 희망은 번번이 좌절되고 공동체적 희망은 그 기능을 멈추는 일이 빈번하였다. 조금 앞으로 나아간 듯싶었는데 이내 시곗바늘은 거꾸로 돌려지는 사건들이 우리 주위에 일어나면서 사람들은 “정말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 것일까?” 묻게 된다.


오늘 박근혜 대통령의 사촌 형부인 김종필 전 총리는 이런 말을 하였다. “5,000만이 데모를 해도 박근혜는 절대 물러나지 않을 고집쟁이다.” 과연 이렇게 우리의 희망을 꺾을 것인가? 그렇지만 우리 민족은 수많은 외세(몽골, 거란, 일본, 중국)의 침략하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희망이다. 어리석음을 넘어서 미련하고 바보 같고 고집불통 같은 수많은 지도자를 경험했지만, 이 나라 백성이 가지고 있는 희망을 짓밟을 수는 없었다. 민중이 들고 일어나는 촛불은 이 민족의 미래요 희망이다.


“희망에 미래는 있는가” / 로제 폴 드루아, 모니크 아틀랑 지음 / 김세은 옮김 / 미래의 창 / 2016년

이 책은 공동체적 희망, 미래의 희망을 잃어버리고 고통 가운데 있는 우리에게 깊은 반성과 성찰을 하게 하는 명저다. 저자는 철학과 현대 사회의 위기 사이에 다리를 놓은 작업에 힘을 쏟는 철학자다. 그는 ‘서구의 불교 수용과 유럽 철학’을 주제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파리정치대학 교수로 역임하고 있으며, 프랑스 국가윤리위원회의 일원으로 유네스코의 철학 자문을 지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시의적절한 책이란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희망이라는 주제로 동서양의 철학과 종교를 꿰뚫고 있는 저자의 박식함에 깜짝 놀랐다. 그동안 나름대로 철학과 역사와 종교를 열심히 공부한다고 자부했는데 저자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다. 더군다나 불교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쓴 분이 희망이라는 코드로 기독교와 유대교의 사상을 논하는데 그의 통찰력과 지식 앞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크리스천도 아닌데 이 정도로 분석하고 평가한다는 사실에 탄복하였다.


나는 저자의 인문학적 상식의 수준이 특별한 것인지, 아니면 서양인의 보편적인 인문학의 깊이가 깊은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아무튼 저자가 그리스 철학, 기독교의 희망, 유대교의 희망, 그리고 현대 철학의 희망을 설명해 가는데 감탄에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희망이라는 주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꼭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만일 내게 절대 권위를 준다면, 오늘 희망을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현대인에게 이 책 만큼은 꼭 읽어보도록, 그리하여 희망을 찾고 새로운 내일을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강요하고 싶다.


“우리는 희망을 타고난다. 하지만 희망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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