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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Oct 30. 2017

과거를 앞에 두고 사는 사람

들뢰즈의 시간

사람들은 시간이 과거, 현재, 미래로 흘러간다고 생각합니다. ‘어제’는  지나간 때입니다. ‘오늘’은 현재(現在)입니다. 나타난 현(現)자와 있을 재(在)자를 써서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이 오늘입니다. ‘내일”은 올 래(來)와 날 일(日)자를 써서 다가올 앞날을 이야기합니다. 그러니까 시간이 앞에서 우리에게 다가와 뒤로 사라져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서양에서 시간 개념은 좀 다른 듯싶습니다. 영어의 어제는 yesterday이지요. 그저께는 the day before yesterday입니다. before라는 말을 써서 과거를 마치 앞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영어의 내일은 tomorrow이지요. 모레는 the day after tomorrow입니다. after라는 말을 써서 미래가 뒤에 있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영어의 시간 개념은 과거가 앞에 있고 미래가 뒤에 있습니다.


약간 억측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Gilles Deleuze, 1925~1995)는 시간에 대하여 고민했습니다. 그의 주장은 이러합니다.

“순간적인 현재는 지나가는 것인 동시에 지나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적 현재는 지나간 현재와 동시적이다.

즉 현재는 과거와 동시적인 것이다.

이처럼 동시적인 것은 공존한다.

따라서 현재와 과거는 공존한다.

현재와 동시적으로 공존하는 과거가 시간의 근거가 되어야 한다.”

조금 어렵게 들리시나요? 제가 이해한 바로는 현재는 계속 지나가는 과거와 같은 것입니다. 단순히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응축되고 보존되어 우리 앞에 항상 있습니다. 그러니까 과거의 이미지가 기억이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남아서 무엇을 보든, 무엇을 하든 우리에게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끼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또 새로운 과거의 기억으로 남습니다.


그러니까 과거의 이미지가 응축되어서 언제나 우리 앞에 있고, 우리가 현재 경험하는 모든 것에 강력한 영향력을 끼친다고 이해하였습니다. 과거의 이미지가 어둡고 음울하고 부정적이고 기분 나쁜 것으로 가득하면 그는 언제나 그 이미지에 영향을 받습니다. 아무리 좋은 순간이 다가와도 그의 앞에 있는 어둡고 음울한 과거 이미지가 그의 현재를 부정적으로 해석하게 하고 결국, 그리로 인도합니다. 늘 불평과 원망과 한숨을 달고 사는 노인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어두운 과거는 그들을 떠나지 않고 그들의 인생을 불행하게 만듭니다. 그들에게 다가오는 미래는 절대 밝지 않습니다.


반대로 과거의 이미지가 밝고 행복하고 감사로 넘쳐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아무리 어렵고 답답한 일을 만나도 결국에는 아름답게 끝날 줄 알고 있습니다. 그의 과거 경험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믿음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특징이 무엇일까요? 믿음이 있는 사람은 과거를 바라보며 하나님께서 나를 지금까지 지켜주시고 인도하여 주심에 대하여 확신하는 사람입니다. 그는 밝은 과거의 이미지를 늘 앞에 두고 사는 사람입니다. 그의 주제가는 신실하신 하나님입니다.

“지나온 모든 세월들 돌아보아도

그 어느 것 하나 주의 손길 안 미친 것 전혀 없네.

오 신실하신 주 오 신실하신 주

내 너를 떠나지도 않으리라.

내 너를 버리지도 않으리라.

약속하셨던 주님

그 약속을 지키사

이후로도 영원토록 나를 지키시리라.

확신하네.”


믿음 없는 사람은 과거에 나를 인도하신 하나님에 대한 확신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는 어두운 과거의 이미지를 가지고 삽니다. 그는 행복하기 위해 어두운 과거를 잊으려고 노력합니다. 어떻게 해서든 과거를 잊고 나에게 행복한 미래가 다가오기를 바라고 기대합니다. 그는 과거를 뒤에 두고 미래만 바라보며 사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를 결코 떨쳐 버릴 수 없습니다. 그림자를 떼어버릴 수 없듯이 과거는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그를 괴롭힐 것입니다. 그의 미래는 결코 행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행복하려면 지나온 세월 동안 나와 함께 하셨던 하나님의 은혜와 섭리를 되새겨 볼 줄 알아야 합니다. 성경은 끊임없이 기억하라고 권면합니다.

“너희는 옛적 일을 기억하라. 나는 하나님이라 나 외에 다른 이가 없느니라. 나는 하나님이라 나 같은 이가 없느니라.”(사46:9)

“주의 성도들아 여호와를 찬송하며 그의 거룩함을 기억하며 감사하라.”(시30:4)

기독교는 기억하고 기념하는 종교입니다. 기독교는 과거를 밝고 아름답게 이미지화하는 종교입니다. 하나님이 인도하셨던 밝은 과거를 앞에 두고 살면, 밝고 행복한 미래는 우리 뒤를 따라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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