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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ogos Brunch Jul 08. 2019

사랑은 시기하지 않으며

그들은 모두 배고팠다. 그 전에도 그랬지만, 로마가 점령한 후에 삶은 더욱 궁핍하였다. 나라를 잃고 나니 책임지고 백성을 지켜줄 지도자는 없었다. 모두 자기 배를 채우기만 바쁘지 굶주리는 백성을 생각할 사람은 없었다. 오늘도 아침부터 인력시장에 나와서 모닥불 곁에 쭈그리고 앉았다. 사내로 태어나서 가족도 제대로 부양하지 못하는 처지에 처자식 눈을 제대로 쳐다볼 수 없었다. 서로 아무 말이 없었지만, 공감대는 충분하였다. 우린 가난하다. 우린 서로 이해하고 공감한다. 우린 하나다.


어느 날 예루살렘에서 온 부자가 동네 제일 큰 포도원을 인수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시골 포도원을 사서 무슨 이득을 보겠다는 것인지.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부자들은 참 할 일도 없다.”


그날도 다른 날과 똑같았다. 새벽부터 열린 인력시장엔 일거리를 찾는 사람만 북적거리지, 일꾼을 구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때 포도원을 인수한 부자가 왔다. 모닥불을 쬐던 사람들은 우르르 달려가서 부자 앞에 섰다. 부자는 기꺼이 그들을 고용하였고, 그들의 얼굴엔 생기가 돌았다. 휘파람을 부는 사람도 있었고, 신나서 껑충껑충 뛰는 사람도 있었다.


그날 부자는 좀 이상하였다. 새벽에 구한 일꾼으로 부족한지 또 인력시장에 나가 사람들을 불러왔다. 그러기를 수차례 반복하여 정오가 지나 저녁 무렵까지 계속하였다. 마침내 일당을 계산할 시간이 되었을 때 사건이 벌어졌다. 저녁 늦게 온 사람이나 새벽에 온 사람이나 일당을 똑같이 주었다. 새벽부터 온 사람은 불만으로 가득하였다. 아침에 신나서 뛰던 사람이 아니었다. 그들은 조금 일한 사람과 많이 일한 사람을 똑같이 대우한다는 게 이치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렇다. 이치에 맞지 않는다.


세상 이치는 공평이 없다. 세상은 사람들의 시기심, 질투심, 비교의식을 자극하여 운동하고, 산업을 육성하고, 문화를 만든다. TV광고를 보면 매일같이 사람들의 시기심을 자극하여 물건을 팔려고 온갖 교묘한 말들을 한다. 시기심은 나쁜 것이라고 하지만, 세상은 시기심으로 돌아간다. 누가 포도원 일군의 시기심을 욕할 수 있는가? 세상 사람이라면 모두 정당하다고 할 것이다.


사실 아침까지만 해도 모두 함께 가난과 배고픔을 공감하는 동료였다. 말은 없었지만, 누구라도 울음을 터트리면 어깨를 토닥거리거나 위로의 말을 건넬 마음이었다. 비록 피를 나눈 형제는 아니지만, 그들은 한 형제요 동포였다. 그러나 그들 손에 돈이 쥐어지자 변하였다. 그들은 핏발 선 눈으로 서로 삿대질하였다.

"시기는 눈앞의 대상을 악한 눈으로 응시하는 것에서 시작한다"(신원하, 64/227).

신명기는 악한 마음과 악한 눈을 연결하였다.

“삼가 너는 마음에 악한 생각을 품지 말라 곧 이르기를 일곱째 해 면제년이 가까이 왔다 하고 네 궁핍한 형제를 악한 눈으로 바라보며 아무것도 주지 아니하면, 그가 너를 여호와께 호소하리니. 그것이 네게 죄가 되리라”(신 15:9).

그들은 모두 애굽에서 종생활을 경험한 약자였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나라는 약자들이 서로 콩 한쪽이라도 나누어 먹는 사랑의 나라였다. 그게 하나님 나라다.

“악한 눈이 있는 자는 재물을 얻기에만 급하고”(잠 28:22).

그들은 돈 벌기에 급급하여 동료를 사랑하는 마음도 사라졌고, 약한 자를 돌볼 마음은 더욱이 없다.


세상 이치에 취하면 친구는 없다.

사랑하는 마음은 쥐꼬리만큼도 없다.

세상은 오늘도 우리의 시기심을 자극한다.


“사랑은 친구가 잘될 때 기뻐하고, 넘어질 때 마음 아파하는 것이다.” - 토마스 아퀴나스


신원하, ’죽음에 이르는 7가지 죄’(E-book), 서울 : IVP,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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