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필리핀 바기오에서 선교사역을 하였다. 바기오는 해발 1,500m로서 일 년 사시사철 가을 날씨다. 겨울에는 가끔 눈발도 날린다. 전기장판이 없으면 추워서 잠을 못 잘 정도다. 기후 때문에 마닐라 다음으로 바기오에 한국인이 많이 산다. 한 번은 마닐라에서 체육대회가 있었다. 버스로 8시간 거리지만, 바기오 한인들은 멀다 하지 않고 참여하였다. 마닐라 한인들이 준비한 상품은 선풍기, 에어컨, 냉장고 등이었다. 40도를 오르내리는 마닐라에선 당연한 선택이다. 그러나 바기오에서 선풍기와 에어컨은 전혀 쓸모없다. 체육대회에 참여한 바기오 한인들은 돌아오면서 말하였다.
“내년 바기오에서 체육대회 열면 전기장판, 전기난로, 오리털 파카를 선물로 주자.”
물론 바기오 사람은 신사적이어서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사랑은 관계다. 사랑이 일방적이면 오히려 무례해질 가능성이 크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하는 무례의 극치는 스토킹이다.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사랑은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
하나님은 사람을 사랑하셔서 독생자를 보내주셨다. 하나님의 아들로 오신 예수님은 구원의 복음을 바로 증거 하지 않으셨다. 예수님은 30년 동안 인간으로서 일상의 삶을 사셨다. 예수님은 인간의 연약함과 고통을 직접 체험하셨다(히 4:15). 인간의 사정과 형편과 고통과 눈물을 아시고 그들을 사람으로 사랑하셨다. 비록 죄인이지만 죄 있다 하지 않으시고 사람으로 사랑하셨다(고후 5:19, 요 1:29). 하나님과 예수님의 제일 목적은 사람이었다.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과 소통하고, 사람을 사랑하셨다. 이러한 바탕 위에 하나님 나라의 진리(복음)를 선포하셨다.
사랑도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으면 전달되지 않는다. 게리 채프먼은 ‘5가지 사랑의 언어’를 썼다. 사랑에도 언어가 있는데 각자가 고유한 사랑의 언어를 사용한다.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여서 사랑을 표현하지만, 자녀는 부모가 쓰는 사랑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상대방에 대한 문화, 언어, 세계관에 대한 배려 없이 전달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곧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다.
기독교인 중에 사람(상대방)을 사랑하기보다 기독교 교리(복음, 교회, 하나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복음에 대한 열정 때문에 상대방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교회를 너무 사랑해서 상대방의 문화나, 언어나, 세계관을 배려하지 않고 전도할 수 있다. 하나님은 사람을 사랑하신다. 하나님은 배려 없는 일방적 사랑을 하지 않으신다. 하나님의 사랑은 결코 무례하지 않다.
복음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먼저 진심으로 사랑하며 배려심을 가지고 다가가면, 지금처럼 기독교가 욕먹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예의 있는 기독교와 기독교인이 많이 나타나기를 사모한다. 하나님의 마음을 알아 사람을 사랑하는 그리스도인이 많이 나타나기를 기도한다. 하나님 닮은 그리스도인이 많이 나타나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