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외롭고 힘들 때, 믿었던 친구가 배신했을 때, 가족들이 등을 돌릴 때, 하나님마저 외면한 듯 보일 때. 모든 것 혹은 모든 이들로부터 도망치기를 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다윗은 날아서 도망할 수 있도록 날개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한다. “만일 내게 비둘기같이 날개가 있다면 날아가서 편히 쉬리로다”(시 55:6).
우리가 사는 세상은 죄악으로 가득하다. 배신, 외면, 속임수, 파당, 폭력, 이기주의, 무감각, 남 탓. 우리의 영혼과 정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것으로 가득하다. 다윗은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였다.
“나를 책망하는 자는 원수가 아니라 원수일 진대 내가 참았으리라 나를 대하여 자기를 높이는 자는 나를 미워하는 자가 아니라 미워하는 자일 진대 내가 그를 피하여 숨었으리라 그는 곧 너로다 나의 동료, 나의 친구요 나의 가까운 친우로다”(시 55:12,13).
깊이 신뢰했던 사람이 배신할 때 다윗은 인생이 파괴되는 경험을 하였다. 삶이 찢겨 나가고 심장이 부서지고 영혼이 비틀어지는 절망을 느꼈다. 단테의 ‘신곡 지옥 편’에 배신의 죄를 저지른 자는 지옥 가장 밑바닥에 떨어져 무시무시한 고통을 겪게 되어 있다. 욕정, 폭식, 폭력, 이단보다 자신의 가족, 친구, 공동체, 나라에 대한 배신이 훨씬 나쁘다고 보았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자기 부인이 병들어 죽는 고통 속에서 20살 연하의 수슬로바를 만나 힘을 얻는다. 그 만남은 사랑으로 변하였고, 둘은 열렬히 사랑하였다. 그러나 수슬로바는 남성 못지않게 여성도 사회 활동을 하여 높은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는 사상을 가졌다. 그녀는 대단한 에고이스트였고 자존심도 높았다. 그녀는 상대방이 부담스러울 때는 티끌만치도 의무를 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도스토옙스키와 갈등을 일으키자 참지 못하였다. 딱 2주일이었다. 2주일 전만 해도 그녀는 사랑한다는 뜨거운 편지를 도스토옙스키에게 보냈었다. 그러나 지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의대생 살바도르가 나타나자 조금도 망설임없이 가버렸다. ‘신뢰와 배신의 심리학’을 쓴 데니스와 미쉘레 부부는 이렇게 말한다.
“배신을 경험한다는 것은 죽음을 경험하는 것과 많은 공통점이 있다.”
예수님도 결정적 순간에 배신을 경험하였다. 사랑하던 제자가 자신을 팔아버린 것을 알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이 핏방울이 되도록 기도하였다. 물론 가롯 유다의 죄만을 위하여 기도한 것은 아니다. 신뢰와 믿음을 저버리고 배신하고 배신당하는 이 세상의 모든 죄를 짊어지고 기도하셨다. 할 수만 있으면 다윗처럼 날개를 달고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주님은 우리가 하는 모든 죄를 다 아신다. 그리고 그 죄의 고통을 다 겪으셨다. 예수님의 짐은 너무나 크고 무거웠다. 예수님은 우리와 달리 하나님 아버지의 뜻을 찾았다. 세상 그 누구도 의지할 자 없음을 깨닫고 하나님께 의지하였다.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
참고도서
1. Dawn Marva J., ‘나는 언제까지 외롭습니까?’(I’m Lonely, Lord-How Long?), 김병국 옮김, 서울 : 이레서원, 2001년
2. 나까무라 겐노스께, '도스또예프스끼와 연인들', 김기실 옮김, 서울 : 열린책들, 1986년
3. Haidt Jonathan, 바른 마음(The Righteous Mind), 왕수민 옮김, 서울 : 웅진지식하우스, 2014년
4. 장정일,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서울 : 마티, 2010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