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같이 들려 공부하고 글을 쓰는 카페에서 이별하는 젊은 커플을 보았다. 둘은 몇 시간째 조용히 앉아 있었다. 여자는 연신 눈물을 훔치고 있으며 남자는 그런 여자를 바라보며 안타까워하였다. 가끔 조용히 서로 말하는 데 알아들을 수 없을만큼 조용하다. 대화도 몇 마디 하지 않고 다시 침묵하였다.
나는 혼자 두 사람의 사이를 생각해 보았다. 둘은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다. 가능하면 멀리하고 싶은 마음이다. 테이블 위에는 여자의 눈물을 훔친 종이가 수북하다. 내 짐작으로는 남자가 이별을 통보한 듯하다.
이별에 분노는 없고 아쉬움으로만 가득하다. 여자는 남자를 놓아주지 않으려는 듯 몇 시간 째 앉아 있다. 남자는 여자가 감정을 추스를 때까지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 큰 목소리나 분냄도 없이 그렇게 이별식을 거행하는 두 젊은 남녀가 아름다웠다. 나는 두 젊은 남녀가 자리에 일어설 때까지 지켜보았다.
4시간이 지난 후. 감정 정리를 다 끝낸 여자는 조용히 말하기 시작하였다. 길게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소곳이 일어섰다. 남자는 그런 여자를 보면서 한참 후에 테이블을 정리하고 자리를 떴다. 둘은 그렇게 헤어졌다.
앨빈 토플러는 ‘대인관계 능력이란 대인관계를 끊는 능력이다’라고 하였다. 인간관계는 그것이 비즈니스 관계이든, SNS 관계이든 끊을 때 잘 끊어야 한다. 무엇보다 서로 신뢰하고 사랑했던 관계는 더욱 그러하다. 사랑은 심리적인 에너지를 상대에게 바치는 활동이다. 이별은 그 에너지를 회수하는 일이니 당연히 추스를 시간이 필요하다. 이별의 상처는 물리적이다. 어제까지 내 심장의 주인이던 사람이 심장을 떼어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합의하고 이별하는 것도 마음이 아픈데 일방적인 통보라면 어떨까? 사랑은 동시에 시작할 수 있지만, 이별은 그럴 수 없다. 먼저 사랑을 놓는 쪽이 생겨나고, 상대방은 그것을 뒤늦게 따라야 한다. 상대방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쪽은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의 배신감과 상실감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유은정, 124-127).
그런 면에서 앞의 커플은 참으로 품위 있게 이별하고 있었다. 상대에 대한 비난과 공격은 없었다. 커뮤니케이션의 마키아벨리라고 불리는 정신과 의사 마크 고울스톤(Mark Goulston)은 말하였다. “상처를 치유하려면 엉망으로 일을 그르친 후 모든 일을 올바로 잡는 법을 배워야 한다.”
서로 사랑하고 이별하기를 연습하는 청춘에게 페터 비에리는 충고한다. 이별도 사랑만큼 중요하다. 사랑할 때처럼 이별할 때도 서로 존중해야 한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어떤 능력을 갖췄는지, 어떤 존재였는지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는 것이 이별의 아픔을 치료하는 지름길이다. 절대 버림받았다는 느낌을 들게 하지 말아야 한다. “넌 참 좋은 사람인데 나에게 과분하였다’ 거나 ‘네 잘못이 아니라 내 문제니까 이별하자”는 식으로 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 관계는 일방적이 아니라 아름답게 끊어야 한다.
사랑할 때처럼 이별할 때도 서로 이해하여야 한다. 둘이 지금까지 함께 했던 시간을 돌이켜 보면서 어떻게 시작하였고, 어떻게 진행하였으며, 어디서 금이 갔는지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더욱 성숙한 인간관계로 나갈 수 있다.
사랑할 때처럼 이별할 때도 서로에게 관대해야 한다. 관계에 몰입했을 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돌아보아야 한다. 자신의 잘못이 무엇이었는지, 자신의 나태함과 모짐과 부당함은 없었는지 돌아보아야 한다. 상대방이 보냈던 비난이 있다면, 그것이 일리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별은 그렇게 사람을 성숙시킨다.
나는 이별을 생각할 때 다윗과 요나단을 제일 먼저 생각한다. 연인 간의 이별보다 더 애틋하다. 서로 너무 사랑하지만 둘 사이는 사울 왕 때문에 불가피하게 헤어져야 했다. 두 사람은 아름다운 이별 예식을 거행하였다. 둘은 땅에 엎드려 세 번 절한 후 서로 입 맞추고 같이 울었다.
요나단은 다윗에게 말하였다. “평안히 가라 우리 두 사람이 여호와의 이름으로 맹세하여 이르기를 여호와께서 영원히 나와 너 사이에 계시고 내 자손과 네 자손 사이에 계시리라 하였느니라”(삼상 20:42).
유은정, ‘혼자 잘해주고 상처 받지 마라’ E-book, 파주 : 21세기북스, 2016년
Bieri Peter, ‘삶의 격’(Eine Art Zu Leben : uber die Vielfalt menschlicher Wirde) E-book, 문향심 옮김, 서울 : 은행나무 2014년
김선희, ‘가까운 사람들과 편하게 지내는 법’ E-book, 서울 : 나무생각, 2012년
윤선현, ‘ 관계 정리가 힘이다’E-book, 고양 ; 위즈덤 하우스, 20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