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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이 Jul 10. 2020

누구의 삶도 틀리지 않았다.

혼자 살아도 괜찮아 - 엘리야킴 키슬레브



결혼이라는 제도


10년 전 어느 봄날.
사무실에서 청첩장을 돌리는 제게 한 선배가 말했습니다. "야, 지구 상에서 제일 먼저 없어질 제도가 바로 이 결혼이라는 제도야!"
네... 맞아요. 그 선배는 저를 싫어했습니다.


10년이 흐른 지금.
그 선배의 말은 어쩐지 영 틀린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3포 세대, 저출산, 독거노인 등의 키워드들을 뉴스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었고, 그 키워드들은 결국 독신 인구와 연결되어 이제는 정말 결혼이라는 제도가 이 지구 상에서 곧 없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결혼을 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이 결혼제도라는 것 자체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 ‘혼자 살아도 괜찮아-엘리야킴 키슬레브’를 읽으며 결혼이 왜 생겨났고 왜 없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결혼은 부계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신석기시대에 등장하기 시작했고, 농경 정착과 고대국가의 등장 이후에는 거래 형태로도 활용되었다. 부계 불확실성을 없애거나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인류는 농경 사회 이후 정착단계에 이르러 결혼이라는 제도를 발명해냈다
- 위키피디아


흥미로운 것은 결혼이라는 제도가 생겨나게 된 계기입니다. 부계 불확실성. 이 말의 뜻은 남녀 사이에 생겨난 아이가 내 아이가 맞는지 의심한다는 것입니다. 영어권에서는 Mother's baby, father's maybe라는 문구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결혼이 단지 부계 불확실성 때문에 생겨난 제도라는 측면에서 봤을 땐 더 이상 아이를 갖고 낳고 키우기를 바라지 않는 지금의 인류에게는 더 이상 필요한 제도가 아닌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결혼제도가 생겨난 이후 인류가 발전하면서 결혼은 노후를 위한 하나의 수단이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노년기의 외로움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늙고 병들어 혼자 죽어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그 이유라는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결혼의 이유는 첫째, 아이를 낳고 키우며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고 싶었고 둘째, 노후의 좋은 여행 메이트를 만들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 이유를 깊숙이 파고들면 노년기의 외로움을 해소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혼자 병들어 죽어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든든한 노후 준비 즉, 내가 늙고 병들면 요양보호사를 고용하거나 요양원에 들어갈 돈은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이 결혼의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미 오래전입니다. 남성과 여성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은 15세기부터였고, 19세기 이후 페미니즘이 등장하면서 여성의 법적 지위가 향상되고, 여성의 사회적 자율권이 생겼지만 모두 결혼을 통한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이루어진 반쪽짜리 변화였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가족의 역할과 성생활, 노동 분담에도 역할 변화가 일어나 여성들이 진정으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게 했습니다.

그러나 비단 결혼제도의 문제가 여성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남성들 또한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해 맘충이라는 말을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남의 일이 아닌 독신


우리는 흔히 '독신'이라고 하면 결혼 한적 없이 혼자 살아가는 비혼자만 생각합니다. 그러나 독신은 단지 혼자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이에는 비혼자뿐만 아니라 이혼자, 사별자까지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결혼한 배우자와 한날한시에 사망하지 않는 이상 둘 중 하나는 독신의 생활을 하게 되고 누구나 독신자가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독신에 대해 준비하고 대비해야 합니다.

'혼자 살아도 괜찮아'에는 행복한 노후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자세히 이야기합니다. 물론 독신을 전제로 말입니다. 그러나 이는 독신에게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기혼자도 동거자도 함께 살고 늙어가는 상대가 있어도 이러한 준비는 행복한 노후를 위해 필요합니다.

- 자기 삶에 주인 의식 가지기
- 고독을 즐기기
- 건강 책임지기
- 편견과 고정관념 뛰어넘기
- 친밀한 관계를 나눌 대안 찾기


나는 항상 내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먼저 연락한다. 그러면 누군가와 약속을 잡을 수 있다. 이 방법은 언제나 효과적이다. 사람들에게 자주 연락하면 나도 좋고, 사람들도 좋아한다.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우울해진다. 나는 예순다섯 살에 은퇴한 후로 가능하면 바쁘게 지내려고 노력한다. 정원을 가꾸고, 여행을 다니고, 요양원에서 열심히 자원봉사도 한다. 며칠 동안 내가 집에만 있으면 친구들은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 물론 나도 그렇게 한다.
혼자 살아도 괜찮아. 104p.


저희 친정어머니는 아버지와 사별하고 독신으로 살아오신 지 오래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어머니가 독신으로써 정말 잘 살아가고 계시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환갑이 넘은 나이지만 끊임없이 자기 관리를 하고, 자기 일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으며,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여가를 충분히 즐깁니다. 그런 어머니를 저는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결혼은 선택의 문제


이 책은 점차 늘어나는 비혼자로 인해 독신이 늘어나고 이미 기혼자인 우리도 독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킵니다. 그리고 이 독신을 소수로 치부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독신과 결혼 무엇이 더 나은지에 대해 논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은 그저 선택의 문제일 뿐이니까요. 누군가에게 강요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저 각자의 선택을 인정하면 됩니다.

결혼이 살아가기 위한 필수인 시대도 있었지만 이제는 정말 선택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왜 아직 결혼하지 않는지 명절만 되면 어르신들의 질문 공세에 스트레스를 받는 젊은이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각자 개인의 선택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선택이 다를 수 있음 인정하고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한다면 더 나은 세상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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