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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이 Aug 21. 2020

부지런한 게으름뱅이

모순덩어리



부지런한 게으름뱅이. 이것은 모순된 표현이지만 나는 이 이름이 나에게 딱 맞는다고 생각한다.


나는 내가 한없이 게으른 것 같은데 주위에서는 부지런하다고 말한다.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남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이 게으른 나의 실상을 못 봐서 혹은 내가 이미지 관리를 너무 잘해서 그런가 보다고 이야기를 한다. 남편이 자기중심적 편향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것 일수도 있지만 실제로 내 안에 한량이 하나 들어앉아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느긋하게 공원이든 해변이든 책 한 권 들고 어슬렁거리는 것은 누구보다 잘할 자신이 있다. 사실 나는 누구나 상황만 되면 이런 여유를 즐기는 것은 다 잘하는 거 아니야? 하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아무리 여유가 많아도 안 하는 아니, 못하는 이들도 있다. 아주 오래전 한창 태닝에 맛 들여서 해변에서 여유 부리며 어슬렁거리는 나를 보고 좋아 보인다고 같이 가자고 해놓고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친구가 그랬고, 지루해서 못 견디겠다면서 먼저 집에 간 친구가 그랬다. 난 맥주랑 책이랑 오일만 있으면 온종일도 좋았다. 


그렇다면 나는 태생이 게으른 것인가? 그런가 생각해보면 또 내가 하고자 하는 혹은 하고 싶은 일 앞에서는 세상 부지런함을 보여준다. 매일 6시에 일어나 달리기를 하는 것을 보면 그렇고, 독서모임에 가겠다고 새벽 첫차를 타고 서울에 올라가는 것을 봐도 그렇다. 하지만 그건 누구나 마찬가지 일 것이고 누구나 이렇게 모순적인 측면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지런하다 (형용사): 어떤 일을 꾸물거리거나 미루지 않고 꾸준하게 열심히 하는 태도가 있다. 

게으르다 (형용사): 행동이 느리고 움직이거나 일하기를 싫어하는 성미나 버릇이 있다.


부지런하다는 것도 결국 '꾸준히'가 핵심이다. 그리고 그런 '태도'이다. 부지런하다는 것은 결국 꾸준하게 하려는 마음가짐이다. 그 마음가짐을 실천으로 끌고 와 환경을 만들고 부단히 노력하면 그것은 부지런한 것이 되는 것이다. 


나는 게으르다. 의지가 약하고 끈기도 부족하다. 그래서 꾸준하게 열심히 하려는 태도를 가지고 끊임없이 스스로를 다독이고 채찍질한다. 그렇게 나는 부지런한 게으름뱅이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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