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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이 Aug 23. 2020

사람이라는 오아시스

영화 - 바그다드 카페


*스포일러는 최대한 배제했습니다.



집에있는 시간이 길어지는 요즘 가족들 모두 각자 보고싶은 영화를 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선택한 영화는 '바그다드 카페'였다. 노트북으로 태블릿으로 휴대폰으로 각자의 방에서 각자고른 영화를 보는 시대가 되었다니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1987년도에 만들어진 영화 바그다드 카페는 다음해 국내에서 첫 개봉하고 얼마 지나지 서둘러 막을 내렸다고 한다. 그리고 한참 시간이 흐른 뒤 2016년 디렉터스컷으로 국내 개봉을 다시 하면서 이영화는 다시 재조명을 받았다.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상영기간이 무척 짧은 영화인데도 영화의 OST인 'Calling you'는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나른하면서도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는 영화와 장면과 찰떡같이 잘 맞아떨어진다. 


바그다드 카페 OST -  Calling you




황량한 사막에서 바그다드 카페를 운영하며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브렌다는 한량이 남편을 쫓아내고 처량한 자신이 안쓰러워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여행 중 남편과 싸우고 트렁크를 챙겨 들고 차에서 내려버린 야스민은 혼자 사막을 걷다가 바그다드 카페에 다다르고 울고 있는 브랜다와 마주친다.


남편은 쫓아냈고, 딸은 놀러 다니기 바쁘고, 학생인 아들은 갓난아기가 있다. 그런 브렌다는 카페도 운영해야 하고 손주인 아기도 봐야 한다. 생기라고는 1도 찾아볼 수없고 짜증만이 가득한 브렌다는 야스민의 호의에 차갑게 날을 세우지만 야스민의 은은한 사랑에 조금씩 변해간다.



울고있는 브랜다와 혼자 트렁크를 끌고 걷던 야스민이 처음 만나는 장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결국 여자를 돕는 것은 여자라는 것과 환경은 사람을 바꾼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이란 여자로서의 목소리를 내는 것 이전에 소수의 연대에서 시작되었다. 서로 돕고 모이고 목소리도 내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막처럼 황량한 브렌다의 삶 속에 야스민이 나타나 도움을 받고 브랜다는 생기를 찾아갔다. 그리고 브렌다만 도움을 받은 것 같지만 야스민도 브렌다에게 의지하고 자신의 역할을 찾아가며 스스로 일어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화의 중반부까지도 야스민은 자신을 남편의 성으로 미세스 누구누구(독일어 성이라 발음도 어려운데 너무 길어서 기억이 안 난다..)라고 소개하지만 이후 자신의 이름인 야스민으로 말하는 것으로 보아 자기 자신의 이름으로 살아가기 위해 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야스민은 바그다드 카페에 묵으며 힘들어하는 브랜다를 위해 청소를 시작한다. 브랜다는 허락 없이 청소하는 야스민에게 화를 내고 모두에게 친절을 베푸는 야스민이 자기 자리를 뺏을까 봐 두려워 하지만 깨끗하고 정돈된 환경은 마음을 정화하고 편안한 생활을 만들어 주기 마련이고 그 편안함을 느끼기 시작한 브랜다는 야스민도 같은 여자로 서로 도와야 할 대상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바그다드 카페에 머무는 사람들 모두는 야스민의 미소와 행동으로 조금씩 변해 간다. 


물탱크(?)를 청소하는 야스민


자고 일어나면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것.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두고 매일 먼지를 청소하는 것처럼 사소하고 별것 아닌 것 같은 일이 우리 삶을 변화시킨다. 그처럼 야스민이 가장 먼저 했던 일인 청소는 삶을 변화시키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영화의 엔딩을 보면서 나에게도 야스민과 같은 오아시스가 나타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마음먹기에 따라 내가 야스민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 황량한 사막을 가로지르는 시간을 보낼 때 서로 돕고 마음을 나누면서 함께 생기를 찾아가는 그런 오아시가 될수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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