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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이 Aug 28. 2020

건강한 몸은 날씬하다.

체중감량 중간 점검



3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부터 생활에 특별히 달리진 것이 없는데도 체중계의 숫자가 꾸준하게 오르고 있었다. 운동이야 원래 늘 이것저것 하다 말다를 반복했던 것이었고,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건강하게 먹는 것을 좋아해 집밥을 선호했다. (그렇다고 외식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원인으로 꼽을만한 것은 맥주였는데 맥주도 이미 오래전부터 늘 마셔오던 것이었다. 이리저리 둘러봐도 왜 꾸준하게 체중이 늘어나고 있는지 모르겠었다.


흔히들 말하는 나잇살. 그것이 내게 온 것인가 생각해 봤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근육량이 점점 줄어 기초대사량이 떨어진다. 하지만 먹는 양은 유지되고 있기에 필요로 하는 기초대사량 이상을 먹게 되고 그렇게 잉여되는 에너지는 몸에 저장하니까 살이 찐다는 것이 나잇살의 근거가 된다. 이것도 일리가 있다. 그렇다면 나는 근력운동을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구나! 그래서 필라테스 개인 강습을 무려 40회까지 했지만 필라테스를 하는 동안도 꾸준하게 불어 가는 체중계의 숫자를 붙잡지 못했다.


그래서 식단을 바꿔보자 하며 '마흔식 사법'이라는 책을 보면서 단백질 위주의 저탄수화물 식사를 한 달 정도 유지했다. 그때 약 6kg의 체중을 감량했지만 일반식으로 돌아오자 서서히 체중이 다시 불어났다. 그래서 또 한동안 망연자실 해 있다가 디톡스 프로그램으로 1주일 정도 디톡스 주스만 마시고 앞뒤로 보식 기간을 가지는 다이어트를 또 했었다. 이때도 4kg 정도 감량을 했지만 역시 일반식으로 돌아오니 다시 체중이 불어났다.




날씬한 몸은 포기했지만 건강하게 늙는 것은 포기하지 말자 하는 마음으로 달리기를 시작하고 건강하게 챙겨 먹으며 내 몸을 돌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건강습관을 들여준다는 어플 광고를 봤다. 건강한 습관으로 살도 빠지고 머니백 프로그램으로 환급도 받았다며 나오는 광고를 보며 믿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눔(NOOM)이라는 코칭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뭔가 친근감이 없는 담당코치와 기계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시작했으니 환급이라도 받고 그만두자 하는 생각에 꾸역꾸역 식사 기록을 남겨갔다.


몇 주 유지를 했지만 체중감량은 미미했다. 그냥 식사 기록만 하는 것으로는 체중감량이 없는 것이 당연했다. 식사 기록을 하면서도 죄책감 없이 먹어대는 나를 보며 코치가 속으로 욕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 또 우연히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건강습관 모임에 들어가게 되었다. 거기서는 7~12가지 작은 습관들을 나열하고 그것들을 매일 실천할 수 있게 했다. 그 습관들은 정말 간단한 것들이었는데 그럼에도 지켜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 습관은 수면시간을 확보하는 것부터 물 마시기, 공복 시간 갖기, 야채 과일 섭취와 간단한 운동(스쾃, 플랭크 등)과 같은 그 행동을 하는데 정말 짧은 시간이 걸리는 것들이었다. 나는 그 모임에서 성적이 저조한 편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임을 하면서부터 식습관을 야채 위주로 좀 더 건강하게 만들어 가게 되었고 하지 않던 근력운동을 하기 시작하니 차츰 체중이 줄어드는 것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체중이 줄어든 것은 어떤 대단한 비법이 있어서가 아니라 내가 건강하게 늙겠노라 다짐하며 만든 작은 변화들이 쌓여 내몸도 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라 생각한다.  5월 5일부터 8월 28일 오늘까지 약 4개월 동안 5kg의 체중을 감량했지만 아직도 목표 체중까지는 한참이 남아있다. 사실 이 기간과 체중을 보면 엥? 겨우?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속도가 내 몸의 속도인 것. 내 몸은 짧은 기간에 큰 감량으로 요요현상을 이미 여러번 겪었기 때문에 속도에 조급함은 가지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나의 목표는 날씬해 지는 것이 아니라 건강하게 늙어가는 것이다. 물론 건강한 몸은 날씬하다. 잿밥에 더 관심이 가기도 하지만 무리하게 밀어부쳐 포기해버리면 안되니 나는 나를 잘 달래가며 지금의 속도를 유지할 것이다.


코로나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내년엔 마라톤 대회에 나가보는 것을 목표로 근력운동도 하고, 체중도 줄이고, 달리기도 열심히 하고 있다. 건강하게 늙어 활기찬 할머니가 되는 그날까지 나님아 파이팅하자.



오르락 내리락 하지만 어쨌든 하향하고 있는 나의 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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