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 PDP 3 (PDP 가스 압력 측정하기)
이 글은 첫 직장이었던 S사 PDP 사업팀 시절에 대한 회상으로서 이전 글들(회고록 1: 손질 잘 된 프로그램, 회고록 2: 그 많던 퇴사 이유는 어디로 갔을까?)에 이어지는 글이다. 앞의 두 글에서는 PDP 사업팀을 괴롭히던 큰 난제를 해결한 성과들에 대해서 소개했다. 본 글에서는 이전의 난제들에 비해서 중요도는 떨어지지만 가장 기쁨을 느꼈던 어떤 문제 하나의 해결 과정을 소개한다.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은 문제였다.
"PDP를 완벽하게 리버스 엔지니어링 할 수 있을까?"
PDP를 유리로 된 가스등이라고 생각하자.
이 가스등 품질의 핵심은 그 안에 들어 있는 가스의 성분과 가스의 압력이다.
어떤 정체 모를 가스등이 하나 입수되었는데 성능이 아주 좋다.
그래서 이 가스등에 들어 있는 가스의 성분과 압력을 알아내고자 한다.
가스의 성분을 알아내기는 쉽다.
가스등을 깨뜨려 빠져나오는 가스를 채집하여 성분 분석을 하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압력이다.
밀폐된 가스등 유리관 내로 압력계를 집어넣을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압력계 연결을 위해서 가스등을 깨뜨린다면 그 순간 압력이 바뀐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자, 이 가스등의 가스 압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 글을 시작하면서 아내에게 물어보았다.
"보일의 법칙 알아?"
"뭐야? 날 무시하는 거야? 보일의 법칙도 모를 거라 생각했어? 보일 샤 뭐시기도 알아. 정확하게 기억은 못하지만."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어.
보일의 법칙은 중학교 때 배우는 거잖아. 그렇게 오래된 것도 기억하는지가 궁금했어.
근데 보일-샤를의 법칙도 안다고 하니 대단하네. 그건 사람들이 잘 모르는데."
내가 아내에게 이런 질문을 했던 이유는, 이 글을 쓸까 말까 고민했었기 때문이다.
아내가 모르는 보일의 법칙을 계속 언급하는 글을 쓸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난 내 글의 궁극적인 독자는 아내라고 생각하며 글을 쓴다.
이 글도 '우리집 추억담' 문집에 들어갈 예정이고, 언젠가는 아내가 읽게 될 글이다.
아내의 대답으로부터 난 또 다른 용기까지 얻었다.
이 글을 브런치에 올려도 되겠다는 용기를.
일반 독자들도 보일의 법칙을 알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아내는 이미 지나간 일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고 다 잊어버리는 사람이다.
오랫동안 함께 살면서 알게 된 것은, 아내에게는 중고등 학창 시절에 배웠던 것들도 이미 지나간 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 시절에 배웠던 것들을 하나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다.
그런 아내인데 다행히 보일의 법칙은 기억하고 있다.
아내가 보일을 기억하고 있다면, 아마도 다른 많은 사람들도 보일의 법칙을 어렴풋하게나마 기억할 것이고, 그렇다면 이 글의 맥락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다.
(이 글에서 설명하는 수식 전개 과정을 다 이해해 가며 읽을 필요는 없습니다. 맥락만 보면 됩니다.)
보일의 법칙: 압력 X 부피 = 일정
압력_(가스등) X 부피_(가스등) = 압력_(챔버) X 부피_(챔버) ----- <식 1>
1기압_(가스등) X 부피_(가스등) = 압력2_(챔버) X 부피_(챔버) ----- <식 2>
압력_(가스등) = 압력1_(챔버) / 압력2_(챔버) X 1기압 ----- <식 3>
"유레카!"
방정식의 기초 원리를 생각해 보자.
방정식이란 것은 미지수가 포함된 수학식이다.
방정식을 푼다는 말은 이 미지수의 값을 찾아내는 작업이다.
미지수가 1개이면 방정식은 몇 개가 필요한가?
1개만 있으면 된다.
미지수가 2개이면 2개의 방정식이 필요하다.
미지수가 3개이면 3개의 방정식이, 미지수가 n개이면 n개의 방정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