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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화수분의 지분 51%는 아내에게 있다 (2/4)

전업투자자로의 변신

by 홍플마

(1편에 이어서)

COVID-19가 발발하기 1~2년 전쯤이었다. 오랜 시간의 각고 끝에 내 화수분 시스템은 상당히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갖추게 되었다. 이에 난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 투자자로 변신하고 싶은 갈망이 커졌다. 시스템을 마음껏 시험해 가며 완성도를 높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나이에서는 한번 쉬는 것이 영구 은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선뜻 결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이런 고민을 하던 어느 날, 아내에게 화수분을 완성하고 싶다는 꿈을 털어놓았다. 사실 찬성을 기대하고 한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내는 뜻밖에도 반대는커녕 따뜻한 응원의 말을 해주었고, 넉넉한 시드 머니까지 챙겨 주었다. 덕분에 난 전업 투자자의 길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전업투자자가 되어보니 예상치 못했던 문제가 생겼고, 그것은 곧 스트레스로 이어졌다. 불완전한 시스템과 전업 투자자라는 부담감이 겹쳐 생긴 스트레스였다.

내 시스템은 열에 한 번꼴로 손실을 냈는데, 그 한 번이 말썽을 일으켰다. 손실이 발생하면 나는 그것을 용납하지 못해 평정심을 잃었고, 조급하게 만회하려다 더 큰 손실을 보기도 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여전히 누적 순익은 플러스였으니까. 문제는 그런 손실들로 인해 월 목표 수익을 달성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었다.

월 목표 수익이란, 전업에 들어설 당시 아내에게 약속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때마다 크나큰 자괴감과 불안감이 들었다. 십수 년의 노력이 헛수고는 아닐까 하는 자괴감과, 이 불완전한 시스템을 평생 안고 가야 한다는 불안감이었다.

물론 마인드 컨트롤만 잘하면, 냉정한 손절등을 이용하여 손실을 최소화시키며 목표 수익을 달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시스템이 불완전하다는 현실은 여전히 계속된다. 나는 그것이 너무 싫었다. 내 성격은 이러한 불완전성을 용납하지 못한다. 이 스트레스를 없애려면 시스템을 완성형으로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업투자자가 된 이상, 수익 없이 개발에만 몰두한다는 것은 용납이 안되었다.


그렇게 몇 년간 고민을 품은 채 불안한 전업 투자자 생활을 이어갔다. 아내에게 전해주는 월 수익금은 일정치 않았고, 약속한 목표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HTS를 수도 없이 개선해 봤지만, 10%의 실패율은 줄어들지 않았다.

이 때문에 스캘핑 단위 금액, 즉 거래당 투입 금액도 쉽게 올릴 수 없었다. 예를 들어, 100만 원어치를 샀을 때와 1000만 원어치를 샀을 때의 손실액을 비교해 보면, 체감되는 손실액의 차이가 너무나 커서 적은 금액의 매수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익이 생길 때도 적은 금액일 뿐이었다. 결국 10%의 실패율이 존재하는 한 내 시스템은 큰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였다.


이제 HTS의 개선만으로는 실패율을 줄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이미 수천 번이나 고쳐보지 않았던가? 그렇게 현실은 암담하기만 했다. 매수 버튼을 누를 때마다 '혹시 잘못 산 것은 아닐까'하는 의심이 따라붙었다. 이런 상태라면, 노후의 오락거리로 생각했던 화수분은 결코 즐겁지 않을 것이다.


이것은 내가 꿈꾸던 화수분이 아니었다. 수익 알고리듬을 찾았을 땐 백전백승의 스캘핑이 곧 실현될 것 같았다. 그러나 그 모든 기대는 환상이었다. 고질적인 10%의 실패율은 완벽을 목표로 했던 십수 년의 노력을 헛수고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이 현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완벽한 시스템'을 꿈꾸며 여기까지 왔는데, 10%의 실패율을 그대로 참고 넘어갈 수는 없었다.


(3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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