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화수분을 향하여
(2편에 이어서)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왜 실패했을까? HTS가 보내주는 매수 신호는 정상처럼 보였는데, 그것이 가짜 신호였다니. 그것이 가짜라는 것을 알아낼 방법이 없단 말인가?'
이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백전백승의 포커 게임이란 어떤 것인가? 그것은 바로 상대방의 패를 알고 베팅을 할 때이다. 이긴다는 확신이 있으면 무한대의 베팅도 할 수 있다. 내가 꿈꾸는 화수분도 바로 그런 것이다. 매수 신호가 왔을 때 그것이 '진짜'라는 확신이 있다면, 난 아무 불안감 없이 아주 즐겁게 매수 버튼을 누를 수 있으리라. 매수 금액이 아무리 클지라도.
난 가짜 신호를 걸러낼 방법을 찾기 위해서, 우선 실패했던 사례들을 복기해 보았다. 그러면서 그 허위 매수 신호들을 보조지표(예: 일목균형표, 볼린저밴드 등)로 걸러낼 수 있는지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결론은 명확했다. 기존의 보조지표들로는 걸러낼 수 없었다. 결국 매수를 할 때마다 손실 가능성은 늘 따라다닐 것이고, 그것은 평생 지속될 문제였다.
여기에서 포기할 것인가? 아니다. 난 원래 이런 난제들을 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지 않은가? 그리하여 난 '나만의 새로운 보조지표를 개발하자'라고 결심했다.
'그동안 내가 쌓아온 스캘핑의 노하우가 얼마나 많은가? 이제는 그것들을 활용할 때이다.'
이것이 바로 화수분 개발의 마지막 관문, 즉 3단계의 시작이었다. 앞서 말했듯, 난 1단계에서 5년에 걸쳐 수익 알고리듬의 개념을 정립하였고, 2단계에서는 10년에 걸쳐 HTS 구성 개발에 힘을 쏟았다. 애초의 계획대로라면 이 2단계에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난관이 또 하나의 도전을 요구했고, 그리하여 난 지난 1년 반 동안 화수분의 완성을 위한 마지막 퍼즐-새로운 보조지표의 개발에 몰두했다. 브런치도 잊은 채.
나는 절실한 마음으로 주가 흐름의 파동성을 다시 들여다보며 새로 개발할 보조지표의 개념을 하나하나 정립해 나갔다. 내가 개발하고자 했던 보조지표는 기존 보조지표들의 단점들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두 가지 핵심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
첫째는 주가 파동과의 실시간 동기화이다. 기존의 보조 지표들은 과거 주가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현재의 주가 흐름과는 괴리가 생긴다. '버스가 지나간 후 손을 드는' 식의 지연된 신호인 셈이다.
둘째는 향후 주가 추세에 대한 예측 기능이다. 기존의 보조지표 중에도 미래의 주가 추세를 보여주려고 개발된 것들이 있지만, 신뢰도가 너무 낮아 실전에서는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난 기존의 모든 지표들을 배제하고, 내 이론에 기반한 완전히 새로운 보조지표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내가 목표로 했던 기능을 갖춘 지표를 설계했다. 여기에서 '설계'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아직 실전에서 완벽하게 검증된 단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표는 실시간 주가의 흐름을 잘 반영할 뿐만 아니라, 향후 추세도 어느 정도 가늠하게 해 줄 것이 거의 확실했다. 이러한 특성은 매수 신호의 진위 판단에서 신뢰도를 크게 높여줄 것으로 믿는다.
사실 이런 성능의 지표가 정말로 가능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 지표는 십수 년에 걸친 노력과 경험, 그리고 절실함이 어우러지며 탄생할 수 있었다. 난 화수분 시스템의 개발 초기부터 이미 수많은 보조지표들을 테스트 삼아 만들어 보곤 했었는데, 그런 시행착오에서 얻은 지식들이 내 안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던 것이다. 또한 평생에 걸쳐 몸에 밴 물리학적 사고 체계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이번 보조 지표 개발에도 물리학적 논리 구조가 은근히 스며들어있다. 결론적으로 내 화수분 시스템의 구성 요소 하나하나는 모두 내 인생 여정 속에서 축적된 경험과 지식이 총체적으로 녹아 있는 하나의 인생 작품이다. 그리고 이 작품이 내가 원했던 대로 작동되는 것을 볼 수만 있다면, 그 자체로 나는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내 인생에서 무언가 하나는 남기고 가는 셈이니까. 나는 이 지표가 이러한 행복으로 나를 이끌어 줄 작은 등대가 되어주리라는 기대로 가슴이 벅찼다.
그런데 이 보조지표는 과연 내 스캘핑 시스템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었을까? 자, 확인해 보자.
(4편으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