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화수분은 무엇으로 완성되는가?
(3편에 이어서)
난 드디어 내가 원했던 기능을 가진 보조지표 설계에 성공했다. 실전에 적용해 보니 가짜 매수 신호의 상당량을 걸러 주었다. 하지만 아직 불완전한 요소들도 많이 보였다. 이것을 좀 더 완벽하게 만들 수는 없을까?
방법은 당연히 있다. 내 보조지표에는 여러 개의 패러미터가 사용되는데 현재 값들은 내가 임의로 설정한 값이다. 그래서 불완전한 것이다. 이제 추정치로 입력한 패러미터 값들을 검증된 최적값으로 바꿔주면 보조지표의 성능을 더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런데 이 최적값을 찾는 과정은 단순하지가 않다. 시간이 많이 드는 시행착오를 실전에서 반복적으로 수행해야만 한다. 이 시점에서 고민이 생겼다. 수익이냐, 개발이냐-두 가지 목표가 충돌한 것이다. 내심으로는 잠시 수익은 미뤄두고 이 최적화 작업에 전념해, 실패율 제로의 화수분 시스템을 완성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아내에게 한 약속 때문에 당장의 수익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그러자면 여전히 불완전한 현재의 시스템을 계속 쓸 수밖에 없다.
이런 고민을 차마 아내에게 꺼낼 수는 없었다. 그동안 내 화수분 시스템이 거의 완성 단계라고 아내에게 누차 큰소리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다 뻥이었어. 다시 개발해야 해.'라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는가? 난 그저 속으로만 고민할 뿐이었다.
그런데 말하지 않았는데도, 이런 고민이 스르르 풀리는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아내가 내 속마음을 알아챈 것이다. 아내는 나보다도 나를 더 잘 알고 있음이 확실하다.
올해 초였다. 어느 날 아내가 말했다.
'주식으로 무리해서 수익 낼 생각은 하지 마. 스트레스받으면 해롭잖아. 자기는 몰두해서 연구하는 걸 좋아하니까, 주식을 연구 삼아 그냥 즐긴다고 생각해.'
그 말은, 내가 즐겁기만 하다면 아내는 그걸로 충분하다는 뜻으로 들렸다. 그 말에 힘을 받은 난 마치 기다렸다는 듯 보조지표 최적화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던가.
이제 수익에 대한 부담이 없어졌으므로, 난 내 판단을 개입시키지 않고 보조지표의 파형이 주는 신호만으로 거래를 하기 시작했다. 약간의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매수 후의 주가 추이를 계속 관찰하며 보조지표 패러미터 값들의 신뢰성을 검토해 나갔다. 그 결과 내 스캘핑 시스템의 승률은 이전보다 훨씬 좋아졌다. 이제는 수익에 집중해도 될 만한 수준까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2% 부족한 무언가가 남아 있어 이것이 나를 괴롭히고 있다. 아니 내게 일거리를 계속 던져준다. 요즘은 이 불완전한 2% 마저 없앨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계속 시도해보고 있다. 이러한 시도를 계속하다 보면 조만간 내 화수분은 완벽한 시스템으로 마무리될 것이라 생각한다.
며칠 전 저녁 산책 길에 아내에게 말했다.
"내 화수분이 곧 완성될 거야. 이제 마지막1%만 해결하면 돼. 그러면 우리 노후는 걱정 없어. 자기가 고생한 만큼 노후는 편안하게 해 줄게."
그러자 아내가 웃으며 말했다.
"난 애초부터 화수분이란 걸 믿지 않는 사람이라, 내 노후를 그런 거에 걸지 않아. 그리고 우리는 이미 노후거든. 그러니 주식은 그냥 즐기며 해. 자기 노후의 오락거리라 생각하고."
그동안 내가 화수분의 성공을 장담하는 말을 수없이 반복해 왔던 터라, 이제 아내는 내 말을 양치기 소년처럼 듣는 듯하다. 그래도 다행인 건, 이번에는 이런 말까지는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언제가 넌지시 꺼냈던 그 말,
'100%짜리 화수분은 사기꾼들이나 하는 말이야. 자기도 꼭 사기...'
설사 아내가 이런 말을 했다 하더라도, 아내가 여전히 나를 사랑으로 응원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나는 믿는다.
내 화수분이 곧 완성되리라는 사실을.
그때는 아내에게 말하리라.
'이 화수분의 지분 51%는 당신 거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