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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플마 Jun 19. 2022

영재 아이의 과학 도서 독서법

공부 잘하는 방법

본 글은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부모님들에게 약간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으로 작성한 글이다. 제목으로 고민을 좀 했다. 영재를 넣으면 팔불출 소리를 들을 듯하고, 빼버리면 너무 밋밋하여 아무도 읽지 않을 듯했다. 아무튼 이왕 작성하는 글이니 좀 더 많은 부모님들이 읽어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작성을 시작했다. 이 글에서는 '기승전결' 독서법이란 것을 소개할 것인데, 난 이 독서법이 우리 아이의 학습 능력 발달에 큰 도움을 주었다고 확신한다. 따라서 이 글로부터 자녀 교육에 대한 도움을 조금이나마 받을 수도 있는 부모님 또한 계시리라 생각한다.


(이 부분은 건너 띄어도 됩니다.)

얼마 전 난 "실수와 실패를 통해서 성장하는 아이들"이라는 글에서 우리 아이의 성장 과정을 간략하게 언급한 적이 있다. 그 글에서 우리 아이의 자립심이 얼마나 큰 가를 설명했었다. 여기에서의 자립심은 생활력, 경제 마인드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고 학습 및 진로에 대한 자립심이다. 이런 연유로 아이는 스스로 선택하여 영재학교에 진학하였다. 영재학교에 진학하는 아이들의 특징을 보면 대체적으로 수학과 과학 과목에서 우수한 실력을 갖고 있다. 우리 아이도 그랬다. 중학생일 때는 수학과 물리를 너무 좋아하여 그 두 과목 외에 다른 과목을 공부하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특히 아이는 '수학 올림피아드 (KMO)'라는 경시대회를 좋아했다. (내 생각에는 KMO를 그냥 수학 과목이라고 보면 안 된다. 사고력 과목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을 듯하다. 그래서 아이가 더 좋아했던 듯하다.) 이렇게 아이는 수학과 물리로만 이루어진 생활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모든 과목을 다 공부해야 하는 기말시험 등에서도 아이의 성적은 아주 뛰어났었다.'

이 문장이 이 글의 요지와 연결된다. 많은 시간 투자 없이도 어떻게 시험을 잘  보았을까? (한 가지 더 덧붙인다면, 아이는 성적이나 석차에 그리 연연하는 성격도 아니라서 악착같이 공부에 매달리는 타입도 아니었다.) 특히 아이가 KMO에 한참 재미가 붙었을 때는, 그와 관련된 문제지를 든 채 잠이 들 정도로 수학에만 매진했었다. 그것도 아주 밤늦게까지. 그렇다면 아이는 도대체 일반 과목들은 어떻게 공부를 했던 것일까? 우선 답부터 말해보자면, 아이는 수업 시간을 통해서 각 과목들의 내용을 거의 완벽하게 소화해내고 있었다. 이는 두 가지 사실로 추론해낸 것이다.

아이는 지쳐 떨어질 때까지 수학 문제들과 씨름하다 잠들곤 했었던 바, 학교에서는 졸지 않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이것은 기우였었다. 아내가 듣고 온 담임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면 우리 아이는 수업 집중도가 매우매우 좋다고 하셨기 때문이다. 상당히 피곤했을 텐데도 수업의 내용을 다 따라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아이가 공부를 잘했던 비결에 대한 첫 번째 추론이다. 다음은 아이의 노트이다. 난 우연히 아이의 노트를 보게 되었는데, 정말 아주 깔끔하게 잘 정리되어 있었다. 특징이라면, 그림이나 도형을 활용하여 아주 핵심적인 내용을 일목 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것이다.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하게 버리고. (잠깐 라떼 시절의 얘기를 해보자면, 공부를 잘하려면 선생님의 농담 소리, 웃음소리도 받아 적어야 한다고 배웠었다.) 그런데 아이의 노트는 그와는 정반대였었다. 아이는 맹목적으로 칠판의 내용을 그대로 베끼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이해한 바를 재정리하는 식으로 노트 정리를 한 듯했다. 


(다시 본론입니다.)

정리하자면, 아이가 공부를 잘했던 이유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수업 내용의 핵심을 파악하고 이해한 후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럼 이러한 능력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일부는 타고난 것일 수도 있겠으나, 일부는 어렸을 때부터 해왔던 독서법도 크게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내가 아이에게 지도했던 독서법은 일명 '기승전결' 법이라고 명명했던 방법이다. (지도했다는 말은 틀린 말이고 사실은 몇 번 설명해주었을 뿐이고, 이후는 본인이 알아서 실천한 방법이다.) 기승전결의 원래 의미는 시작-전개-국면전환-마무리를 뜻한다. 아이의 독서법의 기승전결은 이 원래의 의미와는 맞지 않지만 부르기 좋게 그냥 기승전결 법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왜냐하면 독서법이 4단 논법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는 글을 읽은 후 내가 설정한 기승전결의 정의에 따라 짤막한 독후감을 작성하는 방식으로 독서를 하였다. 기승전결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기: 어떠어떠한 내용에 대해서 글을 쓰고자 한다.

     승: 이 내용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은 OO이다.

     전: 이 내용에 대한 나의 주관적인 생각은 OO이다.

     결: 향후 어떠어떠한 조사, 연구가 진행되면 좋겠다.


위 기승전결의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이 방법은 과학 서적의 독후감 작성에 아주 적합하다. 모든 종류의 책에 다 적용하기는 어렵다. 아무튼 우리 아이가 이 기승전결 법을 사용하여 독후감을 작성한 글은 대부분 짤막한 과학 칼럼이었다. 특히 동물행동학으로 유명하신 최재천 교수님께서 신문들에 연재했던 칼럼들이 기승전결 법을 적용하기에는 아주 안성맞춤이었다. 내가 아이에게 요구했던 것은 기승전결 각각에 대해서 되도록이면 두세 문장 이내에서 작성하라는 것이었다. 한 문장으로 작성하면 더욱 좋고.


'기'를 한 문장으로 작성하기 위해서는 그 글의 주제 또는 제재가 무엇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승'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그 글에 있는 내용들 중에서 객관적이면서도 아주 핵심적인 사실만을 골라내야 한다. '전'을 작성하려면 '승'에서 파악한 객관적인 사실에 대해서 나름대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물론 그 글 작성자의 설명을 그대로 따라야 할 경우도 있겠지만, 일부러라도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는 훈련을 해볼 수 있다. '결'을 통해서는 '전'에서 제시된 자기 주장이 객관화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생각해본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해보고 싶은 미래의 일을 찾아 낼 수도 있다.


지금 이렇게 브런치 글을 쓰면서 정리하다 보니, 이 '기승전결' 법이 초등학생한테는 꽤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 아이가 이것을 꾸역꾸역 해냈던 것을 보면 그다지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작성 내용에 대해서는 간섭을 안 하고 칭찬만 해주었기 때문에 꾸준하게 했을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맞든 틀리든 아이 스스로 꾸준히 해나갔다는 것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아이가 기승전결을 얼마나 정확하게 작성했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이 과정을 통해서 어떤 글의 핵심과 흐름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능력이 길러졌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수업 시간과 시험공부에도 활용되었고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쩌면 더 중요하게는 자신의 미래 설계를 했을 수도 있다.



덧붙이는 글:


내가 아이에게 기승전결 독서법을 지도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이의 성향 때문이었다. 당시에 좌뇌형 우뇌형에 따른 교육 방법이 유행했었는데, 우리 아이는 좌뇌형 성향이 다분했다. 즉, 아이는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분야보다는 논리적인 사고 분야에 더 적합할 듯했다. 따라서 그에 대한 능력을 더 키워주자고 생각했다. 창의적인 능력을 내가 키워줄 방법은 없었기 때문이다.

아이가 확실한 좌뇌형이라고 판단한 것은 아래의 퀴즈를 통해서였다. 예상했던대로 우리 아이는 사과 문제는 쉽게 풀었지만 빈대 문제는 풀지 못했다. (우뇌형으로 보이는 아이의 친구에게도 이 문제를 냈었는데, 그 아이는 사과 문제는 못 풀었지만 빈대 문제는 쉽게 풀었다. 이것을 보면 좌뇌형 우뇌형에 따른 특기가 확실히 다른 듯하다. 물론 단지 두 개의 샘플로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퀴즈ㅡ좌뇌형과 우뇌형의 판별법: 빈대와 사과 장수>

다음의 문제들은 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면 풀 수 있을 텐데, 아마도 좌뇌형 아이는 빈대 문제를 어려워할 것이고, 우뇌형 아이는 사과장수 문제를 어려워할 것이다. (다만 이것은 순전히 내 생각일 뿐이다.)


문제 1. 사과장수 문제

사과장수가 3개에 1,000원짜리 사과 30개와 2개에 1,000원짜리 사과 30개를 나에게 맡기고 팔아달라며 나중에 25,000원만 주면 된다고 했다. 나는 이 사과들을 각각 파는 것이 귀찮아서 5개에 2,000원씩 받으며 60개의 사과를 다 팔아 치웠다. 그랬더니 25,000원이 아닌 24,000원만 들어왔다. 도대체 1,000원은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문제 2. 빈대의 공격 (정주영 씨의 일화에서 인용함 - '빈대보다 못한 놈')

정주영 씨가 부두 노동자로 생활할 때, 밤마다 빈대들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꾀를 내어 널찍한 상 위에서 자면서, 각 상다리를 물대접으로 받쳐 놓았다. 그런데 첫날은 잘 잘 수 있었으나, 둘째 날부터는 빈대가 다시 공격해오기 시작했다. 수영을 못하는 빈대는 물대접 때문에 상 위로 올라갈 수 없었을 텐데 도대체 어떻게 상 위의 나를 공격할 수 있었을까?


(2022년 6월 19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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