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하몽 Dec 19. 2023

혼자 하는 여행이 주는 기쁨

대만_타이베이_국립 고궁박물관

여행 가기 3일 전에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반복되는 무기력한 일상을 견디지 못하고, 에라 모르겠다 질렀다. P형 인간의 특성이 반영된 결정이다. 비행기표를 지르고, 바로 게스트 하우스까지 결제하며 6월에 대만 타이베이로 전환점을 혼자 훌쩍 떠났다.      


친구, 가족, 연인과 함께 여행하는 것도 좋지만, 혼자 하는 여행은 다른 의미에서 좋다. 누군가와 여행을 하면 서로의 의견을 조율과 눈치를 보게 되면서 오롯이 나를 바라보지 못하게 된다. 함께 가는 사람의 감정이나, 컨디션을 살피게 되면서 나에게 좋은 것보다 우리에게 좋은 것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내가 혼자 여행하는 이유>의 저자 카트린 지타는 "혼자서 여행을 하는 동안에는 타인이 아닌 나 자신에게 더 귀를 기울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것이 내가 혼자 여행하기를 즐기게 된 이유다.


@타이베이 국립고궁박물관 입구
국립고궁박물관 입장권

대만 여행하면 맛있는 음식, 야시장이 유명하지만 나는 ‘국립 고궁박물관’이 보고 싶었다. 박물관, 미술관 구경하는 걸 좋아했기에 어린 시절부터 대만에 간다면 고궁박물관에 꼭 가보고 싶었는데 꿈을 이뤘다. 그래서 박물관 가는 길이 두근두근했다.

   

'국립 고궁박물관'은 세계 5대 박물관 중 하나로 손꼽히며 타이완을 대표하는 명실상부 아시아 최고의 박물관이다. 타이완의 자랑으로 5천 년의 중국 역사를 대변하며 중국 송대와 원대, 명대, 청대 네 완주 대대로 내려오는 보물 65만 점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천 년 이상 지난 초기 송나라 황실의 국보급 보물들이 많으며 박물관의 작품들을 모두 보려면 30년 정도 걸린다는 말이 있다. 박물관 뒤쪽 산속에 수장고가 있어 그곳에서 보관하면서 주기적으로 전시물을 바꾸기 때문에 여러 차례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국립고궁박물관 3층에 전시된 취옥백채

유명한 배추는 '취옥백채'로 검지 손가락만 한 크기인데 배추의 모양이나 여치를 표현한 정교함이 경탄스럽다. 경옥을 이용하여 여치와 메뚜기가 숨겨진 배추를 표현한 조각이다.


옥 빛깔의 아름다움과 정교한  이 조각은 청나라 말기 광서제의 왕비인 서비가 혼수로 들고 온 예물로 줄기가 투명하고 푸른 배추는 집안이 청백하다는 의미와 신부의 순결을 상징한다. 이파리에 여치 2마리는 여치는 번식력이 강한 곤충으로 딸을 시집보내고 금술 좋게 아들딸 많이 낳으라는 부모님의 마음을 담은 작품이다.      

대만 여행지에서 스탬프 찍기도 하나의 재미

세계적인 박물관에서 봐야 하는 게 배추다고 생각하니 피식 웃음이 났다. 그래도 많은 외국인이 이 작은 배추를 보려고 먼 대만까지 오는 이유는 알 것 같고 가치가 있다. 가끔은 무모하게 훌쩍 떠나보는 것을 추천한다. 꼭 혼자서. 여행하는 동안 다른 사람의 시선보다 나의 즐거움을 우선하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여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여행은 인간의 정신을 고귀하게 만들어 주며, 모든 선입관을 없애준다." 무력한 일상은 나 자신을 쪼그라들게 만들었지만, 갑자기 혼자 떠난 여행은 쪼그라진 나에게 바람을 넣어 빵빵한 모습으로 변하는 시간이었다.


혼자 있는 시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는 선입관에서 벗어나게 했다. 일상으로 복귀하고, 하고 싶으면 그냥 해보자는 결심을 하게 되었고, 5년 동안 고민했던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다. 혼자 하는 여행을 권해본다. 나 자신에게 쉼을 통해 내가 모르는 나를 만나며, 정신을 고귀하게 만들어 주는 시간을 만들어주자.


아! 6월에는 절대 대만여행을 가지 말기를 바란다. 여행하는 내내 땀을 많이 흘리며 덥고 습해서 힘들었다. 비행기표가 가장 싼 곳을 선택한 것인데. 싼 데는 분명 이유가 있었다. 대만여행을 갈 계획이라면 12-2월을 추천한다.

이전 05화 동거동락, 그녀를 만나러 갑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