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산다는 것은 사소한 실수에 죽고 싶기도, 떡볶이가 먹고 싶어 살고 싶기도 하다. 요즘 날씨가 좋아 공원 산책을 즐기고 있는데 걸어가다 ‘30년 경력 시계 달인’이라고 적힌 광고판을 보았다. 시계를 잘 고쳐준다는 말인 것 같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지금부터 무엇이든 시작해도 30년만 일하면 죽기 전에는 달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니 기분이 좋았다. 어렵고 복잡하게만 생각했던 고민이 심플해졌다.
벚꽃 잎이 흩날리던 4월에 서른아홉이 되었다. ‘불혹’, ‘사십춘기’라고 불리는 마흔이 1년 후라는 사실에 덜컥 불안해졌다. ‘왜 불안한 것일까?’ 나에게 물었다. 서른아홉에 경단녀(경력단절녀)가 되었고, 아직 결혼도 하지 않은 미혼에 1인 가구로 통장 잔고도 없다. 인생의 숙제라는 직업, 결혼, 육아를 풀지 않았다. 사회적 문제라는 문제는 모두 저질렀다. 그렇다고 골드미스도 아니다 보니 나날이 걱정과 두려움은 쌓여만 갔다.
대혼란의 시대를 살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나만 이렇게 막막할까? 내 상황이 불안하게 만든 것일까? ‘마흔’이 주는 사회적 분위기에 마음이 무겁다. 어른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느낌이랄까. 앞으로 남은 인생을 위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
요즘 마흔에 관한 책이 쏟아져 나온다. 많은 사람이 마흔에 관한 글을 쓰는데 나까지 보탤 필요가 있을지 고민했다. 그럼에도 글로 남기길 결정한 이유는 모든 삶은 다르게 소중하고, 각자 의미가 있으니 지난 삶을 돌아보며 다가올 새로운 세계와 두 손 꼭 잡고 모험을 시작하기로 했다.
‘시작’이라는 것은 두근거림도 있지만, 두렵고 불안함도 있다. 그러나 모든 불안은 시작과 동시에 반감된다. 미지에 세계에 대한 막연한 불안을 행동으로 옮기면 눈에 보이는 현실이 되기 때문이다. 마흔 이후에 삶은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세계였고, 그래서 불안에 잠식되어 가는 시간을 보냈던 거 같다.
지나온 삶을 돌아보니 내 인생은 험난했고, 매 순간이 불안했다. 그래 인생이 원래 이렇지! 어차피 여태까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멋대로 살아놓고는 그러지 않은 삶을 산 것처럼 불안해하다니. 매번 불안한 삶을 살았으면서 이제는 불안을 껴안고 살아가는 법을 터득할 법도 한 대 언제나 속수무책으로 무너진다. 그래 이번에는 기필코 불안을 껴안고 뒹굴어 친구가 되어보자!!
우연히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책을 다시 읽으며 무한 긍정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열심히 사는데 왜 변화가 없으며 그렇다면 열심히 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산다는 저자의 글이 좋았다. 남들과 다른 생각으로 현실을 이겨내는 모습이 재밌고 흥미로웠다.
그렇다고 노력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지금 수준도 안 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름 열심히 살아왔는데 노력하면 성공할 거라는 말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걸 체감하는 중이다. 그래서 다가오는 인생에서 재미있고, 행복하기 위해 마흔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아직도 30년은 더 놀 수 있잖아.
이 여정이 끝나고 답을 찾을 수도 아닐 수도 있다. 무엇이든 괜찮다. 도전하고 시작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마흔부터 시작해도 30년 하면 70세에는 장인이 될 수 있지 않은가. 무엇이든 시작하자. 마흔은 무엇을 해도 늦지 않았다. 마흔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나이다.